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만큼이나 낯선 동생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6 | 글, 그림 선현경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8월 30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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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 작가의 [이모의 결혼식]을 꽤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중간에 [이모의 결혼식]과 [엄마의 여행가방] 책이 등장하기도 하니, 반갑기도 하다. [판다와 내 동생]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가 “엄마, 동생이 있으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까 같아. 다들 동생만 좋아하잖아”라고 말하였다. 음, 동생이 태어난 것에 대해 건가? 하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쳤다.

 

중국에 사는 외숙모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동생들밖에 없는데, 드디어 사람동생이 생겼다며 기뻐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집이 이렇지 않을까싶다. 애완동물을 형제삼아 지내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비록 친동생은 아니지만 사촌이나 외사촌쯤 되어야 형제관계가 성립한다. 어른들은 “사촌도 필요없고 내 형제가 최고다”라는 말을 종종 하신다. 그러면서 동생보기를 원한다. 시대가 다르고, 외동아이들이 많은 지금 어쩌면 내 형제가 아닌 사촌, 외사촌형제들과 형제관계를 돈독하게 하면서 오히려 희미해진 친척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쨌든, 나는 동생을 보기위해 중국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기가 궁금해하는 판다도 직접 볼 생각을 하며 들떠있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판다라는 동물, 그리고 실체를 알지 못하는 동생이라는 존재. 어쩌면 이 두 가지가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이나 그림으로만 보던 판다에 대한 환상이 그대로 유지될지 실망을 할지 모를 일이고, 동생이 있으면 내가 잘 보살펴주고 데리고 놀겠다는 그 결심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이라는 배경이 있기에 중국의 문물과 문화를 그림을 통해 넘겨볼 수 있다. 대도시인 베이징에서 만난 풍경과, 베이징 속에 남아있는 옛 도시 후퉁, 그리고 외삼촌이 살고 있는 청두에 간다. 한솔이도 이 그림책을 보고 난 후에 국물이 있는 만두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기차 의자 밑에서 자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 등 중국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청두에서 보았던 티벳족의 깃발을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동생.

내가 보기엔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말도 안통하는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뭐가 그리 예쁜지 다들 동생만 보고 나랑은 놀아주지 않는다. 당연히 심술이 날 것이고, 동생이 아니라 궁금한 판다나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보고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동생인데, 내가 아닌 동생에게만 쏠리는 관심은 아무래도 심기불편하게 만드는 법이다. 화가 난 내가 심술을 부린다고 비닐봉지를 흔들었는데, 이게 의외로 동생의 웃음소리를 이끌어내고, 잘 웃고 예쁜 동생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만 관심이 쏠릴 때, 나보다 예쁘지도 않은 것 같고, 울기만 하고, 말도 안통하는데 나보다 그 동생이 더 관심의 대상이 될 때 당연히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까. 나도 동생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되지 않는 한 질투와 시기는 당연한 순서일 듯하다. 우연히 동생이 웃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귀여운 동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