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걸』사춘기, 해법은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12월 16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뉴베리 명예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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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무렵, 조용하던 우리 마을에 비닐하우스를 닮은, 커다란 타원형 모양의 건물이 지어지더니

어느 날부터 마을이 떠나갈 듯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궁금증이 생긴 우리에게 외삼촌 가게에 놀러 가자고, 가면 분명 재미있을 거라는 친구의 권유에

우리는 못 이기는 척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롤러스케이트장이었다.

마을에 처음 생긴 롤러장은 언니 오빠들을 비롯하여 우리 또래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롤러스케이트를 탄다는 것보다 다들 첨이라 바퀴를 굴리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서는

귀가 멍멍하게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부르고,

조금 익숙해졌다는 자신감에 속도를 붙였다가는 꽈당,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좋았다. 난간 잡고 바퀴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던  초보에서 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되기까지

우리는 어제보다는 몇 번 덜 넘어졌다는 만족감에 꽤나 잘 타는 듯 폼을 잡았던 때가

비룡소에서 출판된『롤러 걸』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떠올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절친이라 믿고 있는 니콜과 애스트리드.

둘은 성격부터 좋아하는 것, 말하는 방식까지 너무나 다르다.

단정하고 조심스러운 행동의 니콜과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와 편한 무채색 옷차림을 한 애스트리드.

서로의 취향과 모양새는 다르지만 서로를 향하고 있는 마음만은 절친이다.

 

엄마의 권유로 처음 가본 롤러장에서 애스트리드는

경기의 매력과 선수들의 열정에 마음이 빼앗겨 주니어 롤러 더비 캠프에 참여하여 롤러 걸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니콜은 발레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유로 애스트리드의 부탁을 거절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들어주지도 않는 애스트리드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한편,

자신을 괴롭히는 레이첼과 절친 니콜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애스트리드는

“어쩌면 나는 정말로 전쟁터에 나가려는 건지도 몰라. 그것도 혼자서.”라고 표현할 만큼

니콜의 빈자리가 너무나 컸으며, 이제는 정말 혼자라는 생각에

앞으로 닥칠 모든 일들이 전쟁과도 같다고 느껴졌다.

애스트리드는, 엄마에게  니콜 없이 혼자 캠프에 참여한다는 것을 비밀로 한 채

연습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수고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

처음 롤러를 신은 애스트리드는 탄다기보다는 넘어진다고 표현할 만큼 초보다운 모습에

온몸에 멍이 들고 물집이 잡히지만

그녀는 캠프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롤러 걸이 되겠다고 마음먹게 한 롤모델에게 쪽지를 남기는 용기로 혼자만의 싸움을 극복해 나가려 애를 쓴다.

사춘기는 열병과 같다고 누가 했을까.

시간이 지나야 열이 내려가듯 시간이 지나야 어둡기만 했던 사춘기라는 터널을 지날 수 있다.

애스트리드는 지금 너무 힘들다.

절친이라고 믿었던 니콜과는 어색한 사이가 되어 세상에서 제일 미운 친구가 되었고

캠프에서 만난, 그녀의 자유로움과 당당함이 맘에 들어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조이와는 대회에서 애스트리드가 너무나 맡고 싶었던 재머의 자리를 그녀에게 내어주어야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못해 서로의 마음에 깊은 골이 생기고 만다.

 

아이도 어른도 ‘친구’라는 다정한 말 아래에 참 많은 상처를 받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 보지만 자기 맘처럼 잘 되지 않는 게 사람 관계인 듯 싶다.

애스트리드를 보면서 우리집의 13살 소녀를 보는 것 같아 더 많이 맘이 아팠다.

축구를 좋아하고,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장에서 놀다가 교감선생님의 지시 아래 집으로 돌아오는,

맘은 여리고 감정선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말이 예쁘게 나가지 않아 적잖은 오해를 사기도 하고

똑부러진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말이 너무 세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아이다.

 

우리 집 소녀로 인해 참 많이 속상했고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도 크고 나도 엄마로서 조금씩 다져지면서 내 아이를 내 맘에 들고 사회가 원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것은

나의 욕심이지, 아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가 고민을 풀어놨을 때 들어주고 다독여주고 상대의 입장에 대해 얘기하면서

스스로 해결해가기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지금은 우리 집 소녀에게 절친 삼총사가 생겨서 활짝 웃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며

리더가 되어 책임있는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어

부모의 자리는 기다림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

 

애스트리드의 마음은 텅 빈 것 같다.

힘든 과정에서 곁을 지켜줄 니콜이 없고,

조이에게서 들은 ”너만의 특별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하지 못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꼭 특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와 나는 다름을 알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황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꼭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애스트리드는 조이를 만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이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해 속상하고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생기기도 하겠지만,

이 계기를 통해 ”나만의 특별한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에 물었더니

13살 소녀는, 발표 잘 하는 아이?  운동 잘 하는 아이? 라고 하며

10살 소녀는, 발표 잘 하는 아이? 배려 잘 하는 아이? 라고 한다.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것에 나는 너무 감사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맘에 감사할 뿐이다.

애스트리드는 바퀴를 따라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완전한 초보생이었다.

코치의 가르침이 귀로는 들리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멍과 물집을 받아들이고 소리를 지르며 겁을 표현하면서도

단한번도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악바리 기질과

자신이 원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끈기,

또한 깨지고 넘어져도 넘어졌을 때 웅크린 자세가 되었다는 긍정의 에너지.

이것이 바로 애스트리드의 매력이며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기고 살아난 상쾌한 기분을 맛본 그 순간

애스트리드는 스스로 다음 도전을 기약한다.

내가 애스트리드 소녀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롤러 걸』그녀는 그녀다웠다.

몇번의 넘어짐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실력으로 의기소침해진 캠프 친구 조이를 위해,

조이가 제일 좋아하는 휴잭맨 가면을 관중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롤모델이 되어준 롤러 더비에게 조이의 더비 명을 알려주어 힘을 실어준다.

 

대회 마지막까지 그녀는 그녀다움을 잊지 않는다.

실력으로는 한참 모자라지만 팀을 위해 자신을 위해 과감히 몸을 맡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있었기에 그녀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고,

엄마의 응원과 니콜의 꽃다발 그리고 롤모델 레인보우 바이트와 사인을 주고받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 괜히 겁먹고 도망치지 마. 적극적으로 덤벼. ~ 왜냐하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은 싸워서 얻을 가치가 있거든. 190쪽

레인보우 바이트가 애스트리드에게 쓴 쪽지에 있는 말이다.

롤러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외로움에서 스스로를 건져낼 수 있는 용기있는 소녀로 만들어주는 말이며,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닐까 싶다.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가장 힘든 것이 자기도 잘 모르는 감정에 휘말리고

빠져나오려고 애를 쓸면 쓸수록 일이 꼬여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친구와의 오해와 서운함이 미움으로 변하는 과정

친구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이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

못하지만 하려고 애쓰면 나 자신에게 떳떳하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옴을 일깨워주는 과정

애스트리드는 롤러 스케이트라는 새로운 도전과 함께 삶에서 배울 중요한 과정의 기본을 익힐 수 있었다.

조금 더 성숙한 사춘기 소녀로 성장할 것이며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롤러 걸』 애스트리드.

그녀를 만난 즐거웠다.

그리고 설레기도 하고 전전긍긍 마음을 졸이기도 하였다.

그녀의 긍정 에너지는 사춘기라는 긴 터널을 스스로 헤쳐나올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주었으며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우리가 겪은 사춘기, 우리 아이들이 겪을 사춘기 그들에게

『롤러 걸』 애스트리드는

재미와 스릴을 느끼는 그들에게 잠깐의 여유와 추억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