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심연 들여다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30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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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책은 묘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결코 남의 얘기일 수 없으며 오늘날에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대척점에 있어야 할 선과 악이 한 인간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은 때론 전율을 넘어 공포를 불러온다. 그래서 점잖고 교양있는 사람의 이중성이 폭로될 때 우리는 더 충격을 받는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그런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다. 로버트 스티븐슨은 절대 그럴리 없어 보이는 신사 지킬을 통해 어떻게 하이드가 나올 수 있는지를 도발하듯 그려낸다. 그래서일까, 백 년이 넘는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인간 안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선함만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다분히 충격적이다. 잠자는 아기의 천사같은 얼굴이나,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는 이타적 행위는 고귀함을 넘어 숭고함마저 보여준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인간 안에 숨어있는 야수와 같은 본성은 인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이는 인간의 역사를 살륙의 역사라고까지 표현했다. 아유슈비츠 수용소나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인종청소와 같은 비열한 전쟁은 인간이 동물보다 나음을 찾을 수 없게하는 난감하고도 불편한 진실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인간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의학박사이자 민법학 및 법학 박사이며 왕립협회의 회원인 지킬박사는 사회적 지위와 명망까지 두루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 안에 있는 방종과 쾌락을 누르지 못해 결국 파멸의 길을 자초한다. 지킬은 약물 실험을 통해 자신을 하이드로 변화시켜 마음껏 일탈을 맛본다. 그가 만들어 낸 하이드는 악으로만 이뤄져있어, 하이드 곁에 있기만 해도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미움과 분노를 느낀다. 한번 손댄 약물의 유혹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지킬은 도덕적 무감각증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침내 사람까지 죽이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제어하지 못한 악은 결국 지킬을 삼켜 애꿎은 사람들과 친구인 대니언 박사의 목숨마저 앗아간다. 친구이자 담당 변호사인 어터슨은 지킬을 지키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간 속에 내재한 악을 우습게 여긴 결과는 참혹했다. 일탈에의 유혹과 더이상 지탱키 어려운 위선은 지킬을 금단의 열매를 향해 달려가게 했고, 달콤하기만 했던 열매는 독이 되어 지킬을 찔렀다. 지킬이 죽고 난 후 어터슨은 자신에게 보낸 지킬의 편지를 읽는다. 편지 안엔 비탄과 후회로 가득찬 지킬의 심경이 참회록처럼 그려져 있다.

지킬과 하이드는 인간이 지상에 발을 딛는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어둠의 증표다. 지킬의 위선 또한 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쩌면 지킬과 하이드가 벌이는 전쟁터일지 모른다. 지킬과 하이드를 통해 인간 속에 내재한 악과 당시 런던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스티븐슨은 고발했지만, 책은 시간의 현재성으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하이드는 어디에 숨어있냐고. 이 자아분열의 시대에 그런 인간의 양태를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이 책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읽히는 힘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