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없는 뽑기 기계
꽝 없는 뽑기 기계라…
멀지만 않다면 당장 가보고 싶은 아이들이 많을거예요.
저는 때 묻은, 많이 속아 본 어른이라 그런지
뭔가 속임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꽝은 없지만 뽑기 금액 정도의
물건이 나오는 기계겠지 싶었죠.
하지만 제목에 끌렸던 건 사실이에요 ㅎㅎ
학교 앞 문구점의 뽑기 기계에서는
1등이 나오면 상품으로 다이노폴리스 로봇을 받을 수 있어요.
희수를 포함한 아이들은 1등을 뽑고 싶어서 뽑기를 즐겨했지요.
하지만 희수는 이제 뽑기를 하지 않아요.
어느 날 희수는 한 남자아이를 따라
꽝 없는 뽑기 기계가 있는 곳에 가게 됩니다.
망설이던 희수는 꽝이 없는 뽑기 기계라는 남자아이의 설득에
결국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려요.
정말 1등이 나왔죠!!
상품은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요.
사실 희수가 뽑기를 안 하게 된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토리가 <꽝 없는 뽑기 기계>를 저보다 먼저 읽었는데
제가 어떤 내용인지 얘기해달라고 하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어요.
제가 읽어보니 꿈인지 현실인지 상상인지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더라구요.
충격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희수에게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치유’의 의미였어요.
꽝 없는 뽑기 기계.
달콤한 유혹처럼 느껴졌던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제 예상과는 달리 사고 후 충격과 죄책감으로 실어증에 걸린
희수의 치유 과정이 담긴 이야기였어요.
사실 슬픈 이야기이기도 해서 저는 눈물이 핑 돌았었네요.
서평을 쓰다보니 저도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렸을 때 아빠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는데,
아궁이의 불에 아빠가 화상을 입으신 적이 있어요.
그것도 얼굴에 화상을 입으셨죠.
죄책감에 제 기억에서 지운지 오래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눈물이 왈칵 ㅠㅠ
아빠는 한 번도 제 탓이라고 하신 적이 없었기에 지금 더 눈물이 나네요.
고통스럽게 치료를 받으셨지만 회복되시긴 하셨으니 정말 다행이죠.
살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많이 겪게 되고 힘든 순간도 많죠.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힘이 들 때도 있구요.
어른들도 극복하기 힘든 일들도 많지만,
아이들이 <꽝 없는 뽑기 기계>를 읽고
죄책감에서 벗어나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