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8월 25일 | 정가 12,000원

 

김동화 원작

 

 

 

 

 

 

디지털 시대를 넘어서 빠른 것 만을 추구하는 초고속 스마트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가끔은 아날로그적인 감상이 그리워질때가 있다.

전화로 안부를 전하기를 넘어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에, 상대방이 나의 메셎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알수있는 여러 SNS매체들.

그런 속에서 난 가끔 손편지가 그리워 질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그들은 이런 조금은 느린듯한 기다림과 그리움을 느낄수 있을까? 아니, 참아낼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 것이 맞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빨간자전거>는 이런 우리들의 감성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이 책은 김동화 선생님의 만화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만화가 올해부터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이 되고 있다.

우편배달부인 주인공이 빨간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을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것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마을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는 들길, 산길, 자갈길, 신작로.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빨간 자전거입니다. 때론 부치지 못한 마음을 들고 때론 그리움의 징검다리를 건너 나는 한통의 편지가 되어 정겨운 사람들 속으로 달려갑니다.       (p9)

 

돈을 벌러간 아빠를 기다리며 편지를 쓰는 아이. 주소를 알길이 없는 아이는 ‘바다를 가르는 배 위의 아빠에게’라고 적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할아버지의 허탈한 웃음.

할머니의 주름을 소중한 훈장으로 여기는 착한 손자.

돌아셨다는 소식에 무뚝뚝하지만 가슴깊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는 아들.

외진 마을을 잊지 않고 들려주는 만물트럭.

 

변해가는 시대 속에 따뜻함과 정겨움을 잃지 않는 속 깉은 정이 야화리에는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신속하고 빠른 것에 익숙해져있다.

그래서 내가 보낸 메세지를 상대방이 바로 보고 답장을 안하면 혹시나 무슨일인가 걱정부터 하게 된다.

상대방이 나늬 이야기를 듣고 정리할 시간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손편지를 밤새 수십장씩 버려가며 써내려가다 결국엔 부치지 못하던 시절에서

이젠 생각나면 그대로 1초안에 메세지를 보내버리는, 감정을 걸러낼 겨를 조차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는 시절로 변화되었다.

 

우편배달부는 어느날 자전거가 고장이 나 어쩔수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날이 있었다.

우체국장은 그가 오토바이를 한번 경험하면 자전거를 다시 안탈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편배달부는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니 오토바이 탈 때보다 시간도 힘도 몇 곱절이 듭니다. 하지만 어제 집배원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엔진소리에 묻혀 많은 소리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미처 녹지 안흥ㄴ 얼음사이로 간지럽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

겨울잠에서 갓 태어난 개구리의 개구진 울음소리.

봄 햇살 배불리 먹고 꽃망을 터지는 소리.

들판에 뛰노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웃음소리.

눈을 감으면 이 모든 소리들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들려옵니다. 이 즐거운 소리들 때문에 집배원은 다시 자전거를 탄것이지요.

그리고 어린 시절, 집배원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시골기을 누비던 추억은 작은 덤입니다.       (p119)

 

이 맑은 가을날…

저도 어느덧 눈을 감으면 바람소리에 실려 빨간 자전거의 “찌릉 찌릉” 소리가 들려올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소리칠것 같다.

“편지 왔어요.”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남을만한 책이다.

만화로도 참 좋지만 이렇게 글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머리속에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없는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