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책 이야기: 알고 보면 더욱 매력적인 「지브라」시리즈

저는 그림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어른이에요. 그래서 그림책이 어린이나 보는 책이라고 취급받을 때면 정말 안타깝고 속상해요. 그림책을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라고 한정 짓는 건 그림책의 무한한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일일 테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림책의 예술적 매력을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어른들에게도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어요.

글과 그림을 ‘책’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그림책은 일찍부터 하나의 종합 예술로 인식되어 왔다. 그림책을 말과 그림의 다양한 조합이라고 보았을 때, 판형과 페이지 수와 종이의 질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제판 작업과 인쇄 작업과 제본 작업을 거쳐 비로소 책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되는 그림책이야말로 종합 예술에 걸맞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쓰이 다다시, 『그림책의 힘』(마고북스)중에서

일본의 저명한 어린이 문학가 ‘마쓰이 다다시’의 말이에요. 그의 말처럼 그림책을 ‘종합 예술’로 인식하고 찬찬히 뜯어보고 들여다보면, 정말 놀라운 예술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아직 못 느끼시겠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의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예술적 감각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로서의 그림책을 선보이고자 기획한 「지브라」시리즈입니다. 「지브라」시리즈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선사하는 참신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답니다.
첫 번째 준비한 작품은 제2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그림책이에요. 브루노 무나리가 1956년에 발표한 작품인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는 깜깜한 밤, 작은 불빛 하나를 좇아 산책을 하면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위쪽 사진 중 첫 번째는 원서인 이탈리아판 『nella notte buia』표지예요.
두 번째 표지가 띠지를 입은 한국어판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세 번째 표지는 영문판 『in the darkness of the night』이고요.
원서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야기는 까만 밤, 아침 이슬이 자욱한 안개 속, 동굴 속 등 다양한 배경을 따라 전개돼요. 각 배경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색과 질감을 가진 종이를 사용했지요. 그림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재료와 표현 기법들에 주목해서 봐 주세요.

저 멀리 보이는 작고 노란 불빛을 좇아갑니다. 깜깜한 밤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까만 종이에 컬러 인쇄를 했어요.

노란 불빛을 내는 건 반딧불이였죠. 반딧불이를 좇아 이슬에 젖은 풀숲을 지나며 메뚜기, 달팽이, 장수풍뎅이, 거미, 지네 등 벌레들을 만나요. 안개가 자욱한 풀숲을 표현하기 위해서 얇은 파라핀 종이를 사용했네요. 마치 점점 짙은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안개 속을 빠져나오면 자그마한 동굴 입구가 보여요. 책장을 넘길수록 구멍이 점점 커져서 깊은 동굴 속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지요. 동굴 속에는 고대 벽화도 그려져 있고, 보물 상자도 숨겨져 있네요. 보물 상자 속에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시죠? 살짝만 보여 드릴게요. 나머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깊은 동굴에 들어가면 요란한 강물 소리가 캄캄한 골짜기를 내달리며 바위 벽에 메아리쳐요. 부분적으로 파라핀 종이를 사용하여 책장을 넘길수록 빠른 물살을 느끼게 하지요.

겨우 동굴을 빠져나왔을 때는 다시 깜깜한 밤이었고, 반딧불이가 밤을 밝히고 있답니다.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반딧불이의 빛이 보이시나요?

책장을 덮으며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책이 6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요. 이미 브루노 무나리는 그림책의 대상을 어린이로만 한정 짓지 않고,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을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어때요, 이 정도면 그림책을 ‘종합 예술’이라 언급한 것이 과하다는 느낌은 안 드시겠죠? 앞으로 선보일 「지브라」시리즈를 통해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그림책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지브라」시리즈를 궁금해 하실 여러분을 위해, 후속 권 소개를 간략히 덧붙일게요.

시리즈 지브라 2 | 글, 그림 아오이 후버 코노 | 옮김 이상희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7월 20일 | 정가 15,000원

「지브라」시리즈의 두 번째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이자 장난감, 포스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오이 후버 코노의 작품 『하얀 겨울』입니다. 구름이 모여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얀 눈 세상이 되는 모습을 시적으로 노래한 그림책이에요.
하얀 눈송이가 마법처럼 떨어져 온 세상을 하얗게 덮고, 하얀 눈 세상이 되는 모습을 경쾌하게 묘사하여 눈 내리는 날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지지요. 포슬포슬 눈 내리는 소리와 보드득보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것만 같아요. 시적인 글과 모던하고 그래픽적인 이미지, 그림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감상해 보세요.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7월 20일 | 정가 15,000원

세 번째 선보이는 그림책은 동화 작가인 브릭췬스키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그라슈카 랑게의 합작품으로, 2004년 폴란드 출판협회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수상한 『하얀 곰 까만 암소』입니다.
이 책은 책 표지의 양쪽 방향을 모두 이용하여 앞에서도 뒤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흰색이 싫어 검은 모자와 장갑, 검은 우산, 코트와 장화로 몸을 모두 감싸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는 ‘하얀 곰의 이야기’와 얼룩덜룩한 것이 싫어 흰색 알약만 먹지만 친구들과 약사의 충고로 다시 초록색 풀을 먹는 생활로 되돌아가는 ‘까만 암소의 이야기’가 전개되지요.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오브제를 활용한 흑백 그림, 강약이 강조된 폰트가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 냈어요. 독특한 그림책 구조와 형식에 주목해서 봐 주세요.

  1. 전선희
    2012.8.13 5:10 오후

    아이에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인것 같습니다. 큰아이 ,작은 아이와 한번 보고싶은 책이에요.

    URL
  2. 김미경
    2012.7.26 12:57 오전

    요책이였군요..오늘 출판사에서 살짝 만나 본 책..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인 저..얼른 요 시리즈의 책도 만나보아야 겠어요.아이보다도 더 책욕심이 많은 엄마이지요..오늘 가 본 비룡소는 정말 아름다운 책들이 마구 탄생하는 엄마품과 같은 공간이였어요..

    URL
  3. 권정애
    2012.7.24 5:23 오후

    살아있는 그림책 같아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URL
  4. 김은아
    2012.7.20 10:29 오후

    김산정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렇게 멋진 책들을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애 쓰셨을까요! 저는 그림책 심리여행을 쓰고 있는 김은아입니다. ^^ 제 아이디를 보시고 누군가 하실까봐 이름을 밝힙니다. 글로 만나니 반가움이 두 배예요.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지브라 시리즈를 더욱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URL
  5. 장석연
    2012.7.20 10:59 오전

    우와, 정말 갖고 싶어요. 어서 사 봐야지~~ ^^

    URL
  6. 전선희
    2012.7.19 9:04 오전

    아이디어가 짱!!! 아이들과 꼭 읽어보고싶네요..

    URL
  7. 유정민정맘
    2012.7.18 1:31 오전

    어머어머 1956년에 만들어진 그림책이라구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넘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책이에요.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