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2월 17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독일 청소년 문학상 외 1건

이 책은 우리 반 아이가 친구들이랑 함께 읽고 싶다고 학급에 일 년간 기증한 책이다. 아이들이 쉽게 보는 책과 비교해 볼 때 아주 조금 두께가 더하다고 아이들 손을 거의 타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200쪽을 조금 넘는 책이니 6학년 수준에서 두꺼운 책도 아니다. (아이들은 책의 두께를 페이지로 판단하지 않고 만져보는 느낌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종이 재질에 따라 책의 두께는 결정되는 것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 해 주지만, 그게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읽어보니, 큰 긴장감도 없고, 반전도 없고… 하지만, 이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 내려 갈 수 있어서 참 괜찮은 동화로 읽혔다.

주인공 ‘나’(이름이 본문 중에 나왔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다가 찾는데 실패했다.)는 일요일에 태어나서 일요일의 아이다. 일요일의 아이들에게는 늘 행운이 따른다고 하지만, 나는 행운과 거리가 먼 것 같다. 내가 사는 고아원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주말부모를 가진다. 진짜 부모는 아니지만, 주말이 되면 맛있는 것을 사 주거나 좋은 곳에 데려가 구경을 시켜 주면서 부모 노릇을 대신 해 주는 사람들을 주말 부모라고 하는데, 고아원에서 나와 바보같은 카를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주말부모가 있다. 그런데, 내게도 어느 날 주말 엄마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동화 속 주인공과 같은 운명은 내게 펼쳐지지 않는다. 나의 주말엄마는 돈 많은 부자집 마나님이 아니라, 차도 없는 가난한, 그리고 얼굴도 예쁘지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젊은 여자라서 엄마의 이미지랑도 너무 거리가 멀다. 하지만, 특이해서 더욱 좋은 주말엄마는 나를 일요일의 아이라 불러 준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만남을 통해 나를 입양할 것을 남자 친구와 함께 의논하고, 그 전에 두 사람이 결혼을 먼저 결정한 후 입양절차를 밟으려고 한다. 드디어 가족이 생기게 된 주인공 아이는 바보같은(?) 카를리에게도 친절히 대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카를리를 초대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카를리의 주말 누나가 되어 줄 것을 약속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해서 서툴지만, 나의 주말엄마는 내가 얼굴이 예뻐서 좋은 것도 아니고, 불쌍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유없이 내가 맘에 들어 가족이 되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참 가족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조건이 아닐까. 이유없이 마음에 드는 것.

일요일의 아이가 고아원에서 어떤 사람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한 아이의 진짜 누나가 되어 주려고 하니 참 반가운 일이다. 피를 나누지 않은 사람끼리도 자연스럽게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이런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조금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