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상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김예은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심사위원: 유문조(그림책 작가, 번역가),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심사 경위

제4회 사각사각 그림책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3월 31일 원고 응모를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사각사각 그림책상에는 총 42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그림책 작가 및 번역가 유문조, 그림책 기획자 및 번역가 이지원 님을 위촉하여 4월 29일 비룡소 본사에서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심에 오른 총 4편을 논의한 결과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를 대상작으로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본심작

『꼬리가 필요해』
『선물이야』
『으쌰으쌰!』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심사평

정성스러운 작품들을 한 권 한 권 먼저 만날 수 있어서 즐겁기도 하지만, 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는 심사였다. 올해 응모작들에 관한 종합적인 인상은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표현의 대부분을 글에 의지하고 있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그림책은 글이라는 언어와 그림이라는 언어가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장르이다. 글과 그림을 비교하자면, 그림이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림책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이 그림으로 표현되고, 글은 짧아지며 간단해지고 있다. 더욱이 연령대가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각사각 그림책’은 그림 표현에 더 무게 중심이 있는 그림책이다.
이를 중점으로 심사하여 4권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으며, 그중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가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멋진 작품을 기대한다.

『꼬리가 필요해』
장난감 인형인 공룡의 꼬리가 없어져 슬퍼하는 주인공에게 온 가족이 아이디어를 내어 다양한 꼬리를 만들어 주며 주인공을 위로하고 즐기는 이야기이다. 아이의 슬픔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여 마음이 흐뭇해진다. 각자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개념의 꼬리를 만들고 그것이 또 새로운 놀이로 전개되는 과정이 즐겁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가득 채워진 그림과 글이 이야기 전개를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글과 그림이 좀 더 감각적이고, 화면 전개에 리듬감이 생기면 더 즐거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으쌰으쌰!』
요정들을 등장시켜 사계절의 모습과 각 계절에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따스한 색감으로 표현된 계절의 모습들이 서정적이다. 시각적으로는 계절의 이미지가 잘 느껴지지만, 페이지 각각의 글과 그림을 읽어나가면 그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그림과 글이 표현하는 서로 다른 이미지, 현실과 상상의 부자연스러운 연결, 시점의 혼란스러움 등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중하며 따라가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그림책의 내용이 사각사각 그림책의 대상 연령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물이야』
한여름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리드미컬하게 잘 표현했다. 시원한 색감,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전개로 시각적으로 유쾌한 즐거움을 준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빗방울이 왕관이 되고, 왕관이 선물이 되는 설정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 그리고 빗방울이 왕관의 모습이 되는 것은 사람의 눈으로 포착하기는 매우 어려운 모습이다. 순간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왕관의 형태로 고정시켜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함을 느낀다.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상의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메시지가 쉽게 전달되는 작품이다. 무채색의 알이 색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색과 형태를 만나는 것으로 표현되어, 독자에게도 즐거운 여행을 시각적으로 선사한다. 페이지를 넘기며 만나게 되는 색의 주체와의 만남은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알이 여러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연출은 강한 색상이나 대담한 형태에서 올 수 있는 시각적 긴장감에 감정적인 부드러움을 더해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또 색을 갖게 되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아이들이 색을 한층 더 풍요롭게 즐기도록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서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어 두어 가지 짚어 보겠다.
첫 번째로는 알이 색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 동기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무채색의 환경(표지에서 본문 시작까지 색의 존재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에 있던 알이 색이란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왜 색을 찾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남는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되었던 직전의 내용과는 달리,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결말로의 전개가 다소 교육적이고 설명적으로 정리되고 있다. 앞서 보여 주었던 즐거움이 덜어지는 감이 있다.
그림책은 책 전체를 디자인하여 표현하는 장르이다. 본문 이외의 다른 부분도 표현에 활용한다면 한정된 분량 때문에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겠다.

유문조(그림책 작가, 번역가)

『꼬리가 필요해』
오랜만에 본,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는 원고였다(재미있는 책을 쓰실 분 있으면, 빨리 그림책 세계로 오시라, 우리는 모두 목마르게 그런 작가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가 일어나서 우는 아이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달려드는 가족의 모습과 그들이 내놓는 해답은 각각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다 읽고도 하나하나의 이야기 조각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원고를 여러 번 들춰 본 기억도 좋았다. 전체적인 흐름이 명확한 이야기인데도 하나의 사건마다 서로 다른 작은 이야기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림책은 그림 자체로도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어려운 장르이다. 『꼬리가 필요해』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너무나 공평하게 다루고 있어, 어떤 것이 중요한지 보이지 않는다. 그림에서 필요불가결한 것들만 남기고, 화면에서의 강약을 조절하는 작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선물이야』
모양 놀이에 바탕을 둔 상큼한 작품이다. 비 오는 여름날처럼 싱그러운 초록과 파랑, 능숙한 수채의 기분 좋은 투명함이 장면 장면 가득하다. 그래서 빗방울의 튀기는 모양이 ‘왕관’을 닮았다는, 단 한 가지의 아이디어로만 책이 시작하고 끝났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어린 독자들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독자가 즐거워할 만한 작품을 기대할 수 없을까? 대담하면서도 시원한 작가의 화면 구성을 보면, 모양과 색깔에만 바탕을 두더라도 보는 이들을 기쁘게 하고 충만하게 할 만한 책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발전을 응원한다.

『으쌰으쌰!』
픽션이면서도 논픽션인 책, 자연현상과 과학을 말하면서도 상상의 세계를 그린 원고라는 점에서 바로 눈길을 끌었다. 사계절의 변화에 대한 수도 없는 이야기를 나만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궁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그림은 편안하면서도 귀엽고, 보기 쉽게 간략화했음에도 적절하게 사실적이다.
자연의 변화를 이끄는 힘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포근하고 좋았으나, 글은 전체적으로 설명적이다. 이를 작가의 장기인 아기자기한 그림 이야기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공모전이기 때문에 그런지 응모작 중 의성어 의태어를 제목으로 하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대체로 작품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도 있는 제목들은 작가의 의도를 나타내지 못하거나, 작품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는 작품들이었다. 이에 비해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는 강렬하고도 세련된 색깔의 사용, 명확한 메시지의 전달,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결성이 뛰어났다. 제한된 색채 속에서도 대담하게 화면을 전개하는 작가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잘 만든 색깔 그림책이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페이지 구성에 있어서 가장 알맞은 해답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어린이들에게 주어질 좋은 책이 될 때까지의 길이 아주 가까운, 열심히 만들어진 작품을 뽑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대상작뿐만 아니라 본선에 언급된 모든 작품과 작가들에게,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원고를 만들고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공모전에 도전하는 많은 창작자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