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면서 재미있고 여운이 많이 남는 책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4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박상희
연령 4~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5년 9월 25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쿠르트 마슐러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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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햄의 책들은 조금 어렵다.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그렇고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가 그랬다. 그 깊고 깊은 책이 가진 속내를 아이와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 읽으면서도 고민스러웠던 책들이었다.

 

우리 할아버지…

이 책도 쉽지 않다.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하나 무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와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주말에만 엄마 아빠와 만나는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고 있다. 엄마를 대신해서 세세한 것을 챙겨주시는 할머니와 달리 할아버지는 놀이 담당이다. 아빠가 놀아주는 것처럼 던지고 뛰고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가 할아버지를 친구처럼 생각할 만큼 격이 없는 놀이 친구이다.

그래서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할아버지의 사랑을, 공감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주인공 소녀와 친한 친구이다. 같이 씨앗을 심고 같이 인형놀이를 하고 할아버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가끔은 말이 안통하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와 하는 소꿉 장난이 정말 즐겁다.

 

 

 

페이지마다 아이가 하는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를 고민하면 읽다보니 페이지가 참 천천히 넘어간다. 고민하면서 들여다보는 그림은 너무 포근하고 아름답다.

그러다 ‘할아버지도 옛날엔 아기였어요?’라는 질문에 막혀버린다. 아이에게 나이듬, 늙어감,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할아버지도 엄마도 한 때는 아기였고 너 같은 어린애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이 없지만 아이는 그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도 생각하면서…

 

 

 

더 이상 할아버지랑 나가 놀 수도… 다시 볼 수도 없게 되지만 빈 할아버지의 의자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 자란듯 보인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연령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다 다를 것이다. 내가 느끼는 부분과 아이가 느끼는 부분이 다를 것이고 아이가 더 자란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천천히 읽으며 많은 (행복한) 생각을 하게하는 이 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