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Z] 핵전쟁 후 살아남은 소녀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SF 스릴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3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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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다. 지금껏 누적되어 온 인류 문화가 파괴될 것이 뻔하고, 어쩌면 인류 자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어짜피 하루 아침에 다 같이 없어진다면 걱정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다면? 지구에 살아남은 최후의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끔찍한 핵전쟁 후 방사능에 피폭된 지구.

자신을 최후의 사람이라 생각한 소녀와 한 남자가 벌이는 치열한 생존

뉴베리 상 수상작가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이색적인 SF 스릴러 (책뒷표지 中) 

이 소설《최후의 Z》는 191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로버트 C. 오브라이언이 1973년 세상을 떠난 뒤 남긴 노트를 바탕으로 아내와 딸이 완성했다. 초반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건드려주며 끝까지 붙들어나가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소설은 ’5월 20일’부터 시작된다. 앤 버든은 ‘두렵다’는 심정을 고백하며 글을 이어나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앤은 전쟁이 끝나고 전화가 불통이 되자 아빠와 조지프, 사촌 데이비드가 주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트럭을 타고 나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오그덴타운에는 시체들뿐이었다고, 참혹하다고…. 가족들은 나중에 한 번 더 여행을 떠나는데, 그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들이 모두 죽었다고 확신한다.

 

핵전쟁 후 살아남은 앤. 자신을 최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5월 21일의 일기에는 다른 이의 존재를 적어내려갔다.

때론 날씨가 어땠는지, 폭풍이 몰려왔다거나 특이한 점이 있었는지 기록했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나서 쓰기도 했다. 그런 걸 써 두면 내년에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쓸 게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았고 ‘글은 써서 뭐하나, 어차피 읽을 사람도 없는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언젠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네가 읽게 될 거라고. 내가 최후의 생존자임을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쓸거리가 생겼다. 내가 틀렸다. 나는 최후의 생존자가 아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9~10쪽)

 

누군가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문명 세계에서라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 말고 다른 생존자가 이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지? 미친 사람, 야비한 사람, 잔인한 사람, 포악한 사람, 살인자? 그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그 마음이 이해된다. ‘세상엔 혼자 있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그러면서도 걱정도 되었다가 다시 두렵기도 하고, 복합적인 심정이 전해진다. 방사능피폭으로 열이 오르고 아픈 그를 보며 걱정도 되고 살리고 싶어서 정성을 다한다.

 

그의 이름은 존 R. 루미스. 코넬 대학이 있는, 혹은 있었던 뉴욕 주 이타카 출신의 화학자이다. 루미스가 어떤 사람인지,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다보면 루미스가 왜 에드워드를 총으로 쏘았는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건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건강을 회복하며 루미스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을 하는지,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궁금한 마음에 한달음에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감정 때문에 언젠가부터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문득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흥분되고 기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매력적이고 다정한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가 회복된 이후로는 내가 그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79쪽)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할까. 최후의 생존자라고 생각하던 소녀가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1974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점도 놀랍고, 지금의 우리가 읽는 데에 시간의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동명의 영화가 최근 개봉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