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대한 해법?
예전에 박정자씨의 연극을 신문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그때는 자세히 안봐 아동극인줄 몰랐었다. 그리고 책 내용을 연극으로 만든것도 몰랐었다. 이렇게해서 귀에 익숙하게 된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를 아이가 일주일에 한번씩 유치원에서 대출해오기 때문에 이번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사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내용.
위층 가족이 전에 살던 집은 비좁았다. 그래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한다. 이사갈 집을 구경 나선 가족들, 훨씬 넓고 환해서 가족들은 마냥 행복하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아빠는 ‘손님이 오셨나보다.’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맞이하지만 문을 여니 성난 표정의 할머니가 아랫층 사람인데,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한다.
얼마후 이사를 가게 되자 아빠는 카펫을 깔면서 아랫집에 대한 배려를 하지만 할머니는 한 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계속 올라와 잔소리를 해댄다. 아이들이 조금만 뛰거나 웃어도 할머니는 바로 올라간다.
윗집 아이들은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도 올라오는 할머니를 보고 기가 죽어 생쥐처럼 지내기로 결심한다. 생쥐처럼 조용조용 지내고, 잘 놀지도 않고 음식도 생쥐처럼 조금만 먹는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보고 걱정이 되어 너희는 아이들이니 힘차게 뛰어놀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랫층 할머니가 쫓아 올라올것이 무서워 그냥 손가락만 움직이는 놀이나 드러누워 허공에 발차기 하는 놀이밖에 하지 않는다.
윗 집에서 늘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자 아랫집 할머니는 자기 귀가 이상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윗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하는 궁금증과 의심때문에 할머니의 귀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외출을 할 수 없게 된 할머니… 의사는 할머니의 귀를 보고 ‘못들어서 생긴 병’이라며 극약 처방을 한다. 그것은 바로 에전처럼 윗 집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라는 것!
윗 층의 도움으로 귀가 커지는 병을 고치게 된 할머니. 아이들은 더 이상 생쥐처럼 지내지 않아 좋고 할머니는 사람 사는 재미를 느껴 좋다. 서로 화해를 하게 된 윗 집과 아랫집.
할머니의 귀를 묘사하는 장면이나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띄고 뛰는 장면, 아랫 집에서 올라올때마다 훈계하는 장면등은 상상이지만 묘사가 실감나다. 처음 집 구경 하러 갔을때 환한 집, 설레어하는 표정들. 뛰자마자 올라와 훈계하는 할머니의 뒷모습등이 와 닿는다.
그렇지만 현실 속에선 가능한 일일까? 우리 집은 1층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뛰어도 올라 올 사람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윗층에서 조금만 뛰어다녀도, 청소기를 조금만 돌려도 아랫집에 사는 우리는 귀가 멍~할때가 많다. 아랫집 입장에 있는 분들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소음이 신경에 거슬린다. 그렇지만 책 속의 할머니처럼 벨을 누르거나 인터폰에 대고 알려주긴 싫었다. 다들 아이 키우는 입장이니…
몇달여를 고민 끝에 조금만 배려해달라는 간단한 메모를 엽서 한장에 써서 편지함 속에 넣어두었다. 그랬더니 엽서 보낸 내가 미안해질 정도로 미안하단 말과 함께 케이크를 주셨다. 이렇게 층간 소음 문제를 고민끝에 해결했다. 그 이후 간혹 밤 늦게 까지 윗 집 아이의 뛰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거슬리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전처럼 아주 크게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음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서로간에 생겨 조심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우리도 정든 이 집을 떠나 책 속의 윗층 가족처럼 조금 더 넓고 환한 윗층의 집으로 이사가려 한다. 이사를 가면 먼저 아랫 집에 인사를 가보아야겠다. 우리 윗 집에도 마음을 넓게 가져야겠지.
도시 속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환경, 나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