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될 수도 있어 더욱 무서운 이야기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3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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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학교에서 보여주었던 영화가 있다.

핵폭탄이 떨어진 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방사능에 피폭되어 점점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창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그 영화를 보고 난 뒤 나와 친구들의 반응은 ‘무섭다’ 였다.

정말 핵폭탄이 떨어지면 저렇게 될까, 저렇게 아프면서 비참하게 죽어갈바에야 그냥 폭탄이 떨어져서 한 번에 깔끔하게 죽는게 낫지 않을까, 이왕에 핵폭탄이 떨어질거면 서울에 딱 떨어져서 한번에 죽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 이후에도 핵폭탄이나 핵전쟁에 대한 문학작품과 영상물들은 계속 나왔더랬는데,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상상 속의 이야기들은 현실이 되었고, 한동안은 절대 비를 맞지 말고 꼭 우산 쓰고 다니라고 뉴스에서 신신당부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체르노빌이 기억에서 잊혀갈 즈음, 훨씬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다시 한 번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우리를 휩쓸었던 기억도. 그리고 이번 걱정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그래서 그냥 상상속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아서 무섭다.

 

핵전쟁이 일어나 대부분의 사람이 죽고,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보러 나갔던 식구들마저 영영 돌아오지 않아 골짜기에 혼자 남게 된 소녀 앤 버든.

기상 고립 지역인 골짜기 지형 덕분에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은 지역이라 물과 물고기, 닭과 소도 살아남고 나무와 풀들도 자라는 그 곳에서 간단하게나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다른 지역 생존자의 라디오 방송도 끊기고,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라고 생각할 무렵, 이상한 비닐옷을 입고 수레를 끌며 나타난 낯선 남자로 인해 앤 버든의 삶이 바뀐다.

 

처음부터 낯선 남자를 경계하며 그를 지켜보고 있던 앤.

그리고 방사능 피폭을 염려하여 지구상에 유일하게 한 벌 남은 안전복을 입고 생존자를 찾아 나섰던 화학자 존 R.루미스.

그는 방사능 피폭을 입지 않은 골짜기를 보고 흥분하여 그렇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방사능에 피폭된 시냇물에 뛰어들어 방사능에 피폭되고 만다.

그리고 숨어서 그를 지켜보던 앤은 방사능에 피폭된 루미스를 집으로 데려와 간호하고 돌봐주며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 책이 인상 깊은 건, 어린 소녀인 앤 버든이 혼자 살아 남아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기록을 남겼고, 자신 외의 다른 생존자를 보고도 무턱대고 반가와하지 않고 조심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큰 용기를 내어 새로운 출발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는 성장소설들의 대부분 주인공인 소년이고, 소녀들이 주인공인 성장소설에서는 그들이 역경을 헤치고 성장해 나가는 사건이나 주제가 소년들의 것만큼 스펙타클하거나 역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앤 버든은 매우 주체적이고 현명한데다 용감하고 실천력까지 강한, 흔치않은 성장소설의 여주인공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게다가 이 책, 요즘 쓴 책도 아니고 무려 1974년에 출간된 책이란다.

그때 당시 이렇게 진취적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성장소설이라니.

 

핵과 방사능에 대한 작가의 지식도 상당히 조예가 깊지만 무엇보다 방사능 피폭 이후의 생활에 대해 이토록 현실감 있게 써 내려가다니. 실제로 방사능 피폭으로 모두가 죽고 일부만 살아남는다면, 그래서 전기를 쓸 수 없고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쓸 수 없게 된다면 정말 고립될 수 밖에 없겠구나, 그렇게 차차 죽어가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 더욱 오싹해진다.

 

다시금 세계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날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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