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네이트 1]-교실은 내가 접수한다!

시리즈 빅네이트 1 | 글, 그림 링컨 퍼스 | 옮김 노은정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13일 | 정가 9,500원

큰 아이 딸과 달리 둘째 아들 녀석은 정말 개구지다. 좀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누나에게 시비(?)를 거는 건 기본이고, 숙제와 공부하기는 제쳐두는 편이다. 그러니 하루라도 이 녀석에게 잔소리 안하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장난끼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는데, 가끔은 요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다.오늘 아들녀석과 비슷한 주인공을 만났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39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빅 네이트>의 주인공이다.

누나란 존재는 꼭 십 대가 아니어도 왕재수지. 말하자면 날 때부터 원래 그런 존재라고 봐.

혹시 누나가 있는 사람은 내 마음 딱 알걸. 누나가 없다고? 축하 축하! 그럼 내 악몽 같은 이야기를 좀 들어볼래? (본문 30p)

아…..그렇다면 십 대의 누나가 있는 우리 아들은 악몽을 꾸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고보니 아들에게 누나의 존재는 항상 비교의 대상이고, 늘 누나라는 권위에 짓눌려야 있어야 했으니, 그동안 아들래미가 받았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지 네이트를 통해서 짐작해본다. 장난기 넘치는 네이트의 학교생활은 비록 아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나마 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책을 읽으면서 네이트의 장난스러움에 까르르르~ 웃으며 유쾌함을 느끼면서도, 그동안 아들의 행동에는 잔소리 하기에 급급하고, 눈쌀을 찌푸리기만 했으니, 아들을 내가 만든 좁은 틀안에 너무 가두려고만 했던 것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네이트는 캐릭터 자체도 너무 귀엽다. 특히 삐죽삐죽 파인애플 모양의 머리 스타일이 귀여운데, 하는 행동이나 생각도 영~ 미워할 수가 없다. 네이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가 가진 강한 자부심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평범한 6학년이라는 말은 아니야. 알았어….(중략)……..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재능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을 외우느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존재거든. 나는 말이지….아직은 내가 어떤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났는지 백 퍼센트 확신이 서지 않지만 언젠가는 알아낼 거야. (본문 12,13,14p)

 

네이트의 친구는 항상 책에 얼굴을 파묻고 완전 진지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프랜시스인데, 사회 책을 들여다보는 프랜시스를 보고 사회시험을 보는 날이라 짐작한 네이트가 시험을 안 보기 위해 엉뚱한 생각을 하는 모습은 보통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공부 잘하는 엘렌 누나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비교 당하는 네이트가 엘렌 누나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특히, 오늘 네이트는 정말 굉장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친구에게 받은 포춘 쿠키에서 나온 ‘오늘 당신은 모두를 압도할 것이다’라는 점괘는 네이트를 엉뚱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에게 반성을 해야하는 쪽지를 받기는 하지만, 사실 네이트의 행동에는 악의가 없다. 좀 엉뚱한 상상을 하고, 상황들이 상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네이트와 아들 녀석이 꼭 닮은 점은 선생님께 혼나고, 반성실에 가야하는 많은 쪽지를 받고도 절망하기보다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얼마 전 학부모 상담으로 아들의 담임 선생님을 뵈었다. 수업 시간에 꾸중을 들었다는데, 풀 죽어 있기보다는 선생님께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네는 유한 성격을 가졌다며, 사랑받게끔 하는 녀석이라 하셨다. 엄마 입장에서는 꾸중받은 일에 더 신경을 쓰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놓였다. 이런 면에서 어쩜이리 네이트와 아들 녀석이 닮았는지…그래서인지 네이트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누나와 다른 성격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그동안 아들이 받았을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으며 다가와 준 녀석이 또 고맙다.

 

<<빅 네이트>>는 아이들 모두가 쉽게 공감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책이지만, 특히 남자 아이들을 사로잡을 작품이다. 남자 어린이들은 책 읽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걱정도 없을 듯 싶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코믹한 삽화가 아이들을 사로잡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네이트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을 담은 이야기에 푹 빠진 아들은, 네이트를 통해서 동질감을 느꼈으리라.

아들아, 까르르~ 시원하게 한바탕 웃으며 학교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뻥~!! 하고 차 버리렴. 그리고 네이트처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빅 네이트 1′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