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by 최은옥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17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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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마주하기 싫은 친구와 하루종일 함께 해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야기도 하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은 친구와 무조건 같이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은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다.  외모도, 좋아하는 것도, 성격도 많이 달랐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했던 박기웅, 박동훈, 박민수는 ‘세박자’로 불리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이 얼마전부터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찬바람이 쌩쌩부는데, 아침 청소당번이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렸단다.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칠판을 닦던 아이들에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손바닥이 칠판에 딱붙어 버렸는데, 다들 장난이나 거짓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세히 한번 보세요. 진짜, 진짜 붙었다니까요.”(p.16)

 

 

 

 

자로 잰 듯 교장 선생님은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붙어있지 않다고 뭐라고 하시고, 기웅이, 동훈이, 민수네 가족들이 아이들 문제로 모였다.  씨름 선수처럼 몸이 좋은 민수 아빠와 가족들,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는 멋쟁이 동훈이 엄마, 냉기가 풀풀 넘치면서 찾아온 기웅이네 부모님.  처음엔 아이들을 걱정하던 어른들은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한다.  칠판에 문제가 있다는 사람, 칠판이 붙어있는 벽에 문제가 있다는 사람, 초기대응이 늦은 119 구급대 탓이라는 사람, 구급대의 진입로를 막은 민수 아빠에 차가 문제라는 사람들까지 난리가 아니더니, 목사님, 스님, 무당까지 용하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신없이 자기들 주장만 내세운다.  

 

두손이 칠판에 찰싹 달라 붙어 다리가 아픈 아이들을 편하게 해줄 생각도 없이 자신들 의견만 이야기하던 어른들이 사라지자, 집으로 돌아갔던 같은 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끌미끌한 참기름, 주방세제, 비누, 식용유, 샴푸, 린스, 세탁용 가루비누까지 들고 온 아이들.  반 아이들은 미리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한마음으로 ‘세박자’를 칠판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단다.  아이들 맘을 알았다면, 칠판에서 딱 떨어져야 할테데, 이 모든 미끄럼 덩어리들을 사용해도 아이들은 떨어질 줄 모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어른들이 들어닥쳤다.  잉~~ 어쩌란 말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이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만능 박사님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데, 동훈이 엄마가 방송국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버렸고, 경찰과 보건당국은 재난구역으로 학교를 지정해버리니, ‘세박자’외엔 아무도 학교에 남아 있으면 안된단다.  서로 사이가 틀어져 말도 안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그래도 아이들이다.  게다가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다.  기웅이, 동훈이, 민수는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화가 났던 부분들이 오해에서 생겨난것임을 알게 된다.  말만 하면 다 알 수 있는 문제들을 가끔은 다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다.  민수랑 기웅이만 놀러간일, 동훈이가 모둠활동에 빠졌던 일, 민수가 동훈이 단평시험지를 본일. 그 모든 일들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별일도 아닌 걸로 며칠동안 속을 바글바글 끓였던 게 바보처럼 느껴지고, 조금 더 일찍 애기를 나눴더라면 오해가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은 손바닥이 붙은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슨일이 벌어졌을까?   읽어보시길…  이제부터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뉴스 속보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단다.  지하철에선 대학생 네 명이 의자에 두 손이 붙은 채로 발견되고, 엄마와 아들의 손이 커다란 문에 붙어 버리고, 버스를 타고 가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손잡이에 붙었다는 속보가 들려온다.  책을 읽은 친구들만 알 수 있는 일들은 기웅이네 집에서도 벌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참 다행이다고 느낀다.  함께 있어서, 다리가 아닌 손이 붙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