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내 아이도 학교 폭력에 노출될까 봐 걱정돼요

신조어 ‘멘붕’(멘탈붕괴)이란 과격한 말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은 실로 우리 아이들을 ‘멘붕’ 상태에 빠지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10대들의 소식이 시시때때로 들려옵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혹시 내 아이도?’ 하는 걱정과 불안함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폭력은 더 잔인해집니다. 그저 내 아이만 비켜 가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름 방학은 아이의 마음이 더욱 단단히 여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학교 폭력에 대해 아이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더불어 아이의 공감 능력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감’은 학교 폭력의 원인인 동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 글, 그림 야시마 타로 | 옮김 윤구병
연령 8~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7월 1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4건

학교 폭력은 교육 현장인 학교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합니다. 주로 학생들 상호간에 이뤄지는 학교 폭력의 형태는 신체적·언어적·정서적이며 특정 기간 동안 되풀이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집단 따돌림 역시 학교 폭력의 일종이지요.

그렇다면 학교 폭력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정신의학자들은 그 원인을 낮은 공감 능력에서 찾습니다. 공감 능력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누어집니다. 정서적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고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가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정서적 공감 능력이 결여되면 타인을 지배하고 학대하려 하지요. 가해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그림책에 나타난 집단 따돌림 가해자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먼저『까마귀 소년』(비룡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작은 아이를 ‘땅꼬마’, ‘바보 멍청이’라 부르며 놀리는 아이들은 다섯 해 동안 ‘땅꼬마’를 철저히 외면하고 따돌립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말이지요. 정서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땅꼬마가 어떻게 학교를 다니는지, 그들이 얼마나 땅꼬마를 못살게 굴고 있는지, 그래서 땅꼬마가 얼마나 외로운지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7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엄혜숙
연령 5~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2월 1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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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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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비룡소)에도 장애를 가진 보르카를 놀리고 따돌리며 자기들 무리에 끼워 주지 않는 기러기들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형제 기러기들조차 보르카를 외면합니다. 이들에게는 깃털이 없어 헤엄을 못 치고, 날 수도 없는 보르카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습니다.『까막눈 삼디기』(웅진주니어)에 나오는 반 아이들은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삼덕이를 까막눈이라 놀립니다. 삼덕이에게 글자를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삼덕이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아이도 없습니다. 『내 짝꿍 최영대』(재미마주)에서는 남자아이들이 걸핏하면 주인공 영대의 가방을 빼앗아 교실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는 일부러 영대 팔을 흔들어 우유를 쏟게 한 다음, 선생님께 영대가 자기 책상을 적셨다며 혼내 달라고 합니다. 냄새가 나니까 복도로 내쫓으라는 말을 하고, 선생님 몰래 영대를 세워 놓고 돌아가며 한 대씩 때리기까지 합니다. 이런 경우처럼 정서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힘없고 가여운 또래 아이를 놀리고 괴롭히는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표정과 말투, 태도 등으로 생각을 이해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결여되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못해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되기 쉽지요. ‘공감의 뿌리’(공감 능력 향상을 위한 심리 교육 프로그램) 설립자인 메리 고든은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자 타인의 감정과 관점에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을 적절히 전달하여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공감이라 했습니다. 메리 고든 역시 인지적 공감을 강조합니다. 『까마귀 소년』에는 인지적 공감이 부족한 피해자의 모습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땅꼬마는 학교에 간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모르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인지적 공감 능력이 낮은 아이는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져서 친구들에게 미운털이 곧잘 박힐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느리고 센스가 없다거나, 극도의 개성을 추구해서 매사에 튄다거나, 자기 자랑과 잘난 척을 심하게 하는 등의 행동 특성을 보이지요.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고래이야기)는 집단 따돌림이 일어난 후 아이들의 반응을 적나라하게 담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애써 모르는 척하는 말을 하고 어떤 아이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도리어 상대방을 탓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용기가 없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합니다. 장편 그림책 『모르는 척』(길벗어린이)에도 방관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 ‘나’가 등장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돈짱’이라는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나’라는 소년의 갈등과 마음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지요.
두 달 전부터 만나고 있는 5학년 현주(가명)라는 아이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현주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4학년 때까지 성적도 줄곧 상위권이었지요.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아빠, 엄마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어느 날, “엄마! 이까짓 공부가 다 뭐야? 친구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힘들어서 죽는 아이도 있는데, 나 혼자만 열심히 공부하면 뭐해! 비겁하게 한 마디 말도 못하는데.”라는 말을 하더니 새학기를 앞둔 지금까지도 우울해하고 있습니다. 말수가 줄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심드렁해 하면서 공부까지 손을 놓았습니다. ‘예민한 탓일까? 사춘기 때문일까? 다른 아이들은 별 문제 없이 이런 상황들을 잘 받아들이고 넘어가는데 왜 내 딸만 이럴까? 정이 많은 아이라 그럴까?’ 엄마는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고 합니다. 예민함과 사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데가 있습니다.
현주가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모르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때문에 학교가 싫어지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많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말이 통하는 친구에게 털어 놓아도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그냥 지나치라는 말만 할 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직장 일로 바쁜 엄마와는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는 데다 한 번은 속마음을 털어 놓았는데 그때 엄마가 한 말이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하든 너는 네 길만 열심히 가면 되는 거야.”였다고 합니다. 엄마의 이기적인 조언에 실망하고 나서부터 현주는 더 이상 집에서 학교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딸이 조금 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 아이에게 그토록 실망스럽게 들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나 봅니다.

“다른 아이들은 친구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봐도 모른 척하고 양심의 가책도 잘 느끼지 않는다고 하던데 내 딸은 지금 상황이 많이 안타까운가 보구나. 다른 아이들도 현주처럼 생각한다면 학교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뭐가 잘못된 걸까? 엄마도 어른으로서 한 번 생각해 봐야겠어. 하지만 현주야!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서 너 자신을 한심하고 비겁한 아이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물론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해. 잘못을 잘못이라 느낄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를 낼 수 없다고 해서 나쁜 아이인 건 아니야. 그건 어른들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거든. 대신 어떻게 하면 용기를 낼 수 있는지 엄마랑 함께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지금 당장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면 찾을 수 있을 거야.”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상황과 입장을 헤아리는 말,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말을 해 주는 것입니다. 일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조언하기보다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최선의 대화법이지요.
현주는 주변인 또는 방관자로서의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심리 상담도 대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주변인 또는 방관자들이 안고 있는 죄책감과 상처는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따져 보면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보다 주변인 또는 방관자가 더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이들 주변인은 올곧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에 있지만 잘못 끼어들었다가 도리어 따돌림을 당할까 주저합니다.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소극적으로 가해자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서적 공감 능력과 인지적 공감 능력이 균형 있게 발달한 아이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방관자도 되지 않습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고 곧은 목소리를 내는 멋진 모습을 보이지요.『까막눈 삼디기』의 또 다른 주인공 ‘보라’가 바로 그러한 아이입니다.
통영에서 전학 온 보라는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압니다. 서울 아이들에 대한 열등감이 없고 자신의 경상도 억양에 아이들이 킥킥대며 웃어도 주눅 들기는커녕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표현하지요. 책도 많이 읽습니다. 반 아이들 모두가 삼덕이를 까막눈이라 놀리고 무시하지만 보라는 시간을 내어 글을 가르쳐 줍니다. 보라의 노력은 삼덕이를 천덕꾸러기로 바라보던 반 친구들의 시선을 바꾸어 놓고 한목소리로 삼덕이를 응원하게 만드는 데 이릅니다. 보라는 건강한 아이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에도 공감 능력이 잘 발달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보르카가 갈대숲을 헤매다 올라 탄 배의 선장과 개, 런던 큐 가든에 사는 착한 기러기입니다. 선장과 개는 보르카가 깃털이 없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불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르카를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주체로 여기며 뱃삯에 준하는 일을 맡기지요. 이를 계기로 보르카는 울고 도망치며 움츠렸던 지난날과 달리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합니다. 선장은 보르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이상야릇한 새들이 살고 있는 공원 큐 가든에 데려다 줍니다. 생김새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큐 가든에서 보르카는 마음 따뜻한 기러기를 만나 헤엄치는 방법을 배우며 행복한 날을 보내게 됩니다.
『까마귀 소년』에서 땅꼬마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이소베 선생님은 공감 능력이 잘 발달되어 있는 어른입니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다정한 선생님은 야외 수업에서 땅꼬마가 꽃이란 꽃을 죄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그 뒤 땅꼬마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집니다. 땅꼬마가 그린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고 아무도 없을 때면 땅꼬마랑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요. 이소베 선생님은 아이들의 놀림과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땅꼬마가 6학년이 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왔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그동안의 외로움을 위로해 줍니다. 또 학예회 무대에서 땅꼬마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멋지게 흉내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그동안 땅꼬마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만듭니다. 이소베 선생님은 지금의 학교에 꼭 필요한 교사이자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요?

실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집단 따돌림은 현실을 반영한 사실주의 그림책에서 묘사된 것보다 더 잔인하게 일어납니다. 문제의 해결 양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러한 그림책들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에 대해 아이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삼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그림책으로 치유의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인즈와 하인즈-베리(Hynes & Hynes-Berry)는 문학을 매개로 치유 활동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독서 치료적 질문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전반적 인식을 돕는 질문, 이해와 고찰을 위한 질문, 다각적 평가 시도의 질문, 자기 적용을 돕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은 책 내용의 이해와 해석을 돕고 관점의 변화를 일으키는 창의적 사고를 확장시키도록 도와줍니다. 나아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느낌과 사실, 깨달음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인 질문입니다.

『까마귀 소년』을 아이와 함께 보고 난 다음 치유의 대화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전반적 인식을 돕기 위해 “까마귀 소년을 읽은 느낌이 어때?”,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지?”, “까마귀 소년에는 누가 누가 나왔어?”처럼 책에 대한 전체 인상과 비교적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서 아이가 책의 내용을 얼마만큼 인식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해와 고찰을 위한 질문은 행간을 읽어 내기 위해, 즉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입니다. “왜 학교에서 땅꼬마를 놀리고 따돌리는 일이 벌어졌을까?”, “이야기 속에서 따돌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까마귀 소년이 혼자서 외롭게 보낸 6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까마귀 소년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땅꼬마를 놀린 아이들의 마음은 편하기만 했을까?”, “땅꼬마와 아이들은 어떤 일을 계기로 서로 마음을 여는 사이가 되었을까?” 등의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다각적 평가 시도의 질문은 아이의 사고 확장을 도와서 관점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만약 이소베 선생님이 새로 오지 않았다면 땅꼬마와 학교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선생님의 도움 없이 아이들 스스로 따돌림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까마귀 소년이 가진 재능이 빛나도록 뒷이야기를 조금 더 행복하게 꾸며 보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적용을 돕는 질문은 작품을 통해 인식하고 느낀 점,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깨달음을 자신의 문제 해결과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입니다. “까마귀 소년처럼 너도 혼자 숨고 도피해서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니? 만약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그랬는지,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말해 보렴.”, “너도 친구 별명을 부르며 놀리고 따돌리는 일에 함께한 적이 있니? 있다면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네가 만약 땅꼬마랑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땅꼬마가 놀림을 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이소베 선생님처럼 너의 특별함을 알아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는 누군가가 있니?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자세하게 얘기해 주겠니?”, “너는 커서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 주고 싶니?”와 같은 질문을 단계적으로 해서 가해자, 피해자, 주변인의 입장이 되어 다각도로 현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많은 질문들을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질문에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에 따라 어떤 질문은 생략하거나 추가하면서 다음 질문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인정해 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가르치고 지적하는 듯한 말투는 아이의 마음을 닫아 버리니까요.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이라면 연령과 상관없이 위의 책들을 보여 주어도 괜찮습니다. 반드시 아빠, 엄마도 함께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내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가 된 적은 없는지, 피해자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인 또는 방관자로 지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이에게 만약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물어보세요. 아이의 대답이 부족하게 느껴지면 대처 방법을 조언해 주면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반드시 부모에게 얘기할 것을 당부해야 합니다. 피해 아동들은 선생님과 부모에게 알리면 일이 더 복잡하고 커진다는 생각에 혼자 괴로워하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어른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지요. 따라서 평소 위기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겪을 때, 흥분하지 말고 침착한 말과 행동으로 아이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정서적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면 봉사 활동의 기회나 동물 또는 식물을 키우는 활동을 마련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책임감을 가지도록 일찍부터 도와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인지적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면 사회성 증진을 위한 개인 상담 또는 집단 상담에 참여하게 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주변인 또는 방관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면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힘든 상황에 공감해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다음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좋을지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각을 모아야 합니다.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시간을 마련해야만 혹시나 마주할지 모르는 학교 폭력과 따돌림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교육계에서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근절 대책을 다각도로 세우고 있지만 이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변화만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부모와 어른들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적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일찍부터 우리 아이들을 공감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으니까요. 모른 척, 아닌 척,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교육 방식에 길들여진 아이들한테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바로 학교 폭력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 하고 개탄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이고 경쟁자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갖출 때, 우리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사실을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그림책이 끊임없이 희망을 노래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 밝은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랍니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08 | 글, 그림 로저 뒤봐젱 | 옮김 김경미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6월 2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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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67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이상희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8월 6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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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8월 8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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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 소장)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 어린이책이 가진 매력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1. 전샛별
    2012.7.27 2:15 오후

    최근에 많이 고민했던 문제였는데 이런 방법들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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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정민정맘
    2012.7.23 12:33 오전

    그림책은 아니지만 최근에 읽은 ‘명탐정의 아들’이 생각나네요. 태권도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학기초에 아이들에게 많이 주지시키더군요. 어쨌든 제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겠어. 피해자도 가해자도 더 이상 생기지않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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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미란
    2012.7.20 3:06 오후

    엄마아빠가 함께 보아야할 그림책들…아직 보지 못한 그림책들은 도서관에 갔을때 꼭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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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은영
    2012.7.20 7:39 오전

    다시 한번 .. 생각을 주는 책 .. 다시 아이와 읽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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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유정민정맘
    2012.7.18 1:27 오전

    요즘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놀 때가 즐거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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