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리들이 알고있는 도둑이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그런 나에겐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며 그 대상인 주인공이 동갑이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작품성을 완성시키기에 주제 선택이 위험하진 않은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 그런 생각들은 잊고 작품 속에 집중하게 되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 ‘해철’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빠른 손을 받았으니 그 재능을 헛되이 썩여 놓지는 않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의무적 도둑’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책의 시작에서는 같은 반 학생인 ‘지란’의 새아버지 전자사전을 훔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 것을 훔쳐서 어디에다가 쓸지 궁금했는데 인터넷 중고판매 까페에서 판매하여 돈을 저금하고 쓰지 않는다는 것에 조금 이해가 안갔다. 학생에게 돈이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며 그만큼 학생이란 계급에서 구하기도 힘들다. 그럼 주인공은 왜 그런 돈을 쓰려는 생계형 도둑이 아니라 의무적 도둑일까? 훔친다는 그 희열감에 ‘해철’이 도둑질을 계속 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담인 선생님인 ‘조용창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전자사전 도난 사건에 대해 말을 할때에 ‘해철’에게는 조금의 양심은 있어보였고 그렇다고 죄책감이나 다시 가져다 놓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러면 무슨 이유로 도둑질을 했을까? 아직 내겐 그 점이 의문이다. 작품 속 주인공의 가족관계는 골수 아파트 관리직원이신 아버지와 가발 공장에 다니셨던 어머니 그리고 감정 설계사라는 비정규직을 하고있는 형이 있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평범한 가정에서 유독 주인공인 ‘해일’과 그의 형 ‘해철’은 달랐다. 동생은 어릴 때 도둑질이라는 것에 눈을 뜨고 형은 군대를 갔다온 뒤 사람의 감정 분포를 공부하는 감정 설계사라는 두리뭉실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형제 사이에서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평범한 부부인 ‘해일’의 부모님의 갈등이 자주 나온다. 그들의 갈등 원인은 단순한 아버지의 질투였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아버지와 시장 생선 집 주인 아내와의 공통점이 있는 이유는 뭘까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차차 둘의 관계를 사랑으로 맺어갔지만 분식집 주인은 끝내 오해를 풀지못하고 끝이나 아쉬웠다. ‘해일’에게는 친한친구인 ‘진오’는 사실 작품 시작의 사건인 전자사전 도난 사건을 목격하였다고 결말에 밝혀진다. 하지만 친구가 어떻게 될까하는 마음에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사건의 핵심인물인 ‘지란’은 그 사실을 모른채 ’해일’과 ‘진오’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되었다. ‘지란’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지란’은 진오와 다르게 가정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해일’ 이 훔친 전자사전은 ‘지란’의 새아버지 것 이었다. ‘지란’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지란’의 아버지 ‘허’는 평소에 어머니의 웃는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 문제가 아버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가 궁금했다. ‘지란’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모질게 굴고 있다는 이유로 ‘해일’과 ‘진오’를 허씨의 집에 데려가 물건을 하나씩 망가뜨렸다. 그 과정에서 ‘지란’은 어쩌면 속 시원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아마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지란’의 마음을 아는 아버지 허는 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해일’이 훔친 노트북에 대해서도 크게 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일로 ‘해일’의 직업은 밝혀져 버리고 전자사전의 도둑도 밝혀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해일’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모습에 ‘진오’는 한방 때린다. 하지만 친구이기에 이해를 하고 셋의 우정은 변하지 않는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 반장인 ‘다영’도 ‘해일’의 집에 가게 된다. 뭔가가 현재 나의 친구 사귐과 비슷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해철’의 작품 속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이해를 못하여서 매우 아쉽다.
완득이라는 소설로 접한 김려령 작가님의 ‘가시고백’은 현재 따분한 고등학교 생활을 살아가는 나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루한 삶속에서 즐거운 한 부분을 찾아주어 재밌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