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산 날, 여섯 살 딸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10월 8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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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 날, 여섯 살 딸 아이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그대로 두었더니 다음 날 저 혼자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애는 며칠이 지나서야 책을 읽어 달라는데, 나는 하던 일이 끝나지 않아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그림책을 한 번 더 천천히 들여다본다.

엄마, 얘는 어렸을 때도 컸어.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첫 페이지에 안젤리카를 소개하는 내용이 퍽 재미있다. 갓 태어난 안젤리카는 엄마만큼 크지만 나무에는 오르지 못했어요. 이상하게 큰 아이, 안젤리카인데 태어나자마자 나무에 오르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강조되면서 안젤리카가 좀 평범해 보인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안젤리카는 보통 사람보다 열 배쯤 크다. 나는 미국 아이 안젤리카를 읽어주면서 자꾸 <마고할미>를 떠올린다. 우리 창세신화의 주인공 마고할미. 마고할미처럼 크고 힘 센 안젤리카는 늪에 빠진 마차를 가볍게 꺼내준다. 나는 생각해봤다. 안젤리카 이야기는 혹시 테네시 주에 전해 내려오는 영웅 신화 아닐까?

능청스러운 허풍이 재미있는 책이다. 곰 사냥 대회에 나간 안젤리카는 곰을 하늘 높이 날려버리는데, 너무 높이 날아간 곰이 되돌아오지 않자, 회오리바람으로 곰을 다시 잡아 온다. 안젤리카와 곰은 드잡이를 하다 지쳐서 잠이 드는데, 코고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나무들이 다 뽑혀버린다.

아이는 ‘코고는 소리가 크다’는 대목에서 삐삐 아빠를 떠올렸다.

이 책의 그림은 르네상스 기 영웅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안젤리카의 활약상이 도드라진다. 나무판 위에 그린 탓인지 뿌연 배경은 ‘모나리자’와 비슷하다. 그림 곳곳에는 작가의 유머를 찾는 재미가 있다.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