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시 no.6 시리즈(1~7)] 영웅같은 죽음보다 추악하더라도 살아남는것이 중요하다.

시리즈 무한 도시 7 | 아사노 아츠코 | 옮김 양억관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8월 20일 | 정가 6,800원

내일…….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 말을 입안에 담는다. 친구와 헤어지며 내일 만나자.’라든지, 할 일을 잔득 쌓아놓고 내일하지 뭐.’ 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일이라는 시간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안이한 생각. ‘내일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달콤하며, 그 달콤함을 습관처럼, 아니 중독처럼 입안에 담을 수 있는 자들은 삶의 여유 속에 있는 자들이다.

 

두 번째 바보짓이 뭔지, 가르쳐줄까?”

, 말해 봐

내일을 약속했어.”

그것도 잘못이야?”

내일 일은 아무도 보장 못해.”

숨을 깊이 내쉬었다.

내가 내일 살아서 책을 읽어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건가?”

 

<무한도시 No.6 2권내용 중() 발췌 :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무한도시 No.6>. 빛과 어둠의 두 소년의 만남. 그들의 만남은 끝없는 절망에서부터 시작되며, 그 만남은 또 다른 사건과 어둠을 창조해 낸다. 그러나 두 소년은 마주한 어둠에 절대로 절망하지 않는다. 살아남는 것. 그들의 진리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더라도, 바로 뒤가 낭떠러지라도, 그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그것을 이기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평온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원하는 것보다는 폐가 터질 것 같더라도 숨을 쉬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제발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다.

다시는 눈을 뜰 수 없어도 좋다. 더 살지 않아도 좋다.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이 고통에서…….

누군가가 머리칼을 뒤에서 잡아채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놓인다. 이대로 몸을 맡기면 된다. 편안해질 수 있다. 이제야 잠들 수 있다.

(중략) “시온

몸을 흔들었다.

눈을 떠 봐. 조금만 더. 제발, 눈을 떠

시끄러워. 정말 시끄러워. 조금만 더 라니, 대체 얼마나 더 참으라는 거야.

웃기지 마. 사람을 죽어라 고생만 시켜 놓고 혼자 갈 거야? 안돼.

시온, 엄마를 생각해 봐. 분명 울 거야. 그 애는 또 어떡할 거야. 사후라는 애 말야.

, 여자랑 자 본 적은 있어? 그렇게 매달리는데 거절하고선.“

시끄러워. 입 다물어. 제발 조용히 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섹스도 책도 싸움도 모르는 주제에 어떻게 죽을 수 있어?

시온! 눈을 떠!”

(중략) 알 수 없었다. 눈앞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이 소년이 얼마나 강한지.

견뎌낼 수 있을지. 아니면 무너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온은 살아남았다.

그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삶에 집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꼴사나운 삶이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탐욕스러울 정도로 삶에 집착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생쥐 스스로 뼈저리게 깨달은 진리다. 이 녀석은 그런 탐욕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영웅적인 죽음보다 추하게라도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가치 있다.

그것 또한 뼈저리게 깨달은 진실이다.

 

<무한도시 No.6 1권내용 중() 발췌>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힘든 길이 되기도 한다. 서쪽 지역의 시온, 생쥐, 개장수, 리키가 그들 모두 결코 평화롭다.’라는 미사어구가 붙을 만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은 죽음보다 몇십 배는 더 힘들지 모르는, ‘힘들다’ ‘고통스럽다가 어울리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떠한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라며 스스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고통스럽더라도 추하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진리(眞理)라고 하는 그들이기에…….

 

질서라는 곳이 없는 땅, 서쪽구역. 신성도시 No.6의 쓰레기장. 질서라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 곳.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땅. 살아남기 위해서는 약한 이를 밟고 올라서야하는 극한의 땅. 이 모든 것이 서쪽 구역의 타이틀이다.

 

시온은 이곳에서 자신이 16년간 살아온 No.6의 진실을 보기 시작하고, 비록 몸은 야위어가고 만성적인 배고픔에 시달리는 힘든 삶이지만, 진정한 감정(感情)을 배우며, 하나의 개체로서 분노도 표현할 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비록 그곳이 외적인 요소는 열악하더라도 아름답지 않은 곳은 아니라고 느꼈다. 시온과 생쥐는 서로에게 <강렬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한 아름다운 경험이 존재하는 공간이 객관적으로는 최악의 공간라고 하더라고 주관적으로는 그 어떠한 곳보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곳일 것이라 생각했다.

 

생쥐, 나는 네 말대로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너를 잃는다는 게 나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것만은 잘 알고 있어. 아마도 누구보다……

다른 누구보다 너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네가 절대로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네가 나를 비웃건 경멸하건 상관없어. 이것이 나의 진심이야.”

 

<무한도시 No.6 4권내용 중() 발췌 : 그들은 서로에게 강렬하고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신적인 부분이 육체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또한 시온과 가란(시온의 어머니)가 최고의 부와 크로노스에서의 생활권이라는 물질적인 부를 박탈당했을 때도 그들은 결코 슬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과 앞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에 희망과 기쁨을 느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감정을 옭아매고, 감시하고, 소수의 권력에 의해 조작되고, 비판적인 자아를 잃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거짓된 평화로 갑옷을 해 입은 No.6는 육체적으로는 최고이나 정신적으로는 최악의 공간이었다. No.6를 보고 있자니 <조지 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가 재현 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소수의 권력이 체스판에 체스를 두듯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을 침해하고 교모하게 정보를 조작하며, 심지어 생명권마저 빼앗는 그러한 모습이 우리 미래의 마지막 종말의 모습이 저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흡입력. No.6라는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초대를 받아들이는 순간, 책에 중독되어버린다. 시온과 생쥐. 두 소년을 바라만 보며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게 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글귀를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하고, 그들의 감정이 동화되기도 한다.

 

서로에게 쓰린 상처를 얻기도 하고, 걱정도 하며, 상처를 치유도 해주고,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는 관계. 사랑. 내가 친구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듯, 내가 소유한 시간을 사랑하듯. 시온과 생쥐도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그들 주위의 시간과 추억 또한……. 나와 비슷한 그런 감정들이 내가 이 책을 상처내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도록 사랑하게 만들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하며 앞뒤 안 맞는 부족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