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학교 관리인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0월 20일 | 정가 10,000원

황금 열쇠의 비밀

만약에 우리 아빠가 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지저분한 곳을 청소도 해주고, 망가진 곳을 고쳐도 주고, 전기와 수도를 관리해 주는 관리인이라면 나는 어떨까? 나도 이 책의 주인공 잭처럼 아빠를 창피해할까? 복도를 청소하고 화장실을 치우는 아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도망 다니게 될까? 그런 아빠를 우습게보고 놀리는 못된 친구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이런 관리인은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분이시다. 우리 학교에도 이 모든 일을 관리해 주시는 관리인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아저씨의 연세는 60정도 돼보이시는데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살피시느라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신다. 학교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까지 일하시는 분이 관리인 아저씨이다. 교문을 열어 등교하는 차량 교통지도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날마다 낙엽을 쓸어내느라고 허리 한 번을 제대로 못 펴시고, 눈이 내리는 날엔 혹시나 눈길에 우리들이 미끄러질까봐 내리는 눈을 다 맞으시며 눈을 쓸기 바쁘시다. 힘든 일, 궂은일은 모두 관리인 아저씨가 도맡아 하시니까 우리들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가르쳐 주시고, 관리인 아저씨는 우리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킴이 역할을 해주신다. 그런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들은 공손하게 인사드리고 아저씨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례를 해주신다. 우리들은 알고 있다. 학교에서 관리인 아저씨는 꼭 필요한 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잭은 우리들 생각과는 다른가 보다. 학교 관리인인 아빠를 창피하게 생각하고 골탕 먹일 계획이나 꾸미는 걸 보면 말이다.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잭은 저지르고 만다. 음악실 책상에 ‘초강력 껌 폭탄’으로 엉망을 만들어 놓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 반성은커녕 삼 주 동안 아빠를 따라다니며 조수 노릇의 처벌도 모두 아빠 탓처럼 여기며 빈정거린다.

이런 잭의 행동을 보고 이 책을 함께 읽었던 내 친구는 잭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택시기사인 아빠의 택시를 타고 학교에 왔을 때 친구들 보기가 부끄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얘기했다. 다른 친구들 아빠는 자가용을 타고 오시는데 자신의 아빠는 택시를 타고 오셔서 창피했었다고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잭의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이해가 안 갔다. 아빠의 일을 거들어드리지는 못할망정 아빠를 놀리듯 책상에 껌이나 붙이고, 친구들의 놀림이 싫었으면서 정작 잭 본인도 아빠를 놀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잭이 언제까지나 아빠를 원망만 하면 어떻게 하나? 이야기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잭이 아빠를 존경하게 될까? 이런 조바심과 걱정을 하면서 책을 읽어갔다. 하지만 내 걱정은 관리인 사무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밀 열쇠 두 개 때문에 봄눈 녹 듯 말끔히 해결되고 만다. ‘종탑과 터널 안 비밀 장소!’ 비밀 열쇠 두 개는 종탑과 터널 문을 열수 있는 열쇠이었다. 터널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뜻밖에 터널 안에서 지내는 에디를 만나고 다시 터널 밖으로 나왔을 때 다 알고서 잭을 기다리고 있던 아빠를 만난다.

두 사람은 처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항상 문제는 대화의 단절 때문인 것 같다. 대화를 나누니 이렇게 쉽게 해결될 거를 사람들은 가장 쉬운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을 왜 모르는지 모를 일이다. 특별한 장소도 필요 없고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닌 내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잭과 아빠도 그 화해의 가장 빠른 길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아빠는 잭이 다녀온 비밀 장소에 얽힌 특별한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부자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젊은 시절 힘들었던 때를 얘기하며 잭은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비밀 장소는 곤경에 처해 안전한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이 며칠 동안 머무는 곳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잭의 아빠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학교 관리인으로 열심히 사시는 아빠를 비밀 장소를 다녀온 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고, 관리인이란 직업은 아주 훌륭한 직업이라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앞으로 잭은 학교에서 일하시는 아빠를 만나면 달려가 반갑게 인사하고 아빠의 일을 도와드릴 것이다. 이젠 놀리는 친구들 앞에서도 아빠의 하시는 일에 대해 당당하게 대꾸할 수 있다. 잭은 아빠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