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노래]가 소개되었어요

중앙일보 [엄마가 골랐어요]코너에 다이안 셀든이 글을 쓰고 개리 블라이드가 그림을 그린

케이트그리너웨이 상 수상작 『고래들의 노래』가 소개되었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 좋은 책의 향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요.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 얘기에 잠시 귀기울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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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책을 말할 때, 누구나 그림이 아름답고, 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고 합니다. 그러나 그림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 여전히 숙제로 남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글과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루고, 그것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책 몇 권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살펴볼 『고래들의 노래』(비룡소)에는 꿈을 간직한 아이와 현실적인 어른이 나옵니다. 할머니로부터 고래 이야기를 들은 후, 릴리는 자신도 고래들의 노래를 듣게 되길 소망합니다. 그러나 이미 꿈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있어 고래란 고기를 먹고 기름을 얻을 뿐 ,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바보 같은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죠.

이 책의 그림이 무척 아름다운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어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고래 라는 소재부터 신비한데다가 이야기도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림이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보니, 조용하고 꿈꾸는 듯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해 빛은 방향을 달리하며 절묘하게 밝음과 어두움을 조절하고 있어요.

손녀와 할머니가 웃고 있는 장면에서는 간접조명의 효과를 주듯이 빛이 뒤에서 비추고 있으며, 어스름한 저녁노을은 이야기를 잦아들게 하면서 아이의 실망한 감정을 전해 줍니다.

그러나 달빛이 방안을 채울 때 이야기는 반전되고, 그 빛은 밤바다에서도 고래를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래를 바라보고 있는 릴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로지 여자아이의 얼굴만을 환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합니다.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담긴 아이의 신비한 표정 때문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릴리!릴리!" 하는 고래들의 노래 소리가 제 귓가에도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만약 빛이 사물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묘한 효과를 이렇게 잘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이 신비한 이야기의 감동은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간혹 화랑에 걸려 있는 그림은 예술 로 대우해주고, 그림책 그림은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의 세계를 맛볼 수 없겠죠.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들보다 그림책을 더 좋아하게 된 어른들이 늘고 있어요. 저는 그들이 그림책에 빠져든 것은 그 속에서 잃어버린 꿈 을, 잊고 있었던 동심 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감동이 굳어진 얼굴에 살며시 웃음을 되찾아 주었던 것이 아닐까요?

허은순 <애기똥풀의 집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