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픽션상

bir_awards_logo_d 제1회 수상작 김혜정 장편소설『하이킹 걸즈』부터 제12회 수상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까지, 매 회 수상작들이 출간될 때마다 평단과 청소년 독자 및 성인 독자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블루픽션상이 국내 청소년 문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등단의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당선작

당선작:김혜정「하이킹 걸즈」

심사위원:(예·본심)김경연,성석제,정이현

본상:상패

부상:2,000만원(선인세),특전 볼로냐 도서전 참관

시리즈 블루픽션 26 | 김혜정
연령 14~1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5월 3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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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제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 결정되었다.
지난 4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블루픽션상에는 판타지, 역사 소설, 학원 소설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청소년 장편 소설 총 44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예·본심의 심사 과정을 거쳐서 김혜정의 「하이킹 걸즈」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심사 위원으로는 예, 본심 통합하여 아동 문학 평론가 김경연 씨, 소설가 성석제 씨, 소설가 정이현 씨를 위촉하여, 예심으로 응모된 44편을 각각 15편, 15편, 14편씩 맡아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6편을 본심작으로 천거하여, 지난 6월 27일 오후에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김혜정 「하이킹 걸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특히 참신한 소재 선정과 현실감 있고 안정된 문장력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당선작은 2008년 4월 경에 책 출간과 함께 제1회 블루픽션상 수상 작품으로 공식 발표한다.


 심사평

김경연 (아동 문학 평론가)

청소년문학상 응모작들을 읽다보면 늘 드는 생각들이 있다. 왜 하나같이 “예측가능”인가, 하는 점. 독자가 재빨리 예측할 수 있는 사건 전개와 갈등 해결은 독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문학작품을 읽는 재미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물론 문학작품의 재미는 문체에서도, 늘 지나치던 사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서도,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과 성찰의 깊이에서도, 모르던 혹은 별로 생각지 않았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는 데서도 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재미도 없이 대부분 흔히 다루던 것을 흔히 다루던 방식으로 제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왜 많은 응모작들이 작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날 것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는가, 하는 점이다. 자서전을 의도했다면 모를까, 그 경험의 현재성을 반성하며 어떤 보편성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어떤 식으로든 보여야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확보하지 않겠는가.

본심에 오른 여섯 작품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벗어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어서 쉽게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었다.

학원소설에 속하는 <매직블루>는 그래티피의 주인공을 궁금하게 만드는 추리형식을 도입하여 끝까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장점이 있었으나 그 이상의 것이 부족했고, <흔들리면서 파래지기, 파래지면서 흔들리기>는 70년대를 무대로 젊은 날의 방황과 사랑, 성장을 톡톡 튀는 언어로 담아내는 장점이 있었으나 감수성이라는 면에서는 요즘 청소년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일었다. 축구 유학을 다룬 <뗀딸 임포시블>은 흔하지 않은 스포츠소설인데다가 성숙의 과정에서 겪는 갈등의 진폭도 살아있고 낯선 풍물이 흥미로웠지만 아동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킹 걸즈>는 반성되지 않은 채 들어있는 몇 가지 고정관념, 이미 상황과 인물의 설정에서부터 쉬운 해결을 예고하는 갈등, 사회적 시각에의 결여가 걸렸으나 소재의 새로움과 그 소재를 픽션으로 엮어보려는 노력, 문장 및 구성의 안정성이라는 면을 앞으로의 청소년소설의 가능성과 연결시켜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성석제 (소설가)

본심의 대상이 된 여섯 편의 작품 가운데 세부적인 가공이 가장 뛰어난 작품은 <흔들리면서 파래지기, 파래지면서 흔들리기>이다. 오래도록 가다듬은 흔적이 역연하고 작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내용에 대한 애정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 때 그 시절’에서 더 나아가 오늘과 접합되는, 설득력과 공감이 부족했다. 이렇게 되면 소설이 ‘허구적이고 사적인 역사’가 되고 만다.

<숭어> 역시 사적인 회고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시절 농촌 마을의 어린이들이 오늘의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교감할 수 있는 면모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달려라 달려>는 제주라는 지역과 지역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빽빽한 문장에 비해 사소한 실수가 잦았다.

<뗀탈 임포시블>은 축구 유학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런 경우 세부는 정교해질 수 있는 대신 소재에 함몰될 우려가 있는데 이 작품은 경계선 정도의 보편화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직 블루>는 오늘, 현재의 청소년이 살고 있는 보편적인 현장인 학교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구별된다. 무엇보다 소설다우며 ‘허구의 진실성’을 포착할 수 있는 재능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 ‘현장’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은 마치 3차원의 시각을 가진 설계자가 2차원적인 존재들을 내려다보면서 일일이 성격과 움직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전형적이다. 이러한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느낌 때문에 현장성과 설득력이 줄어들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하이킹 걸즈>는 청소년의 비행과 비행에 따르는 처벌의 대용으로서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특이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가의 발랄한 태도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처벌이 아닌 ‘하이킹’이라는 설정만큼 자칫하면 무겁고 도식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냈다. 이 경쾌함은 문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전통이나 관념적인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어느 때는 거칠고 건너뛰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몸으로 맞서고 땀 흘리며 만들어 낸 실감으로 메워나가고 있다. 청소년기 혼란스러운 정체성 때문에 일어나는 비행을, 몸으로 지워나가는 ‘길 위의 문학’으로서의 생기와 희망이 느껴진다.

 

 

정이현(소설가)

응모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청소년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과 마주 해야만 했다. 청소년 문학에 대한 개념이 채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응모작 전반에 걸친 장르와 범주의 혼란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투고된 작품들을 보면, 판타지나 SF 같은 장르문학의 문법을 차용한 것들도 있고, 어린이문학의 세계관이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다만 주인공의 연령대를 약간 높인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혼란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가 문학 제도로서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이야말로 청소년 문학이 여러 가지 열린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좋은 청소년 소설이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 소설 역시 ‘문학’이므로 일정한 문학적 완성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응모작들이 소설 문법의 측면에서 볼 때 미흡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과 ‘이야기’의 차원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인물과 시점, 구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요즘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보다는 성인의 시각에서 청소년의 경험을 재단하는 등의 피상적인 시선이 많아 아쉽기도 했다. 이를테면 청소년의 성경험과 이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지나치게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여 청소년 독자에게 읽히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본심에 올라온 여섯 편의 작품은 몇 가지로 유형화시킬 수 있다. 우선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의 소설이 있었다. <흔들리면서 파래지기, 파래지며 흔들리기>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데, 이 작품은 일인칭 화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가 돋보였고,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짝사랑에 얽힌 성장기를 1970년대를 배경으로 안정적으로 소설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왜, 지금,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시대가 2007년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외국 체류 경험을 소재로 한 소설들도 한 유형을 형성했다. <덴딸 임포시블>은 브라질 축구 유학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청소년의 소소한 좌절과 성취를 풍부한 취재를 통해 그려 내었다. 그러나 정보 나열 위주로 짜인 전개방식, 정형적이고 관습적인 캐릭터 설정의 측면 등에서 아쉬웠다.
<하이킹 걸즈>는 비행을 저지른 두 소녀가 그 교화과정으로서 실크로드 횡단을 하는 여행기를 서사화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발상과 설정 자체가 참신하다고 할 수 있고,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현장성, 발랄한 문장과 풋풋한 감수성 등이 인상적이었다. 실크로드라는 특수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소설 표면에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과 에피소드가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이만하면 청소년 문학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되어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당선자에게 따뜻한 축하를 드리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