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기를

시리즈 블루픽션 52 | 오채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7월 1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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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조름 한 여름날이라.. 늘 책을 보기 전 제목을 생각한다. 언젠가 엄마께선 그런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딸, 넌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남보다 고민을 많이하고 자꾸자꾸 생각해. 그럼 넌 빛과 소금이 되있을 거야. 절대 없어선 안될 큰 비중이 있는 빛과 소금.”..눈을 떴다. 남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일. 앞서말하자면 이책은 내게 빛과 소금이다.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이책에게 너무나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자칫하면 이 책은 그저 후딱 읽는 깊이 얕은 책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나도 중반까진 직설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초아와 초아 눈에 그려지는 사체업자 엄마와 아빠가 다른 청록이. 그저 책장 잘넘어가는 성장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p.52 “악! 내 에르메스!” 엄마 팔에 감겨 있던 에르메스 가방이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아까까지 동정심에 호소하던 엄마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엄마는 빨랫줄에 널린 수건을 확 잡아 끌더니 허겁지겁 가방을 닦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이미 부엌으로 들어갔고, 상황은 이미 종료됐다.

p.71 엄마는 호들갑스럽게 고추를 널며 할머니 눈치를 살폈다. 할머니는 나한테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엄마한테는 무섭도록 차갑게 굴었다. 그러니까 진짜 내 편 같았다.

위 글을 보면 p.52는 초아눈에 보이는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말함으로써 우리가 마치 현장에서 그 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서술로 독자의 생각범위를 억제했다. 책을 읽으면서 초아 눈으로만 관찰 할 수 밖에 없었다. p.71을 보더라도 너무나 초아 시선에 비중이 들어갔다. 여고생인 초아의 문체로 서술하게 되니 가볍게 느껴지고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책을읽으면서 고민도 해보고 ‘지금 이런 상황으로 흘러가겠구나. 아 나라면 어떤 마음이였겠다.’한 생각을 제한시켰다. 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나 낱낱히 말해주고있기때문에 자칫하면 남는게 없는 책이 될 수 있다.

p.130 반찬도 없이 부뚜막에 우두커니 앉아 밥을 마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도 쓸쓸함이 뚝뚝 떨어졌다.

앞에선 지나치게 직접적인 초아의 전개를 비판한 반면 p.130에 나온 이 부분은 좋았다. 여고생의 특유의 묘사와 참신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부분은 초아만이 갖고있는 특성인데 잘 살렸다.

 이 책에는 엄마와 섬에서 만난 시호와 고스톱을 하는 부분엔 웃고, 시호와 초아와의 풋내나는 사랑하게 될지 지켜보는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되고, 엄마를 미워하고 용서하는 등 많은 내용이 담겨져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감정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 평가는 이정도 하고 이 책이 내게 빛과 소금이 된 이야기를 하고싶다. 몇일 전 우리 반에 한 친구가 쌍꺼풀 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너무 예뻐서 당장 엄마께 하겠다고 졸라댔다. 몇날 몇일을 조르다보니 어느덧 일주일후 하게 되었다. 그 때 이 책이 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단지 책 내용만 보다가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겉멋만 생각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게 없는 사람이 되고싶었나. 나중에 애인이 생기면 늘 내 모든 면을 사랑해주고 내 진심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싶었는데 초아엄마같이 겉모습만 예쁘고싶은것일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친구들이 너의 눈은 쌍꺼풀없어도 크고 예쁜데 왜 수술하냐, 넌 복 많은 얼굴이니까 손대지마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3일 남기고 예약을 취소했다. 이젠 내 모든것에 만족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자칫 변덕을 부리는 꼴이 됐지만, 이 책 덕분에 내 진짜 모습을 지킬 수 있었다. 꾸며지지 않은 순수한 초아와 시호의 사랑같이 나도 있는 그대로 순수한 모습을 간직할 것이다. 이 책은 날 다시한번 성숙하게 했기때문에 내겐 빛과 소금의 존재다.

초아야, 나 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