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습으로 그려낸 외다리 병정 이야기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1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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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외다리 병정이야기를 현대에 맞추어 재해석해 놓은 책입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보니 볼 때마다 느껴지는 맛이 다른 책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글자가 없다보니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더 많은 갈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 않나 생각듭니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이 책에는 외다리 병정이 사랑했던 발레리나 인형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여자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바비 인형이 나옵니다.  작가는 안데르센의 작품 속에 그려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 대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묶인 외다리 병정과 바비 인형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펼치면 이사를 오면서 집을 수리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뜯겨진 마루 바닥 속에 외다리 병정이 버려져 있고… 집을 수리하던 사람은 그 외다리 병정을 자신의 아이에게 건네줍니다.  그 어린 아기가 자라서 소녀가 되고… 그 소녀에겐 장난감들이 많이 있는데 그 장난감과 인형들 속에서 금발의 파란 눈을 한 예쁜 바비 인형이 보입니다.  
외다리 병정과 그 바비인형은 어쩌면 그 소녀의 다른 장난감과 인형들 속에서 이미 사랑을 싹틔웠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설핏듭니다~^^. 그래서 혹, 헤어지지 말자고 굳은 약속이라도 하지 않았을까요?~ 마지막까지 계속 함께 하는 그 두 인형의 모습 속에서 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 봅니다^^. 

시간이 흘렀을까요? 소녀가 제법 자라서 이젠 장난감과 인형보다는 컴퓨터에 더 빠져 든 모습입니다.  그 소녀는 이젠 가지고 놀지 않게 된 장난감과 인형들을 까만 쓰레기봉지에 가득 버리고는 다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뭉치들 사이에 놓인 그 장남감을 가득 담은 까만 쓰레기봉지… 지나가던 소년이 그 쓰레기봉지에서 삐죽 나와 있는 외다리 병정을 꺼내어 신문지로 종이배를 만들어 그 병정을 하수도로 향하는 수로에 띄웁니다.  그 외다리 병정을 꺼낼 때에 아마도 바비인형이 바닥에 떨어진 모양입니다. 마침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의 물질에 의해 바비인형이 먼저 수로에 떨어지고 뒤이어 그 종이배를 탄 외다리 병정이 흘러가다 하수도 구멍으로 쓸려 들어가면서 먼저 떨어진 바비인형의 옷에 외다리 병정의 총칼이 끼게 됩니다. 
두 인형의 운명의 끈은 참 대단합니다. 그 찰나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흩트러졌다면 영영 헤어지고 말았을테니 말이죠~.
그렇게 서로 서로 끼이고 엮인 채로 두 인형은 바다로 흘러 내려가고 물고기에게 먹혀서 배 속으로, 그 물고기가 그물에 잡히자 이젠 오물과 함께 쓰레기 처리장으로, 그리고는 어느 난민 아이의 손에 들려져 놀잇감이 되었다가, 여행자에게 팔려서 비행기에 실려 어느 땅 어느 박물관에 정말 그럴듯한 모습으로 함께 진열됩니다. 

도시의 건물들, 거리의 모습, 물고기를 처리하는 모습이나 오물 쓰레기장 등등 묘사된 그림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주인공인 외다리 병정과 바비 인형이 작아서 일까요~ 그 인형들과 함께 그려진 사람의 모습은 아주 거대한 거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쓰레기장 주변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다른 그림들처럼 매우 사실적이다보니 그 그림만으로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아이를 즐겁게 해 줄 인형을 손에 넣고 기뻐했을 엄마의 마음과 빈 깡통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주는 아빠의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그 부모의 사랑은 가난하던 부자이던 똑같은 것인데, 그 장난감이 어느 여행객의 눈에 이야기꺼리로 띄게 되고 단돈 1 달러에 팔려 가는 모습은 참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흑인 아이의 손에서 놀잇감이 되었을 때 아프리카 토속 의상을 입게 된 금발머리의 파란 눈 바비인형, 그리고 유럽군대 의상을 입은 병정… 그들이 진열된 박물관 코너가 아프리카관이라는 사실에, 삐뚤어져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롱하는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자는 전혀 없지만 글자있는 그림책보다 더욱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우리아이들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낼것이고, 그림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 낼거라 생각듭니다. 참으로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