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셜록 홈즈상

당선작

배연우 「명아루 탐정일지」

심사위원

예·본심
허교범(아동청소년 문학가)
윤영천(하우미스터리 운영자)


심사 경위

비룡소가 새로이 제정한 제1회 셜록 홈즈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4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셜록 홈즈상에는 총 33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본심에 아동청소년 문학가 허교범, ‘하우미스터리’ 운영자 윤영천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3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6월 14일 본사에서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배연우의 「명아루 탐정일지」를 대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본심작

  • 「명아루 탐정일지」
  • 「지구에 온 이유」
  • 「우라리 고추 도난 사건」

심사평

어린이를 위해 추리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다. 인간의 근원적인 악과 그로 인한 범죄를 다루는 추리 소설은 잔인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쓸수록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으면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되 정서 발달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범죄의 규모와 묘사를 조절해야만 한다. 둘 사이의 적절한 경계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람으로서 응모작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크게 두 가지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끄는 전략이었다. 판타지와 과학 소설의 요소를 추리 소설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다루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일견 지혜로운 해결책인 듯하다. 그러나 두 장르를 혼합해서 효과를 내려면 별개의 장르 기준으로도 각각 훌륭한 작품인 동시에 여러 소재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게 된다.
두 번째로는 어린이 명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품이 많았다. 추리 소설이 다양한 하부 장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일이다. 또한 어린이 탐정이 적절한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에는 전체적인 구성과 상관없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본심에 오른 세 작품은 각자 내세울 만한 장점이 달라서 심사 과정의 토의를 다채롭게 해 주었다.

『우라리 고추 도난 사건』은 빼어난 서술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배경과 등장인물도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을 그대로 묘사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할머니들의 대화는 억지로 꾸며냈다기보다는 옆에서 관찰하고 그대로 기록한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남수’ 캐릭터는 다른 작품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다루는 사건 자체가 어린이의 관심을 끌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향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 아주 신선하다. 탐정 개인의 비극적인 과거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도 다른 탐정들보다는 개입의 동기가 설득력 있다.

『지구에 온 이유』는 어린이의 인간관계를 가벼이 보지 않고 그 양상을 진지하게 표현한다. 추리 소설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다룬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어린이를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모든 어린이 문학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건이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이어져 독자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개도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가서 긴장의 끈이 쉽게 풀리는 면이 있지만 여러모로 정석적인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니’는 어린이 문학에 자주 등장하지 않은 독특한 성격 유형을 보이는데, 그러한 문제가 사회에 실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 준다.

『명아루 탐정일지』는 괴담을 바탕으로 하는 공포와 추리의 조합이 수준 높은 작품이다. 어린이가 추리 소설을 집어 드는 것은 책을 통해 주인공의 모험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추리 소설이 지닌 다른 장점들은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는 목적을 잊게 할 정도는 아니다.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의 욕망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장르적인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 이야기의 전개는 작가가 추리 소설의 양상에 이미 익숙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그 전통이 어설픈 흉내 내기가 아니라 진지한 수용으로 이어지면서 추리 소설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 나왔다. 또한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하면서도 독자의 연령을 고려해서 공포의 수위를 조절하는 처리가 능숙한 것이 눈에 띈다. 주인공의 해결 능력은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이 탐정보다 월등하면서도 어린이에게 불가능한 수준을 강요하지 않는다.

본 상이 어린이 ‘추리 소설’을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세 작품 중 『명아루 탐정일지』를 최종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상을 기점으로 어린이 추리 소설이 활발하게 나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허교범(아동청소년 문학가· 『스무고개 탐정』 저자)

‘제1회’라는 만만찮은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며 심사에 임했다. 먼저, 제한된 분량 내에서 미스터리 장르와 이야기의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분 모두에게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재미있는 어린이 문학이 갖춰야 할 덕목들은 비교적 명확하나, 그에 앞서 ‘셜록 홈즈’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이 얼마나 잘 반영돼 있는가에 주목했다.
미스터리 장르는 어디까지나 범죄자가 법에 의해 처벌받는 ‘사회적 범죄’를 소재로 한다. 이 고유한 특성을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읽기물에 알맞게 발현하는 건 실로 까다로운 일이다. 무난한 ‘동물 실종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차이’를 만들지 못했거나 청소년이나 성인에 어울릴 법한 작품도 있었는데, 모두 이러한 연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미스터리 장르는 그 경계가 흐릿하여 저마다 생각하는 장르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판타지, SF, 호러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퓨전 작품이 많았고, 느슨한 접점에서 균형이 무너진 작품 또한 적지 않았다. 탐정의 존재나 사건의 크기와 상관없이 미스터리 장르는 현실에 발을 내디딘 개연성과 논리가 가장 중요하다. 설사 현실과 완전히 다른 시공간과 물리 법칙을 다룬다 해도, 그 세계 내에서는 철저한 논리적 완결성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고민이 엿보이는 세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괴담에서 시작되는 「명아루 탐정일지」는 오컬트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한 ‘존 딕슨 카’나 ‘미쓰다 신조’의 스타일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학교 뒤편 폐가에 기괴한 괴물이 배회하고, 연못 물이 썩어 물고기가 죽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저주를 막아 주는 ‘서하’의 저주 인형이 교실에서 사라지고 5학년 1반 명탐정 ‘명아루’가 등장하는데……. 폐가의 괴담, 저주 인형의 실종, 명탐정의 등장, 주 사건과 명탐정의 해결까지, 플롯이 깔끔하게 연결된다. 다소 평이한 구성과 자잘한 오류는 아쉽지만, 괴이가 탐정의 논리로 해결되는 모범적인 미스터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제목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지구에 온 이유」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자칭 탐정이자 꼼꼼한 관찰자 ‘지구’는 눈치 없는 전학생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을 열고 ‘이유’를 받아들이려는 와중에, 토끼장의 토끼가 참혹하게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토끼장 근처에서 ‘이유’를 본 목격자들이 등장하고, ‘이유’는 의심을 받게 되는데……. 이야기에는 그 나이 때 어린이들이 겪을 만한 갈등이 담겨 있어, 미스터리 장르의 또다른 미덕이 잘 드러난다. 추리보다는 고백에 의존하여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에 결말 부분은 약간 수정이 필요할 듯하다.

「우라리 고추 도난 사건」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가독성이 빼어난 작품이다. 마을 우라리에서 말린 고추가 연달아 사라진다. 할머니의 고추가 도난당해 게임기를 사지 못하게 된 ‘진우’는 용의자를 한 명씩 손꼽으며 ‘향이’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사건의 트릭을 감추고 드러내는 방법이 훌륭하여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사건의 크기와 소재의 매력이 부족하고, 등장인물의 관계에 그 무게 중심이 있어 미스터리로서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 논의 끝에 본심에 오른 세 편 중 「명아루 탐정일지」를 제1회 ‘셜록 홈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세 작품 모두 안정적이고, 어린이 미스터리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장르의 충실함에 가점을 부여했다. ‘제1회’ 셜록 홈즈상 수상작이 인상적인 마중물이 되어 미스터리 장르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윤영천(하우미스터리 운영자· 『미스터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