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형제자매 간의 갈등,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끼리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돌보아야 하던 예전과는 다른 상황에서 살아갑니다. 밭일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누나가 어린 동생을 업어 재우거나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보채는 동생을 업고 달래는 오빠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자기 몫을 더 챙기려고 애를 쓰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것은 물론이고 장난감, 학용품, 옷, 게임기처럼 물질적인 것도 똑같이 가지려 떼쓰거나 마음에 드는 것에는 더욱 욕심을 부리지요. 이런 행동의 결말은 형제자매 간에 싸움이 벌어져 한쪽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고 아빠 엄마가 나무라는 것입니다. “너희는 왜 눈만 뜨면 싸우니? 다른 집은 형제끼리 잘만 지낸다는데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래?” 야단도 치고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기도 하고, 공평하게 벌세우기도 하고 반성문도 쓰게 합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매일매일 다른 상황에서 벌어지는 형제자매 간의 갈등에 일일이 나설 수 없는 노릇이지요. 때로는 지금까지 해 온 중재 방법이 적절한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형제자매 간의 다툼 및 갈등 문제로 상담을 의뢰해 오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호진이(가명·11세·남)와 유정이(가명·10세·여)는 얼굴만 마주하면 으르렁거립니다. 둘 사이에는 언어폭력에 신체적인 폭력도 자주 오가는데,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컴퓨터 마우스나 베개, 필통, 책을 던지며 싸워 통제가 안 될 정도입니다. 엄마는 두 아이가 전생에 원수 진 사람들처럼 싸운다고 하더군요. 고성이 오가는 싸움은 주로 엄마랑 있을 때 일어나고, 남매간의 싸움을 용납하지 않는 아빠가 집에 있으면 서로 눈을 흘기거나 꼬집고 주먹을 추켜세우며 협박하는 식의 제스처로 소리 없이 싸웁니다.
서로 먼저 먹겠다고 다투고, 외출할 때 현관문을 나서는 순서를 두고도 경쟁합니다. 심지어 차를 탈 때 누가 엄마 옆자리에 앉을 것인가를 놓고도 다툽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로 지긋지긋하게 싸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엄마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지 알고 싶은 마음에 연구소를 찾아왔습니다.
사실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발달 과정에서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반드시 상담을 받거나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부모가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형제애가 깊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으르렁댈 수도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호진이와 유정이를 따로 만나면서 엄마가 이곳에 자신들을 데리고 온 이유와 엄마의 걱정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것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고맙게도 호진이와 유정이는 상담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았고 수다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자기들 얘기를 했습니다.

 

연령 4~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9월 7일 | 정가 7,500원

먼저 형제자매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그림책 『내 동생 싸게 팔아요』(아이세움),『터널』(논장),『왜 동생만 예뻐해?』(비룡소),『피터의 의자』(시공주니어)를 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남자아이에게는 그림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형제자매 간의 다툼과 갈등, 화해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담아내 아이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네 권 가운데서 지금 호진이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그림책을 골라 보게 했더니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아빠 엄마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꼬마의 심정을 잘 표현한『피터의 의자』를 선택하더군요. 피터가 집을 나가려 한 상황을 백 퍼센트 이해한다는 것이었지요. 호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집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자기는 자주 야단치면서도 동생에게는 친절하고, 엄마는 모두에게 다정하지만 결국 동생 편인 것 같아서 외롭다고 했습니다. 먹는 것도, 노는 것도 모두 동생 유정이한테 맞춰 주고 유정이가 잘못해서 싸우는데도 언제나 자기만 혼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요. 오빠로 태어난 게 무슨 죄냐며 흥분할 때는 얼굴이 상기되었습니다. 언제나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예쁜 척하고 고자질하는 동생이 미워 죽겠는데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할 때면 패 주고 싶을 만큼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바로 “아빠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면서 나한테만 큰소리치지.”, “여동생한테 화풀이 하는 비겁쟁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유정이는 네 권의 그림책 중에 성격과 취미가 달라 늘 티격태격하는 남매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터널』을 골랐습니다. 오빠는 자기가 엄마랑 사이좋은 꼴을 못 본다고 했습니다. 가만히 책 보고 있는데 괜히 툭툭 건드리고 양보도 않는데 무슨 오빠냐며 마술을 부릴 수 있다면 오빠를 돌로 변하게 만들어 버릴 거라고 하더군요.
오빠랑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를 화나게 하는 말을 자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네 까짓 게 뭘 안다고 그래?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신경 꺼.”, “엄마한테 딱 달라붙어서 노는 거 밥맛이다.”, “네가 애기냐? 아직도 엄마 옆에서 자게?” 이런 말만 안 하면 오빠랑 사이좋게 지내 볼 마음이 있다고 하더군요. 유정이는 “그림책에서 오빠와 동생이 화해한 것처럼요.” 하며『터널』의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아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자기를 챙겨 줄 사람은 오빠라는 말도 했습니다. 엄마가 유정이한테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여동생을 잘 챙기고 보호해 주는 오빠가 나오면 ‘우리 오빠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남매에게는 각자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호진이는 한 살 터울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아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혼자 듬뿍 차지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오빠라는 것을 잊은 채 유정이를 엄마의 사랑을 똑같이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상대로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유진이 생각은 다릅니다. 비록 한 살 위인 오빠지만 동생에게 양보할 줄 알고,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고 용기 있는 멋진 오빠이기를 바랍니다. 유정이는 오빠와 자신의 관계에서 자기 입장만 생각했습니다. 오빠도 아직까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반면 엄마는 싸움의 패턴을 읽지 못한 채 오빠인 호진이를 야단치는 식으로 그동안 싸움을 중재해 왔습니다. 이런 대응은 호진이를 더욱 서운하게 했지요. 아빠도 자기를 야단치는데 엄마까지 동생 편을 드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요. 그래서 호진이는 동생이 엄마 옆에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비아냥거렸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동생의 말에 더욱 발끈했던 겁니다.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7월 1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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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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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이와 유정이를 위해 상담사로서 개입하는 최선의 방법은 서로의 입장과 생각, 각자에게 바라는 바를 빈정대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잘잘못을 가리거나 오빠로서, 동생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말로 가르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은 아이들 각자 따로 이뤄졌고 세 번째 만남은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앉은 상태에서 진행했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헨젤과 그레텔』(비룡소)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독일의 민담 ‘헨젤과 그레텔’을 앤터니 브라운이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옛이야기의 틀을 깨고 현대를 배경으로 재구성한 그림이 특징적이지요. 헨젤은 요즘 아이들과 같은 옷차림에 안경을 썼고, 그레텔은 빨간 코트를 입었습니다. 거실 텔레비전 속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닙니다. 새엄마의 까만색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빨간 립스틱이 유독 눈에 띕니다. 안경을 쓰고 평범한 옷을 입은 마귀할멈도 옛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지요.

형제자매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많은 그림책들 가운데서『헨젤과 그레텔』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구도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오빠와 동생이 서로 의지하며 두려움을 물리치고 기지를 발휘해 결국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빠와 새엄마가 자신들을 숲 속에 버린 이야기 초반에는 오빠인 헨젤이 동생을 보살피고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마녀에게 잡혀 위기 상황에 빠진 후반에서는 그레텔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에 갇힌 오빠를 구해 내지요.『헨젤과 그레텔』을 다시 보며 호진이와 유정이가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먼저 60분 동안 셋이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고 말하고 종이에 적었습니다. 호진이는 “나는 유정이가 하는 말을 무시 안 하고 잘 듣겠습니다.” 이에 유정이는 “나도 오빠가 하는 말을 무시 안 하고 잘 듣겠습니다.” 하고 따라 적었습니다. 순간 호진이는 “따라쟁이.”라고 말하려다 멈추었습니다. 호진이가 평소 동생을 무시하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여기서 지적하지 않고 호진이가 적은 다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미소만 지어 보였습니다.

 

유정이한테는 미션을 부과했습니다. 오빠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이었지요. 이는 집에서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모든 게 유정이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억울해 하는 호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잠깐이라도 동생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동생을 통해 위로받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오빠니까 동생에게 뭐든 해 줘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유정이에게는 반대로 오빠를 위해 동생인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유정이는 차근차근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를 읽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3분의 1쯤 읽다가 “휴!” 하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상담사 : 오빠에게 이야기 읽어 주는 게 힘드니?
유정이 : 그게 아니라 글이 너무 길어서 숨이 차요.
상담사 : 그럼 어쩌지? 조금 쉬었다 다시 읽을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유정이 : 조금만 쉬었다가요.

잠시 후 이야기 들려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세 페이지쯤 읽더니 유정이는 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런 동생의 모습이 답답했는지 호진이가 끼어들었습니다.

호진이 : 선생님! 나머지는 그냥 제가 읽으면 안 돼요?
상담사 : 왜? 선생님은 유정이 몫이라서 끝까지 혼자 하게 내버려 두고 싶은데.
호진이 : 네. 선생님 말도 맞지만요. 저러다 숨 넘어갈 것 같아요.
상담사 : 왜? 유정이가 잘못 될까 봐 걱정되니?
호진이 : …… 아! 그냥 제가 읽는다니까요.
상담사 : 안 그런 척해도 은근히 동생 챙긴다.
호진이 : 선생님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상담사 : 알았어. 내 마음대로 생각할게. 그런데 유정이 생각은 어때?
오빠가 대신 읽어도 되겠니?
유정이 : 네. 사실은요. 오빠가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상담사 : 그럼 진작 오빠한테 부탁하지 그랬어?
유정이 : 제가 부탁하면 오빠는 화부터 막 내고 안 들어줘요.
상담사 : 그랬구나. 호진이가 유정이한테 무섭게 굴었나 보네.
호진이 : …….
유정이 : 그래도요. 지금 내가 힘든데 오빠가 도와주려고 해서 많이 고마워요.
상담사 : 그래. 맞아! 오빠가 유정이를 위하는 마음은 큰데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 호진아! 선생님이 호진이 마음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혔지?
호진이 : (부끄러워하며) 아이참. 그냥 저 읽어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나서 호진이는 그림책을 덮었습니다. 유정이는 오빠가 책 읽기를 마치자 박수를 쳤습니다. 자기와는 달리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나가는 오빠를 내내 존경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호진이도 그게 싫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책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다시 보는 『헨젤과 그레텔』에 대한 느낌과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 관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에 본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이 예뻤고 과자집이 엄청 컸는데 이 책은 어둡고 으스스하며 과자집이 작게 그려져서 아쉽다며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그리고 새엄마는 화려하고 기세등등한데 아빠와 헨젤, 그레텔은 기가 팍 죽어 있어 가엾게 보인다고 하더군요. 저는 호진이와 유정이의 섬세한 관찰력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재해석된 『헨젤과 그레텔』은 창백하고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남매와 삭막하고 차가운 집 안의 모습, 경직되고 위압적인 어른, 아이들의 억눌린 마음과 공포 등을 잘 표현한 그림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호진이와 유진이도 그런 특징을 느낀 것이지요.
만약 두 사람이 숲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마녀에게 잡혀 오빠가 우리에 갇힌다면 유정이는 어떻게 할 건지, 반대로 동생이 우리에 갇힌다면 호진이는 어떻게 할 건지 묻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만약 ○○○라면’ 같은 가정법을 활용한 이야기 만들기는 호진이와 유진이로 하여금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귀할멈을 물리치고 강을 건널 때 헨젤이 먼저 오리를 타고 강을 건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보았습니다. 호진이는 당연히 그레텔이 먼저 강을 건너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리가 무거운 헨젤을 먼저 태워 주고 건너오면 지쳐서 그레텔을 태우고 강을 건널 수 없다는 게 이유였지요. 이는 호진이가 동생을 아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헨젤은 수영을 잘하는 아이이므로 오리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는 유정이가 바라는 용기 있는 오빠의 모습입니다.

그림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싸움을 멈추고 사이좋은 남매가 되기 위한 마음 터놓기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오빠가 하는 말 중에 듣기 싫은 말, 동생이 하는 말 중에 듣기 싫은 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이었지요. 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었는지, 그런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얘기할 때 유정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동안 자기가 한 말이 오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인 줄 몰랐다며 무척 미안해하더군요. 호진이는 “아휴! 바보야. 이까짓 일로 왜 우는데? 뚝! 그만 울어라. 오빠가 부끄럽다.”라고 말하며 우는 동생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동생에게 바라는 것과 동생이 오빠에게 바라는 것을 얘기한 후 그림책 속 과자 집을 크게 그려 서로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담은 세 번의 만남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엄마에게는 그동안 오빠인 호진이를 야단치는 식으로 싸움을 멈추었던 개입 방식이 남매의 싸움을 더욱 부추겼음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호진이는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아빠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독차지할 겨를도 없이 ‘폐위된 왕’이 되었는데, 그 속상한 마음을 부모가 섬세하게 헤아려 주지 못해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상처가 동생을 무시하고 시샘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지요.
다른 집 남자아이들은 4학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가족들은 오히려 뒷전이라고 하던데 아직도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아들의 심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엄마는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호진이는 남자여서 좀 내버려 둬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약한 아이인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더군요. 저는 엄마의 말을 정정해 “호진이는 약한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건강한 아이”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호진이와 유정이가 싸울 때는 부모가 관여하지 말고 둘이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쪽으로 조언했습니다. 만약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설 때는 양쪽 모두에게 공평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다 듣고 나서 “엄마가 들어 보니까 호진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얼른 유정이한테 사과해.”라는 식으로 판사처럼 판결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대신 “엄마는 평소에는 두 사람 모두의 편이지만 싸울 때는 어느 누구 편도 아니야. 그러니까 화해를 하든, 하지 않든 그건 자유라는 말을 해 주고 싶어. 나머지는 둘이서 알아서 해결해.” 하고 비켜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임을 덧붙였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경우에는 부모가 개입하지 않으면 이내 잦아들기 마련이지요.
대신 호진이와 유정이가 그동안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비아냥거리는 말 때문에 싸우는 일이 많았으므로 상담할 때 했던 약속과 다짐을 잊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면 그 때는 서로의 잘잘못을 물어 강한 패널티를 주는 것이 좋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방법은 초등학생쯤 되는 아이에게 적용 가능한 것입니다. 열한 살, 열 살이면 부모의 말을 알아듣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들은 다릅니다. 아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전부인 시기에 동생과 그 사랑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혹자는 동생의 출현이 10년 동안 함께 산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을 데리고 와서 이혼을 요구할 때의 충격과도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잘하던 대소변 가리기에 실패하고 갑자기 안 하던 어리광을 부리는 등 아기가 하는 짓을 따라하며 퇴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갖가지 요구가 늘고 틈만 나면 엄마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하지요. 동생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엄마는 첫째의 어리광을 받아 줄 여유가 없어 괜한 화와 짜증을 어린 첫째에게 쏟아붓고는 돌아서서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립니다.
따라서 유아기 자녀들을 키울 때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형제자매 간의 질투와 다툼을 조율해 주어야 합니다. 첫째가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 동생은 엄마가 보살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해 주고 동생을 돌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그것을 잘 해냈을 때는 첫째만을 위한 특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과 같은 언어 보상은 물론이고 둘째가 잠자는 동안에는 첫째가 원하는 방식으로 놀아 주기, 잠들기 전에 첫째만을 위한 그림책 읽어 주기, 주말에 아빠나 엄마와 첫째가 단둘이 바람 쐬러 가기 등을 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다룬 그림책을 보여 주며 동생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빠와 언니, 누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오빠, 어떤 언니, 어떤 형이 되어야 하는지를 차츰 알아 갑니다.

 

  •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국민서관)
  • 『난 형이니까』(아이세움)
  • 『내 동생 싸게 팔아요』(아이세움)
  •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일』(한울림어린이)
  • 『내 동생은 괴물』(미래아이)
  • 『내 동생은 앤트』(보림)
  • 『동생이 있어 좋아요』(맑은 가람)
  •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한림출판사)
  • 『순이와 어린 동생』(한림출판사)
  • 『쏘피가 화나면-정말 정말 화나면』(케이유니버스)
  • 『의좋은 형제』(비룡소)
  • 『의좋은 형제』(국민서관)
  • 『우리 언니』(사파리)
  • 『원숭이 오누이』(한림출판사)
  • 『왜 동생만 예뻐해?』(비룡소)
  • 『피터의 의자』(시공주니어)
  • 『헨젤과 그레텔』(비룡소)
  • 『형보다 커지고 싶어』(비룡소)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20 | 김용택 | 그림 염혜원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2월 7일 | 정가 12,000원
연령 4~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9월 7일 | 정가 7,500원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7월 1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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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4월 23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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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보다 커지고 싶어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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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 어린이책이 가진 매력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1. 황유정
    2012.10.25 1:46 오후

    싸우는 아이들의 각각의 이유와 입장이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가네요.
    저두 그 이유와 입장을 보듬어 줄수 있는 마음 넓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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