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by 미야자와 겐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2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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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시작하는 BGM이 깔리면 흑백 TV앞에 동생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뚫어져라 TV속으로 빠져들곤 했었다.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 은하철도를 탄 철이와 기차에서 만난 메탈의 모험은 얼마나 두근거리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어렸을때야 모든 만화가 우리나라 만화라고 생각을 했었으니 로보트 태권브이 처럼 마징가제트도 은하철도 999도 당연히 우리 만화라고 생각을 했었다.  내가 보던 거의 모든 만화가 일본만화라는 사실을 알았을때의 배신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다.  주인공의 모든 이름이 우리 이름이었는데, 그 이름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때의 허망함이라니, 요즘엔 국내제작 만화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일본만화도 그 이름 그래로 나오고 있어서 어린시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적을 것 같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어린시절 읽은 한편의 동화가 영향을 주는 이야기들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애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모티브 역시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짧은 단편 동화 한편이 일본 애니매이션의 한획을 긋는 작품들의 영감을 준다는 건 그 만큼 대단하기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뭐가 그리 대단하랴 싶지만, 이 작품이 1900년대 초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37의 짧은 생을 산 미야자와 겐지는 생명존중 사상과 공생의 관계를 동화에 그려내고 있었기에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적 사고의 반하고 있어서 사후에야 주목을 받은 작가로 되어있다.  『은하철도의 밤』에는 ‘은하철도의 밤’을 시작으로 ‘바람소년 마타사부로’, ’개머루와 무지개’, ‘땅신과 여우’, ‘수선월 4일’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다른 이야기의 비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은하철도의 밤’이다.

 

  아이들의 짓굿은 장난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지, 고깃배를 탔다가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조반니를 놀리는 친구들의 말은 아이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이 아이는 아버지 대신 좁고 어두운 인쇄소에서 활자 골라내는 일을 하고 있고, 친하게 지냈던 캄파넬라마저도 서먹해져 버려 어찌할 줄을 모르는 ‘은하 축제의 날’에 조반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 철도에 타고있는것을 알게 된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펼쳐지는 은하철도는 아이들을 데리고 북십자성, 남십잣을 지나고, 모래별에서 새를 잡는 새잡이 아저씨와 천국으로 향하는 남매를 만나면서 그들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왜 아이들의 주머니 속에 은하철도의 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은하철도의 여정은 생활이 힘든 조반니에게는 꿈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정말 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을때, 조반니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건들.  아이는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지 알 수 없게 작가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어버린다.  

 

  ‘바람 소년 마타사부로’ 태풍의 계절에 전학을 온 빨간머리의 전학생 사부로는 아이들에겐 ‘마타사부로’일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의 신인 ‘마타사부로’가 아니면 어떻게 비와 바람이 사부로가 움직일때마다 함께 움직이겠는가?.  존재 이유를 알기위해 애쓰는 ‘개머루와 무지개’는 짧은 이솝 우와 같은 느낌으로 그려진다.  여우와 산벚나무 사이에서 질투를 느끼는 땅신의 이야기를 그린 ‘땅신과 여우’는 산벚나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여우와 질투의 화신인 땅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 뭔지?  사랑은 여우에게 거짓말을, 땅신에게 멈출줄 모르는 질투를 안겨주고, 산벚나무만 유유자작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작품인 ‘수선월 4일’은 눈보라 치는날 눈 할멈과 명령을 따라야 하는 눈 아이, 눈아이의 말을 따르는 눈 늑대와 함께 목숨이 위태로운 꼬마아이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대립을 아닌 공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긴 장편부터 짧은 단편까지 어우러져있는 이야기들은 딱 꼬집어서 교훈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저 미야자와 겐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을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느끼고자 한다면 그건 읽는 이의 몫을 뿐이다.  대립이 아닌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또한 그 시대에서는 반감의 대상이었을 것이고, 지금 그의 작품들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그려지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곱게 표현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백석 시인의 동화들이 생각이 났다.  백석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아련함을 우주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미야자와 겐지의 글에서 만나게 되다니…  그저 동화 한권이라고 읽은 책에서 어린시절 즐기던 만화를 만나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니 참 기분좋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