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23 | 글, 그림 클로드 퐁티 | 옮김 윤정임
연령 7~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4년 7월 7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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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까. 자연을 그리고 있는 책이나 그림이 좋다. 심지어는 음악도 그렇다. 오죽하면 무심코 음악을 듣다가 무척 좋고 평화로우며 초록들판이 펼쳐진 모습이 연상되기에 제목이 뭘까 봤더니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었다. 사실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클래식 음악에 제목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림이 없는 책을 읽으면서도 자연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감정이입이 잘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어떻겠는가. <나의 계곡>이라는 제목부터가 나를 사로잡는다. 한때는 사람이 없는 산이나 호수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소로우처럼…) 생각까지도 했던 적이 있으니 이 책을 보고 일단 집어들지 앓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은 보통의 책보다 훨씬 크다. 우리집 책꽂이 맨 아래칸에도 안 들어갈 만큼. 아니, 그렇게 크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동이 더 크다는 표현이 맞겠다. 거대한 자연을 그리는데 작은 화폭에 그린다면 제대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할 테니 말이다.

‘여기가 나의 계곡이에요.’로 시작하는 이 책은 펼치자마자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투임스 가족이 살고 있는 계곡. 두 쌍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많은 형제들과 살고 있는 전형적인 대가족이다. 할머니는 102살에 첫 아이를 나으셨다고 하니 그들의 숫자는 현재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수 체계와 다른가 보다. 아니면 수명의 단위가 틀리던지… 그들의 집은 오래된 나무 줄기와 밑둥이다. 거기에는 별의별 곳이 다 있다. 심지어는 도서관까지.

이 계곡에서 벌어지는 놀이나 일들, 그리고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른 계곡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계곡의 웅장하면서도 평화로운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비록 글씨는 많지만 이야기가 전부 연결된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따로 떨어져 있으므로 한꺼번에 읽으려고 조바심내지 않아도 된다. 비록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지만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감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도 화를 내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며 말썽도 부리고 아빠나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1247살까지 살았던 투임수프의 말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우리가 사는 이 계곡도 더 큰 계곡에서 보면 아주 조그만 집나무에 지나지 않는단다. 우리 집나무 안에 있는 인형들의 장난감 집나무처럼 말이야.” 게다가 이 말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글에서 느꼈던 메시지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느낀다. 이런 이유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본다. 만약 이것이 글만 있었다면… 아니면 그림만 있었다면… 결코 지금 느끼는 감정을 못 느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