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나일 때는 집이 그

아이가 하나일 때는 집이 그다지 지저분하거나 어지럽지 않았는데 둘이 되고 나니까 정말 정신이 없다. 여기 치우면 저쪽에서 어질르고, 저쪽을 치우고 보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 내고..아이들 체력을 따라 잡기에 나는 역부족인 것 같아서 대강 치우고 살기로 마음 먹었더니 한결 편하다.

집이 말끔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도 못 할 노릇이다. 정말 매일 매일 폭탄 맞은 집처럼 엉망이어도 안 되겠지만 집이 좀 지저분해져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큰 아이는 제법 가위질도 하고 색종이로 꼬물꼬물 뭘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가위로 오리고 풀칠하고 접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 둘쑥이와 날쑥이의 종이 나라 여행 >을 골랐다. 아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좋아하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좋지만 그것도 잠시…우리집은 종이 폭탄을 맞은 것 처럼 변했다. 그래도 아이가 뺨을 사과색으로 물들이면서 열심히 오리고 접고 풀 칠하는 게 예뻐서 옆에서 힘든거는 도와주면서 같이 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둘쑥이와 날쑥이의 활약도 시작된다. 둘이 있으면 꼭 사고 치는 친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한 친구는 뒷 수습하고…생김새도 한 친구는 날씬하고 다른 친구는 조금 통통하다. 둘쑥이 날쑥이는 쿵짝이 발 맞는 친구다.

둘쑥이와 날쑥이의 모함이 시작되면 정신 없다. 호랑이도 나오고 정글, 물 밑, 사막,빙하까지 안 가는데 없이 골고루 사방을 돌아다니는 통에 심심할 새가 없다. 다시 종이 나라로 와서 책상 위의 친구들에게 자기들 모험을 정리해서 들려주는 센스를 발휘하기까지 한다. 독자에게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 같다.

오리고 붙이느라 책 읽는 진도는 느리게 나가지만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한거번에 훌떡 읽어치우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작업하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입체 책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재미도 있고 아이가 자기가 책을 만들어간다는 기쁨도 주는 책이다. 제법 두툼하기는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생각날 때 마다 조금씩 하면 아이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둘째 때문에 언제나 둘째를 재우고 시작했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책상 주변에 치워야 할 종이들이 나오지만 그만큼 아이가 행복했을 걸 생각하면 그정도의 수고로움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