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17 | 글, 그림 모리스 센닥 | 옮김 김경미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2월 2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내셔널 북 어워드 외 4건





 

아이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에 오프라인 서점에 들른 적이 거의 없었다. 들러봤자 마트안 서점이었을까?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찾고 구입하곤 했는데, 모리스 샌닥의 이름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통해 귀에 익숙해진 이름이었다. 그 책을 사고 싶어서 몇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아이가 괴물을 무서워할까 싶어서 도로 내려놓기를 수차례 되풀이하곤 했는데 모리스 샌닥의 다른 작품인 이 책을 읽고 나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모리스 샌닥의 다른 그림책들 역시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

 

모리스 샌닥은 현대 그림책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라 한다. 이러저러한 것을 떠나서, 우선 그의 이 그림책 한권만으로도 작가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글은 짧고 간결했으나 핵심을 빠뜨리지 않고 다 담고 있었고, (말이 많은 나다보니 축약의 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정말 내게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림이 우선 눈에 쏙 들어오는 그런그림들이었다. 아름다운 그림을 넘어선 사실적이면서도 무척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었달까.

 

아빠가 먼 바다로 떠나자 엄마는 나무 그늘 밑에서 기다렸다. 어린 딸이 울고 있는데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정말 삶의 의지를 잃은 듯 무력감에 빠져버렸다. 아이다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몫을 해내야했다. 사실 아기 보는 것이 한참 재미나게 놀고 싶은 어린 아이다에겐 쉬운 일일리가 없었다. 아이다는 나팔을 불며 동생을 달랬지만 금방 딴청을 부리고 말았다. 어쩐지 계속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주위를 맴도는게 영 걱정스러웠는데, 아이다의 동생을 그만, 그 고블린들이 잡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얼음아기를 대신 두고 갔다. 아이다는 화가 났고, 혼자 힘으로 동생을 찾으러 나선다. 참으로 용감한 소녀가 아닐 수 없었다. 사람도 아닌 고블린을 대상으로 동생을 찾아올 생각을 하다니.. 아이들의 용기있는모습을 엿볼수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고블린과 얼음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 기억도 났다. 고블린의 전설에 대해 기억을 더듬고자 찾아보니 아이를 잡아가는 괴물로 등장할 뿐 얼음아기에 대한 부분은 상세검색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한지는 다시 알게 되었다. 일본의 다른 소설에서도 모리스 샌닥의 이 그림책이 차용되어 주된 골자로 등장하고, 영화 속에서도 고블린과 얼음아기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였다. 그림책 하나의 영향이 어른들에게까지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가 어려울텐데, 한번 보고 내가 반하게 된 것도 나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이다의 동생이 잡혀가자, 창밖 풍경도 잔잔했던 바다가 폭풍우치는 밤으로 바뀌어버렸다. 아이다는 엄마의 비옷을 챙겨입고 나서는데, 노란 비옷이 얼마나 우아한지 처음에는 여왕의 황금망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책에서는 철저히 아이들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실 고블린이 망토를 벗은 모습이 너무 무서우면 책을 읽는 우리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걱정스러웠다.

웬걸, 다행히도 마치 갓난아기들을 보듯 포동포동한 아이들이 고블린으로 등장한다. 아이들의 모습이라 다른 아기를 데려다가 결혼을 하겠다는 그런 설정이었다. 덜 무서운 괴물이라 편안하게 읽어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동생을 구출해내야한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다가 참으로 멋진 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동생이 없는 우리 아이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다가 백프로 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더욱 동생을 아끼고 보살펴줘야겠단 결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가 어릴 적에는 미처 못 읽어봤던 이 그림책. 아이를 키우며 좋은 그림책을 읽으니 엄마 또한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