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치유가 있는 환상의 나라, 웨슬리나라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8월 8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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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내 관심사가 따돌림과 폭력이라는 주제이기에, 그런 책들을 뒤적거리다가 『웨슬리 나라』라는 책을 발견했다. 이건, 뭐, 거의 충격이었다. 같은 주제의 다양한 읽기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 같은 책은 없었다. 이 책은 굉장히 따듯하고, 긍정적이고, 신나는 책이다. 아무래도 따돌림이라는 주제를 다루려면 피해자가 나오기 마련이고, 피해자의 상태는 슬퍼보이기 마련이다. 이유가 있든 없든, 친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아이를 본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동문학 작품에서는 거의 화해하면서 끝을 맺거나 아니면 가해자가 잘못을 깨달으면서 끝이 난다. 청소년 문학의 경우는 열린 결말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다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의 입장을 슬프게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인 웨슬리는 너무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웨슬리는 축구를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밀지도 않는다. 마을에서 피자랑 탄산음료를 싫어하는 아이는 웨슬리밖에 없다. 그런 웨슬리를 보는 엄마와 아빠는 웨슬리가 따돌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웨슬리는 친구가 없다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들을 맘껏 쌓아 놓고 읽는 웨슬리의 표정은 밝다. 아주 특별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웨슬리는 배운 것들을 써먹기로 한다.
 

  서쪽에서 불어 온 바람이 밭에 씨를 뿌리고, 웨슬리는 새싹을 잘 키우기 시작한다. 그 식물은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웨슬리만의 식물이다. 열매를 먹고, 즙을 먹고, 껍질로는 컵을 만들고 알뿌리를 구워 먹는 등 웨슬리는 자신 만의 생활을 즐긴다. 껍질을 벗겨 모자를 만들고 속껍질로는 옷을 만든다. 씨앗에서 짠 기름으로는 선탠로션을 만들고 줄기를 해시계 삼는다. 셈법, 놀이, 글자까지 웨슬리는 자신만의 나라를 탄생시킨다. 의미심장한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9월이 되자 개학을 했어. 웨슬리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었단다.”
 

  그림의 색감이 참 깨끗하다. 시원한 푸른 색, ‘살랑살랑이’의 붉은 색이 선명하면서도 개운하다. 웨슬리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있는 특별함을 즐긴다. 그렇기에 확실히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들과 비교해서 튄다. 그러면서도 주제는 간명하다. ‘너 자신을 믿어라.’ 작가는 그 한마디를 하고 있다. 그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굉장히 크다. 억지 화해도 없고, 가해자의 눈물도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대 이상으로 해결된다. 선입견을 깨는 작가의 창의성과,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믿고 응원하는 마음이 아주 멋진 그림책이다. 그림도 뛰어나다. 웨슬리가 얼마나 특이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청진기 같은 기구를 만들어 부모님의 이야기를 엿듣는다든지, 싫어하는 피자를 다트판에 꽂아 놓고 다트를 던진다든지 말이다. 굉장히 세세하게 웨슬리라는 아이를 탐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랑살랑이’라는 새로운 풀과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 나가는 웨슬리의 모습도 멋지게 그려낸다. 그림 안에 웨슬리와 웨슬리 나라가 확고하게 구축되어 있어서 이야기는 신뢰성을 얻는다. 그림과 글을 따라가며 마음껏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원색적이면서 경쾌하고, 깨끗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색깔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만족과 기쁨을 준다.
 

  읽는 내내 이렇게 좋은 텍스트는 여러 가지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충고를 하면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이 책은 굉장히 건강하고 즐거운 책이다. 기죽을 것 하나도 없다고, 너 자신을 믿고 인생을 즐기라고, 그러면 친구들은 저절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힘내라는 작가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 어떤 판타지 세계보다 아름다운 웨슬리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