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어린이를 만나다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9월 10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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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다 1.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보기) 판매가 9,000 (정가 10,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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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 기준에서는 개화기같은 근대가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과거’이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작가들이 자료를 많이 모을 수 있는 시기이기에?

한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17세기 조선이 시대적 배경이다. 주인공은 1654년생, 13살 소년 해풍이라고 작가의말에 매우 상세하게 소개해두어 ‘동화’가 아니라 실제인물의 일대기인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특이하게도, 작가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 준 누구누구에게 감사하다는 작가의 말이 아닌, 앞으로가 어찌 될 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

매우 특이하고 궁금하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책장에 고개를 박고 있다.

 

여수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해풍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다. 어깨 넓고 용감한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해순이와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 마을의 고리대금업자 김 씨에게 돈을 빌려 새 배를 지은 아버지가 폭풍이 몰려오기 전 날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않으면서 해풍이네의 고생길이 시작된다.

마을 끝집에 사는 외국인 하멜과 작은대수가 바닷가 갯바위에서 미끄러진 해풍이의 엄마 도실댁을 부축해 집에 데려다 주던 날, 작은 소동이 일어나며 이들과 친해지게 된 해풍이와 해순이.

음흉한 김 씨는 돈을 갚지 못하겠으면 해순이를 자기에게 시집보내던지 해풍이를 머슴살이로 보내라고 하고, 해순이를 좋아하게 된 작은 대수는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해순이에게 주고 남만인들과 함께 조선에서 탈출해 일본으로 밀항을 하게 된다. 남만인들의 배에 몰래 숨어 탄 해풍이는 일본에 도착해 우연한 사고로 남만인들과 떨어져 조선인 도공들이 모여사는 도예촌에 숨어들게 되고, 남만인들은 원하던 대로 나가사키에 도착하지만 네덜란드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스펙타클하고 촘촘한 이야기가 책장마다 흘러 넘친다.

어린이들을 위한 해양 동화임에도,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와 이야기의 개연성과 역사적 고증이 촘촘하게 엮여있다.

특히나, 이미 성인이 되어 조선에 들어온 다른 남만인들과 달리, 열두 살에 조선에 난파되어 스물 다섯살이 될 때까지 조선에서 살게 된 작은대수는 고국 네덜란드를 거의 다 잊었고, 조선 사람도 아니고 네덜란드 사람도 아니라는 말을 한다.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다문화 가정에서 들을 것 같은 이야기를 17세기 조선의 외국인 입에서 들을 줄이야. 지금보다 훨씬 더한 편견과 냉대에 시달렸을 ‘남만인’들이기에, 조선에서 탈출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남만인들을 따라 넓은 바다로 나가는 해풍이. 해풍이의 목적은 혹여 일본으로 난파되어 떠밀려 갔다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는 것. 열세 살 짜리 아이가 어찌 아버지를 찾겠다고 일본으로 가는 남만인들의 배에 몰래 올라탈 생각을 했을꼬. 겁 없고 당찬 해풍이의 행동에 앞으로의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거기다 일본땅에 상륙하여 남만인들과 헤어지게 되는 과정에서는 뜻하지 않게 기독교인들과 조선인 도예촌의 도예공들과의 만남도 이어진다.

많은 조사와 준비 끝에 써 낸 이야기 책임을 알 수 있다.

총 14권의 이야기로 나올거라는 이 책, 아직은 4권 까지만 출간되어 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폭 넓은 무대를 활용한 이야기가 , 아직도 10권이나 더 기다려야 끝이 난다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오래오래 만날 생각에 즐겁기도 하고, 해풍이의 앞날이 어찌 될지 궁금하여 앞으로 한참을 더 기다려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가장 힘 있는 이야기꾼’이라는 책 뒷표지의 작가 소개가 그저 그런 홍보문구가 아니로구나.

출판사에서 자신있게 소개하는 진심이 담긴 소개글 임을 알고 나니,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날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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