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10월 25일 | 정가 8,000원

일등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일등이 될 것을, 공부를 더 잘 할 것을 원한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만 파고 든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도 있고 다른 것에 더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어야 세상이 공평한 것이다. 그래야 균형있게 세계가 돌아가게 될 것이고…

이 책에는 모범생, 라디슬라스가 나온다. 완벽한 범생이 스타일이다. 자기가 많이 아는 것을, 공부 잘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뻐기지 않으려는 배려까지 하는 섬세한 아이인데도 아이들은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한마디로 ‘노는 물이 다른 아이’와 누가 놀고 싶겠는가?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나서 같은 책을 놓고 이야기를 해도 다른 책을 놓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면 그게 재미가 있을까?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앙투완은 우연하게 라디슬라스와 친해지게 된다. 그 아이가 못 하는 것도 잇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름도 거창한 ‘미켈란젤로 과외’를 하면서 부터인데 사실은 그림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둘이 재미있게 노는 과외다. 그래서 책 제목도 < 놀기 과외 >다.

범생이 라디슬라스가 못 하는 것은 만화를 그리는 재주가 없는 것과 친구와 놀줄을 모르는 것이다. 언제나 바쁘게 여러 가지 과외를 하러 다니느라 머릿 속은 꽉꽉 채웠지만 마음을 나누고 진심으로 대할 친구는 만들 시간이 없었던 거다. 이렇게 보면 라디슬라스가 퍽 가엾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 아이의 아빠는 아들의 이런 상태를 알아차리고 아이들의 < 놀기 과외 >를 더 권장해 주고 자신의 욕심으로 아들이 놀고 싶어한다는 욕구를 알지 못하게 한 것을 반성하는 자상한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옷도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어느 나이든 그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는 것은 삐그덕거리게 마련이다. 친구와 놀아야하는 나이에는 힘차게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도 공부를 하고 배워가는 일을 쉬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공부로만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