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누구나 가지고 놀던 인형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을 것이다. 그건 무생물의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친구로서 추억속에 자리잡는다. 또한 내가 잠들고나면 인형들이 저들만의 세계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움직이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거라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엉뚱하다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어릴적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이런 일은 점점 줄어든다.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이상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형이 더이상 친구가 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일까.
인형을 만들고 모으는 취미를 가진 할머니가 있다. 인형 할머니라 불리며 할머니네 집도 인형의 집이라고 불린다. 직접 인형과 옷을 만드는 할머니의 첫 인형은 큐피 인형이였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인 아저씨에게 선물받은 인형이다. 그 인형으로 인해 지금까지 인형을 사랑하는 할머니로 살아온 것이다. 인형의 집이라 불릴만큼 할머니네 집에는 많은 인형들이 있다.
할머니는 인형의 집도 꾸민다. 여느 집처럼 응접실, 주방, 침실, 욕실 등이 있다. 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품들도 꾸며주었다. 말그대로 인형들이 살 수 있도록 집을 꾸며준 것이다. 삽화를 통해 만나는 인형의 집을 보면서 나도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예쁘게 꾸며진 공간에 있으며 저절로 행복이 느껴지지 않을까.
할머니는 예쁘게 꾸며진 집에 인형 가족들을 만들어준다.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신사, 아기를 업은 엄마 인형, 금발 머리에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사내 아이 인형, 귀엽고 야무진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 인형을 인형의 집안에 넣으면서 한 가족이니 정답게 지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할머니의 말처럼 가족처럼 지낼수 있을까.
가족이 된 인형들에게는 사연이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들은 인형들을 통해 또다른 이야기를 만난다. 예쁜 모습과 달리 상처들이 담겨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처를 보듬어 준다. 그러면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살았던 인형들이 모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족이 될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다. 조금은 서툴지만 가족이 되어가는 인형들의 모습을 만난다. 마지막에 만나는 인형들의 가족사진을 보면 따뜻함이 전해진다.
우리들은 인형들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있는 인형들이 이제는 혼자가 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가족의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우리들에게 있어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고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