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을 읽고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13,000원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을 읽고

희진

 사실 나는 과학을 싫어한다. 싫어하다보니 무지하고, 무지하다보니 한 번 과학 과목을 공부하겠다 하면 밑도 끝도 없이 그 과목만 주구장창 보게 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또 공부한만큼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또 다시 과학을 싫어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게 된다. 언니한테 한 번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가 나는 과학을 공부할 때 “왜”, “어떻게” 그런지 전혀 궁금해하거나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외우려하기 때문이라 했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세포막이 이중막 구조로 되어 있고, 소포체, 골지체, 리소좀은 세포막이 단일막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내용을 공부할 때, 나는 무작정 읊으면서 외워버리고, 언니는 인터넷 강의나 사전, 선생님 등을 통해 “왜” 그런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까지 공부한다. 수업시간에 “왜”, “어떻게”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면 시험문제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무작정 외운 나나, “왜”, “어떻게”를 찾아본 언니나 시험성적은 똑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외워버린 나는 시험을 치는 도중에도 계속 헷갈리고, 시험이 끝난 후에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생명과학은 외울게 너무 많아서 싫어” 하는 느낌 정도 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반면 원인을 찾아보고 지나간 언니는 이 내용이 확실히 기억에 남을 것이고, 또 다시 비슷한 내용을 공부할 때, 다시 처음부터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과학에 질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내가 “왜”, “어떻게”를 궁금해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겠어?” 하고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뭐든지 나한테서만 문제를 찾으려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조금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세포막의 구조가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원핵세포 안으로 함입되기 전에는 독립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시험에는 세포막 구조에 관한 문제가 출제 되지 않았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나니 내 “귀찮음”이 불러들인 “무작정 외우기” 공부 방식이 후회되기도 했고, 언니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도 조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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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공부 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무렵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이 우주에 관해 연구해온 내용을 언니가 내게 강조한 “왜”, “어떻게”에 맞춰 정말 잘 설명한다. 또한, 한 페이지에 그림이나 사진이 꼭 하나 씩은 있을 정도로 많은 시각이미지를 통해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서 정말 좋았다.

게다가, 그림이 진짜 귀엽고 예뻐서 읽으면서 기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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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기 때 과학 과목에서 뉴턴과 케플러, 허블 등 천문학 부분을 주로 많이 다뤘기 때문에 그나마 읽기 쉬울 거라 생각 했는데, (게다가 책 제목도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이니) 생각보다 내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우리가 1학기 내내 수업했던 부분은 정말 천문학에 있어서 내 발톱 때만큼도 안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그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한 권으로, 그것도 어려운 전문 서적이 아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정리한 것은 놀라웠다.

중간 중간에 “이거 알아?”나 “알쏭달쏭 천문학 퀴즈” (뒤에 퀴즈 정답이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가 있어 “행성은 왜 별처럼 깜박깜박 반짝거리지 않는지”, “‘마젤란’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는지”, “대기가 흔들리는 것을 낮에도 볼 수 있는지” 등 재밌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내용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해 “천문학과 친해지는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설명도 있었다. 또, 뒷부분에 “재미있는 천문학 더 알아보기”라는 코너가 있어 앞에서 다룬 내용을 좀 더 깊게 알아보거나 혹은 새로운 내용을 더 배울 수 있었다.

책 구성이 무척 짜임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별 스펙트럼 사진을 정리하던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왔는데, 별빛 스펙트럼의 형태를 밝기 순으로 O, B, A, F, G, K, M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중학교 때 선생님께 들어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는 또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왜”에 대해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1890년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미국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을 중심으로 한 여성 연구팀은 다양한 별들의 스펙트럼 사진을 모으고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스펙트럼 사진이 너무 많아지자 여성들은 서랍에 알파벳 순서대로 이름을 붙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지만 막상 정리를 하다 보니 알파벳 순서가 여러 번 바뀌어 결국 서랍들이 뒤섞여 지금과 같은 순서가 되어 버렸다.

나는 이 알파벳이 무슨 약자거나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면 오히려 알고보니 아무런 의미가 없어 뭔가 허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벨이 박사 학위 논문을 위해 안테나로 새로운 퀘이사들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벨은 전파 신호가 표시된 종이 띠는 매일 30미터가량씩 쏟아나오는데도 그것을 긴 시간 동안 꼼꼼히 관찰해 지구 전파 소음으로 인한 방해, 하늘의 방해, 퀘이사의 깜박임 등을 정확하게 구별해 냈다. 결국 벨은 전파 기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해내고, 이를 분석해 ‘펄서’를 발견해 냈다. 이런 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든 일에 있어 성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아인슈타인의 빛 덩어리 이론과 상대성 이론이 왜 중요한지, 내가 평소에 알아볼 생각도 못 했던 많은 천문학적 지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던 짧지만은 않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왜”, “어떻게”를 알고 나면 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을 그 동안 “왜”, “어떻게”를 다 없애버려 재미없는 내용으로 공부하고 있었다니, 후회도 정말 많이 되었다. 여전히 과학은 나한테 영어나 국어보다 재미없는 과목이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