제 10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 심사평]


2003년 제1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평.

그림동화
본심작

박용희「황금 물고기」
이봉욱「황금 사마귀」
선현경「이모의 결혼식」
김정애「민호와 창호의 변신」
김고은「몸이랑 머리랑」
이수지「동물원」

 


심사평

예ㆍ본심
최승호(시인)

이영경(일러스트레이터)

장편동화
부문 본심작

오미경「금
자야, 금 자야!」
김현주「우리들은 열세 살」
김문주「사막을 걸어간 새」
이은희「비밀의 숲」

 

심사평

본심
김화영(문학평론가)
오정희(소설가)

예심
김경연(아동문학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그림책
부문 심사평
>

최승호(시인)

올해의
응모작은 총 40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수준이 크게 향상된 느낌을 받았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박용희「황금
물고기」
이봉욱 「황금 사마귀」
선현경「이모의 결혼식」
김정애 「민호와 창호의 변신」
김고은 「몸이랑 머리랑」
이수지 「동물원」


여섯 편은 모두 작가적 역량이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었다. 「동물원」과 「황금 물고기」는 그림에서 좋은 평을 받았으나
작품의 구성과 글의 전개가 너무 단순하고 밋밋한 것이 흠이었다. 「황금 사마귀」와 「민호와 창호의 변신」은 상상력과
발상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새로움과 재미가 한 권의 그림책으로서의 완성도와 감동을
전하는 데에는 이르지는 못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논의를 거듭한 것은 「몸이랑 머리랑」과 「이모의 결혼식」이다.
「몸이랑 머리랑」은 머리와 몸의 역할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라울 것 없는 일상의 장면들을 놀라움으로
바꿔놓는 데 이 작품의 매력이 있다. 재치 있고 가벼운 말투, 경쾌하면서 속도감 있게 처리된 그림들은 물구나무
서서 보는 듯한 신기한 세상을 보여 준다.
「이모의 결혼식」은 자연스러운 작품이다. 짜임새나 이야기 전개에 억지스러움이 없다. 기교를 내려놓고(혹은 감추고)
만든 질박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다 읽고 나면 묵직한 여운이 있다. 줄거리의 선은 굵은데 인물들의 심리는
섬세한 작품,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장면에서 장면으로 넘어갈수록 호기심과 새로움이 더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타 섬에서 펼쳐지는 그리스 결혼 풍속의 장면들은 이 작품의 백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발랄한
작품은 발랄한 대로 깔끔한 맛이 있고, 묵직한 작품은 묵직한 대로 긴 여운이 있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작품은
수상작으로 모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깊이 논의를 거듭할수록 「이모의 결혼식」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의 격조와 감동의 깊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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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부문 심사평
>

이영경(일러스트레이터)

흔히
영상물사업분야에서 소프트웨어의 빈곤을 문제시하는 소리가 높은데 그림책출판마당에서도 ‘좋은 내용물’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림은 마음과 정신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다. 그림책은 그 풍경이 책으로 엮이어지는 것, 실하게 익은
알밤처럼 꽉찬 컨텐츠를 빚어내고 싶은 열망으로는 응모자들과 전혀 다름없는 그림책종사자로서 이번 심사에 임했다.
좋은 그림책감을 고르는 일은 좋은 사람을 고르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가끔 상도 받고 오래도록 사랑받듯이, 그럴 만한 그림책감 그리고 이를 통해서본 작가를 채택하는 일이었다.

본심
진출작들은 대체로 좋은 그림책에 대한 인상이 경험 속에 간직되어 있음직했고 그림책에의 꿈이 자못 진지했다. 예심
탈락 작가들은 시중의 좋은 그림책들을 일단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삶 속에서 만나는 무수한 일들을 껴안고 사유하는
한편, 묵묵히 기량을 키워 가며 정성들이는 것이 작가의 길이리라.

「이모의 결혼식」(선현경)은
발랄한 그림이 보는 이를 흠뻑 빠져들게 한다. 안전띠를 발끈 매고 기내식을 맛있게 먹는 꽃무늬 원피스의 주인공,
알뜰하게 표현된 식사, 나 보란 듯이 그려진 탁자보의 꽃송이들 등등에서 누구도 말리지 못할,아이의 설렘이 잘 살아
있다. 아기자기한 가운데 한편 작가의 뚝심이 보여서 믿음이 간다. 외국인 이모를 맞이하는 진기하고 흥겨운 여행에
독자를 기꺼이 동참시켜 줄 예쁜 그림책이 되겠다.구김살 없이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과 애정이 느껴진다. 사랑과
열정, 담백함을 살려서 좋은 작품 활동을 기대해 본다.

「몸이랑 머리랑」(김고은)은
누구든 어린 시절을 지나오지만 어린이 마음은 다 두어 버리고 세월 따라 나이만 먹어 가기 쉬운데 이 작가는 아무나
지켜내기 어려운 재기와 쾌활함을 불씨처럼 지니고 있어,한 부분 ‘재미남’을 갈구하는 우리나라 그림책 마당에 반가운
존재가 되리라 생각한다. 장난기가 뚝뚝 듣는 재미난 발상과 스케치가 심사 막바지까지 눈길을 잡아 끌었다. 그러나
강점이 되는 감각적인 소양을 좀더 정돈해서 보여 주는 힘이 필요했다. 튀는 재치만큼이나 안정된 경기 운영이 중요한
축구선수처럼 말이다.

「황금물고기」(박용희)는
모든 곳에서 ‘빠른 무언가’만을 선호하는 조급한 풍토에서 ‘황금물고기’가 보여 준 끈질기게 세심한 작업은 귀한
미덕을 보여 준다. 깊고 고른 호흡과 충실함이 힘이 되어 좋은 작품으로 꽃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민호와
창호의 변신」(김정애)은 그림책 모임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림의 테크닉은 작업동기의 진실성
다음의 고려 사항이니까. 일상과 밀착된 이야기를 그대로 퍼 올려 그려내는 일은 좋은 책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동물원」(이수지)은
합리적이고 세련된 작업 스타일로 보아 작업 경험이 많은 듯했다. 준비된 일러스트레이터다. 좋은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산뜻한 반전과 유머를 담은 동화의 메시지에 비해 작가의 그림 성향은 상당히 냉정하다. 이야기와 그림 타입의 궁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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