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최상희 (비룡소)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요즘 자살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학생들은 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될까?
괴짜 탐정을 아빠로 둔 중학생 고기왕. 간판도 있는 어엿한 탐정소지만 여태 처리한 일들은 모두 고양이, 강아지 찾아주는 일들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을 찾아달라는 윤희가 찾아온다. 동생 유리는 주변에 인기도 많고 착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전 세계 10명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라며 한 유명 브랜드가 크리스털 열쇠를 걸었고, 유리가 칠천만 분의 1의 확률로 이 열쇠에 당첨되었다. 열쇠를 받고 좋아했던 유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는 말 수가 적어졌다. 그리고 열쇠도 사라졌고 동생도 사라진 것이다.
심상치 않은 사건이라 예감하며 자칭 명탐정 아빠와 그 명탐정의 아들 고기왕, 고기왕의 친구 몽키는 전말을 파헤쳐간다. 유리가 다니던 학교에 찾아가 유리가 생활하던 곳도 보고 유리의 주변 친구들도 만났다. 그런데, 사건이 정리되기도 전에 유리가 중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경찰과 학교 관계자들은 유리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판단하지만 이 세 명이 추측하는 건 학교 폭력이었다. 유리가 열쇠를 받은 후 주변의 부러움을 사 왕따가 되었을거라고 예상했다. 몽키가 공들이고 있는 여자친구이자, 유리의 마지막 친구였던 초롱이가 이 사건을 알려주는 유일한 길잡이였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초롱이가 소개시켜준 유리의 짝꿍 가련이는 그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힌트로 알려주었다. 알고보니 초롱이는 유리의 친구인척 하면서 사실 유리를 왕따 시키는 주동자였다. 같이 응모했던‘온리럭키’에 유리만 당첨이 되자, 질투심에 유리를 멀리하고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것이다. 가까웠던 친구들이 멀어지자 유리는 견디다 못해 죽음을 택했던 것이였고 말이다. 유리는 죽기 전 언니인 윤희에게 편지를 한 통 남겼다.‘행운의 열쇠는 단지 유리조각일 뿐이었다. 유리 조각보다 소중한 건 많았다.’고.
며칠 전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기 직전 엘리베이터에서 찍힌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 남학생은 엘리베이터에 쭈그려 혼자 울고 있었다. 그 영상을 보고 함께 눈물이 났다. 그 잠깐 사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면 주변 모든 것들을 포기했을까.
사회생활을 배우고 교육을 받는 곳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즐거워야 하는 학교에서 누군가는 울고 있다. 학교 폭력의 근원은 없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은 “왜 그랬냐.”고 하면“그냥”이라고 답한다. 처음 시작의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쳐다보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괴롭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학교 폭력의 시작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질투와 소문이다. 공부를 잘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거나 유리처럼 남들이 가지지 못할 만한 것을 가져 질투의 대상이 되어 주변 친구들의 공격을 받고, 안 좋은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버리기 때문에 학교 폭력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웬만한 대중매체들보다 학교는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버린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연히 당사자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둘째는‘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학생들의 이기심’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또 다른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강한 자는 강하고, 약한 자는 약하고.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강자와 약자를 분류해 약자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강한 자, 약한 자는 나뉘어져 있지 않은 데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 폭력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 상하를 가르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곳, 학교. 따뜻한 사회,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예비 단계인 학교에서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의 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행복한 곳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인천 서구 여고’가 떠올랐다. 또 한 명의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우리는 또 한 명의 인재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