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

시리즈 무한 도시 1 | 아사노 아츠코 | 옮김 양억관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08년 12월 25일 | 정가 6,800원

no.6을 처음 받았을 땐 “이 쪼끄만 게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 작고 얇은 책은 엄청난 크기에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나를 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생쥐의 등장부터 책은 엄청난 비밀을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보이는 도시의 단적인 두 면은 왠지 낯설지 않다.

시온은 모든 것이 갖추어진 no.6도시에서도 고급 주택가인 크로노스에 살고 있는 선택된 인간이다. 능력 위주로 사람을 대하는 이곳에서 최고등급으로 인정되어 탄탄대로의 미래가 보장되는 시온은 생쥐를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완벽한 줄만 알았던 도시에서 의문의 죽음이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정부의 조작으로 시온은 순식간에 모든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이 책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것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건 비단 no.6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미래 도시로만 보이는 no.6가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과학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고 탄탄한 복지정책도 마련되어있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자유로운 시민보단 지배받고 있는 소모품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어쩐지 나라가 사람을 위한다기 보단 사용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no.6은 처음 볼 때부터 완벽하면서도 불안한 도시었다. 하지만 잠잠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도시도 다를 게 없다. 능력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인간성보단 능력이, 능력보단 돈이 중요시되는 이곳이 바로 no.6인 것이다. 사실 살다보면 농락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책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no.6의 시민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왜 그것을 믿고 있지?’ 하는 물음을 던진다. 단 한 번도 스스로 진실을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고 정부와 미디어에서 알려주는 사실들을 수동적으로 당연히 진실일 거라고 믿어버리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이 책으로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1편은 결말이 나지 않은 채 궁금증만 키워놓고 끝났지만 앞으로 이어질 내용엔 이 두 사람들이 진짜 진실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와는 다른 이 두 사람을 통해 조금 다른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한 번쯤은 제시해 주는 눈이 아닌 자신만의 비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