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서평입니다 ]
책장을 덮고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버지가 정님이 엄마와 바람을 펴서 주인공의 엄마가 정님이 엄마와 싸우는 장면이다. 주인공이 엄마와 정님이 엄마와 싸울 때 친구가 불러도 못 본척하며 그대로 뛰어간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순간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줄곧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곤 하는 장면에서 나는 어렸을 때. 나의 아빠가 술을 끊기 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번은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오셔서 내 방에 들어와 뭐라고 말하고서 방을 나갔는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 보니 아빠가 소리를 치고 계셔서 울었었던 기억이 난다. 또 언젠가는 아빠가 아저씨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술을 드시다가 우리 가족을 소개 해 주겠다며 식당으로 불러서 엄마와 함께 가보니 이미 아빠는 술에 취해 계셨었다. 아빠는 옆에 있던 나를 갑자기 끌어안고서 무슨 이야기를 자랑 삼아 하시다가 다 같이 식당을 나왔는데 비틀거리며 큰소리로 갑자기 나를 부르시는 것이다. 물론 그건 취해서 그런 건데 난 정말 무서웠다. 그때 엄마가 나보고 동생 데리고 먼저 집으로 가라고 해서 난 울면서 동생하고 집으로 뛰어갔다. 아마도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그 음식점에 한 번도 가질 않았다.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쯤 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아버지가 술주정을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어릴 때 일이 자꾸 생각났다.
이 책의 배경은 내내 우울하고 어둡다. 나는 어릴 적 그 사건 이후로 아빠가 술을 아예 끊어 잠시 어두웠던 우리 집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어릴 적 어두웠던 기억 때문에 시험을 망친 주인공은 몇 년 만에 고향 집을 찾아 자신이 쓰던 오래된 빈 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쓰던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일기장을 보며 자신의 어렸을 때를 돌아보며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게 된다. 아무리 미워하고 잊으려 애써도 끝까지 기억 속에 남아 괴로웠던 이유는 결국 아버지와의 화해가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달콤한 청소년 로맨스 소설과 달리 심하게 어두운 환경에서 살다가 어느덧 성장한 주인공을 그린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나는 기범이처럼 어려운 가정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이 그랬듯 힘들었던 일은 이제 다 잊고 주인공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펑펑 울고 떨쳐 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