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픽션상

bir_awards_logo_d 제1회 수상작 김혜정 장편소설『하이킹 걸즈』부터 제12회 수상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까지, 매 회 수상작들이 출간될 때마다 평단과 청소년 독자 및 성인 독자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블루픽션상이 국내 청소년 문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등단의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당선작

박하령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심사위원: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

시리즈 블루픽션 68 | 박하령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3월 14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심사 경위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블루픽션상의 10회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10회 블루픽션상에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담은 청소년 장편소설 총 54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김진경, 김경연, 이옥수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선정, 본심 회의에 천거하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박하령의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심작

  • 「의자, 날다」
  • 「커넥톰」
  •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 「달려라 자전거」

 


심사평

총 54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총 4편으로,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의자, 날다」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세계와 인간 정복을 꿈꾸기에 이른 인공지능의 문제를 다룬 「커넥톰」, 악마의 편지를 우연히 읽게 됨으로써 유혹과 욕망이라는 문제를 짚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안동 가까운 한 읍내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아픔과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방학 과제를 이행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달려라 자전거」가 그것이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증강현실, 사이버네틱 인텔리전스, 유전자 조작, 커넥톰 시스템 등 시의적 소재라는 면에서 단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은 「커넥톰」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대한 작가의 열정적 탐구도 호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열정은 이따금 서사와 겉도는 설명으로 화하며 읽는 재미를 감소시켰다.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윤리성이 결여된 테크놀로지의 극단적 발전이 초래할 비극을 보는 눈이다.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새롭게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데이터를 토대로 한 계급사회, 고삐 풀린 유기체 인공 지능의 반인간적 행로, 괴물로 변한 인공지능 대 인간이라는 대결 구도 등은 많은 SF 영화나 소설에서 제기되어 온 문제의식 아닌가.

「의자, 날다」는 우리 학교 현실에서 큰 문제의 하나로 꼽히는 폭력을 다룬 작품으로, 현빈과 순호라는 두 친구의 관점으로 나뉘어 서술된다. 친구 순호가 당하는 폭력을 저지하려다 자신이 가해자로 화하는 현빈의 일인칭 시점의 촘촘한 심리 묘사는 매우 긴장감 있게 읽힌다. 하지만 무저항으로 일관하던 순호가 현빈의 변모를 보며 행동으로 나아가게 되는 일종의 성격 변화는 상대적으로 덜 촘촘하게 읽혀서 아쉬웠다. 또한 순호가 만화를 그려 그간의 정황을 증거로 남길 수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일었다.

「달려라 자전거」는 작정하고 귀촌한 것이 아닌 한, 대개는 실패한 가족의 정착지가 되어버린 우리 농촌의 현실을 배경으로 네 청소년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실감나면서도 무겁지 않게 그려 보이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톡톡 튀는 문장으로 매력을 발산하던 캐릭터들은 더 참신한 전개로 나아갈 가능성들을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자와 친구 록이의 러브 라인이라든가 문화재 보호와 독립운동가의 아내를 위한 SNS 운동 같은 스토리 중심으로 화하면서 여느 청소년소설을 읽는 듯한 기시감을 일으켰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무엇보다도 발상이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1인칭 화자는 읽는 순간 그 안의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입력되고 편지 속 글자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 악마의 편지를 어느 날 우연히 읽게 된다. 화자는 역시 악마로 추정되는 편지 속 수신인을 찾아 나선다. 정말 악마를 만나게 될까? 아무리 수련 악마라 하더라도 뭔가 악마적인 요소가 어떤 식으로든 작동되지는 않을까? 이런 궁금증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이처럼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가운데 적절한 완급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솜씨는 장점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판타지에서 흔히 보이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인간을 악마의 ‘딴지’에 대해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린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화자는 겉보기에는 이타적인 자신의 행동이 결국은 자신의 욕망이었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흔히 생각하는 악마적 요소를 전복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써 악의 본질과 자기 안의 악이라는 문제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높이 사서 비록 다소 거친 문장과 대화에서 보이는 직설적 교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유례가 없는 폭염이 연일 쏟아지는 여름, 귀한 원고를 읽게 해주신 응모자 여러분께 더 뜨거운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