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높이 판타지 ‘구스범스’

시리즈 구스범스 28 | R.L. 스타인 | 그림 이노루 | 옮김 이원경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7년 8월 1일 | 정가 9,000원

아이들이 연령이 높아갈수록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할 책이 더 많아진다.  온갖 분야의 학습과 지식 정보 책은 물론이고 창작 동화나 창작 이야기책 조차도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는 추천 도서 위주로 읽는 경우가 많다. 혹시 책 읽기가 싫다는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보다 책의 주는 부담이 더 먼저 다가온 것 아닐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이 과연 만화책밖에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 어떤 부담도 없이 이야기 그 자체의 힘에 흠뻑 빠져서 읽고 또 읽고 싶어지는 책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제목과 함께 표지는 섬찟하다. 용기가 업이 되는 책이라는 문구와 달리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읽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있다. 과연 이런 책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까? 섬찟한 표지의 모습과 같이  공동묘지가 배경 장소로 등장하고 유령이 주요 인물로 나타나는 이야기이다. 경고와 같이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오싹한 이야기일 수 있다. 시리즈명인 ‘구스범스’가 소름이라는 뜻이라는데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내려갈수록 공포의 느낌보다는 흥미진진함의 기분이 더 강해진다. 유령이 나온다고 해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저 유령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가 호기심이 생긴다. 등장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자신이 좇아간 이야기의 흐름이 책의 결말과 맞아 들어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책 읽기이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숨가쁘게 읽어내려갔다. 책을 다 읽고 아이는 다음 편이 궁금하다고 했다. 아이의 흥미는 만화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의 힘이 있을 때, 아이들은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이야기 속에 빠져있다 나온 아이가 어떤 지식과 정보, 그리고 교훈을 체득한 것은 아닐테다. 그렇지만 자신이 직접 해볼 수 없는 모험의 세계를 다녀온 아이들은 또 다른 모험이 궁금해질 거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자신만의 쉼터가 필요할 때 구스범스의 공간에 다녀오면 좋을 듯 하다.

p.s)

고릴라박스에서 나온 구스범스 책을 새로 만났는데 내게는 10년 전에 발행된 다른 판의 책이 있다. 출판사 타란튤라에서 2005년 초판 1쇄 발행된 책인데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듯하다. 10년이 지나 새로운 출판사에서 발행되면서 판형은 더 컴팩트하게 줄어들고 번역체도 조금 더 간결해져서 아이들이 읽기에 좀더 편한 버전으로 바뀌었다. 또한 이번 판에는 없었던 그림 삽화가 들어가서 어린이 책의 느낌이 더 강해졌다. 표지만 유령이 등장하더라도 좀더 산뜻한 컬러로 배경을 잡아주는 것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의 움찔함이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