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도도하게 앉아 있는

연령 4~5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6월 1일 | 정가 8,500원

담벼락에 도도하게 앉아 있는 통통한 고양이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나 궁금해서 책을 펴서 읽었다.고양이는 엄청 도도하고 콧대가 높았다. 친절하지도 않고 자존심은 엄청 센 것 같아서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 하면 이 책은 글보다 마음으로 상상으로 읽어가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설기도 했지만 오랜 만에 아이와 함께 이 생각 저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어서 고마운 책이다.

혼자 있을 때 상상을 한다. 금붕어에게 동화책 읽어 주기, 투명 인간에게 옷 입히기, 담 밑에서 교양이가 말 걸기를 기다리기, 겨울에 만든 눈사람에게 인사하기, 걸리버처럼 눕기, 집 밖 도로랑 우리집이랑 바꾸기 등을 한다. 그림이 아주 독특하다. 꼭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의 그림을 보면서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의 그림이 생각났다. 어딘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특히, ‘투명 인간에게 옷 입히그림이 그렇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집중하면서 그림들을 살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마지막 상상, 집 밖 도로랑 우리집이랑 바꾸기를 하면 ‘화장실 갈 때마다 버스 탈지도 모른다’라고 쓰여 있는 게 재미있어서 딸아이랑 깔깔 거리고 웃었다. 쉬가 너무 마려우면 버스 기다리다가 쌀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 얼마나 깔깔거리던지…아이들은 왜 그렇게 똥, 오줌 같은 걸 재미있어 하는지 모르겠다.

어두워지면 이불의 섬에 숨는다고 하면서 거대한 섬이 그려있다. 바로 이불 섬이다. 엄마 발소리가 잠잘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상상하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작가는 단순한 그림으로 우리가 상상할 여지를 주고 있다. 다 주지 않고 우리에게 부지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지런한 독자를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상상하면서 봐서 재미있었다.

난 어릴 때 혼자 있을 때 무얼 했었나? 혼자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가족이였다. 그래서 외롭지 않게 다소 분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상상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마음껏 상상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