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너트메그 공주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9월 14일 | 정가 9,000원

「노래하는 너트메그 공주」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색감이 화려한 그림책이다. 만약 책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이 책이야말로 이국적인 향내가 물씬 풍길 만큼 강렬한 색채와 신비한 분위기로 가득 휩싸여있다.


이야기를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한 세상과 만나게 된다. 해, 우물, 항아리, 새, 개, 집, 염소 등 모든 그림에는 단일 이미지로 표현하지 않고 그 그림 속에 또 다른 세상을 함께 그렸다. 그래서 그림책 속의 모든 이미지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연과 사물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카리브 해의 향신료 섬에서 가장 맛좋은 과일을 수확해서 파는 ‘꼬마 할머니’는 작은 키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통에 사람들에게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라고 여겨지며 수군댄다. 할머니가 파는 과일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너트메그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는 바로 너트메그를 수확할 때 그 향이 공중에 퍼지면 산 위에 있는 호수에 짚으로 엮은 대나무 뗏목을 타고 영혼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너트메그 공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공주를 본 사람은 꼬마 할머니뿐이라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꼬마 할머니의 말씀을 유일하게 믿고 있는 아글로와 아글로를 믿는 여자친구 페탈은 육두구 나무에 꽃이 피자 할머니에게 언제 너트메그 공주를 만나러오면 볼 수 있는지 물은 뒤 너트메그 향기가 떠다니는 이른 새벽에 호수에 다다른다. 그리고 아글로는 자신이 믿음대로 꼬마 할머니 외에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너트메그 공주를 보게 된다. 이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자 사람들은 공주의 머리에 달린 다이아몬드에 욕심을 부리고 매일 새벽 호숫가로 몰려든다. 이 사람들이 모두 너트메그 공주를 볼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성 어거스틴의 ‘믿음’이란 글이 떠올랐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보상은 믿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면 믿으려들지 않는 사람들, 증거가 있어도 물질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고 그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거나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노래하는 너트메그 공주」는 진심이 없으면 결국 눈앞에 있는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도 알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아글로와 페달에게 너트메그 공주가 남기고 간 말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작정 믿고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을 세상에 전하고 꿈을 따라가며 갖는 믿음은 불가능이 없게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