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로 만나는 사계절 날씨

시리즈 동시야 놀자 12 | 유강희 | 그림 이고은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8월 5일 | 정가 10,000원

동시야 놀자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어른이 어린이의 감성으로 노래한 시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그래서 가끔은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동시집을 읽을 때 드는 불편한 느낌은 그것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이 동시집은 어떠할까? 그것이 궁금하였다. 나 역시 아이들의 감성을 잘 읽지 못하지만, 우리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도 한번 물어보고싶은 마음에 같이 여러번 읽게 되었다.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우리집 아이가 잘 느끼지 못하는 자연을 담은 시가 많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고민되는 것이기도 한데, 함축된 시를 통해 전달받는 느낌은 또 달랐다.

 

크게 보자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그래서 지렁이 일기예보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것 같다.

 

꾸물꾸물 꼬물꼬물

지렁이의 움직임을 묘사한 시어.

날이 꾸물꾸물하면 지렁이가 꼬물꼬물한다는 연관성이 보인다.

우리집 아이는 지렁이가 꼬물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 100% 공감하지는 않은 듯하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날이 꾸물꾸물하면 왜 지렁이가 꼬물꼬물하냐는 질문을 받았기에…

꽃샘추위, 황사 같은 봄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제목들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너만 덥니?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다.

윗동네에서는 비가 많이 와서 뉴스마다 난리인데, 여기 아랫동네는 여름 내내 가물었다.

올해 최고의 여름가전은 제습기였다고들 말하는데, 이 곳에서는 에어컨이 더 절실한 여름이었다.

장대비도, 천둥소리도 거의 듣지 못한 여름이었지만, 시를 읽으면서 그 느낌을 떠올려본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여름을 보내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여름 더위에 녹아내리던 아이스크림…

시 속에 잘 표현된 것 같다.

 

무슨 더위?

땡볕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재미난 이름도 많다.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동시는

‘안개’였다.

 

안개는 커다란 어항 같다

사람들이 그 안에 갇힌 채 눈만 껌벅거린다

 

                                                    -안개 전문-

 

먼지잼이라는 말은 나도 태어나서 처음 들은 말인데,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비가 조금 내리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는 우리말을 찾아내어 사용해주면 참 고마움을 느낀다. 예쁜 단어 하나 쏘옥 내 맘에 들어왔다.

 

자극눈, 살눈, 길눈, 도둑눈

예쁜 말이 많아서 좋다.

 

봄이나 여름 시보다 가을이나 겨울시가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많다.

올 가을에는 이 시집의 뒷 부분을 열심히 읽어야겠다.

 

동시집 한권을 여러날 동안 천천히 아이와 함께 읽었다.

아직은 어휘가 약한 저학년이라 그런지 시집의 내용이 전부 와닿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연과 접할 시간이 거의 없는 우리집 아이에겐 자연현상들이 시골풍경과 겹쳐져 더더욱 어려웠다.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시가 있다하니 아마도 그래서그런가보다.

자연현상이야, 내가 직접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지 못한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날씨와 관계있는 예쁜 시들이 모였다.

어린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