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뭐, 어때서?

시리즈 블루픽션 30 | 양호문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12월 5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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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꿈이란 뭘까. 어떤 모습으로 사는 걸 인생 최고로 삼을까. 우선 공부를 잘 해서 일류대학에 발을 들여놓고 예쁜 여자친구도 사귀고, 군대도 다녀오고, 그 다음에는 평생 뭘해서 먹고 사나 고민 좀 하다가 원하던 일을 시작하고, 그곳이 괜찮은 직장이라면 첫단추는 잘 끼운 셈.  자신만만함 뒤에는 뭔지 모를 불안감과 앞으로 이 일을 쭉 해야할까 라는 막연한 걱정이 있겠지만 ,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먼저 똑똑하고 이쁜 마누라와 귀여운 아이를 집에 두고픈 마음이 앞서 행복한 결혼을 꿈꿀 것이다. 직장에서 잘 나가지만 한편으론 인생의 무상함이 동시에 찾아오는 시련을 겪으면서 인생, 뭐 별거 있어…이런 자조 섞인 한숨으로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살아왔다면 그는 분명 대한민국의 주류인생을 살아 온 것이다. 하지만 <꼴찌들이 떴다>에 나오는  4명의 춘천공고생들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공고에 들어와 특별히 공부에 힘쓴 것도 아니고 괜찮은 자격증도 못 따놓고 빈둥대면서 3학년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단돈 만 원이 없어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모습…마이너 인생을 향해 발을 들여놓은 것이 분명하다.취업도 마땅히 잘 될 것 같지 않고 막막한 인생을 짐작하며 푹푹 한숨이나 쉬어대는 아이들,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사진을 보니 개그맨처럼 인상이 좋으시고 ,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해보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결국 자신의 길임을 알게 된 작가.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라니 더욱 진심이 전해진다. 철없는 아이들의 끝없는 말썽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길은 통한다고, 그들에게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 실습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고생을 죽도록 하면서 조금씩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작은 강원도의 산골 마을이었지만 네 명의 아이들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무지막지하게 일을 시키는 양대리, 함께 철탑공사를 하게 된 거친  인부들, 순박하지만 강단이 있는 마을 주민들, 동네에서 만난 또래 여자친구,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육법전서,  그리고 성장소설에 꼭 등장하는 막돼먹은 인간들, 그들이 함께 살을 부비면서 여름을 보내고  일을 하면서 부딪히고 그러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소설이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성적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꼴찌가 제대로 대접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절대 아니다.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 의사냐고 물을 만큼 무식하고 짧은 영어가 나오면 괜히 주눅이 드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쩌면 막막하고 험난한 롤러코스트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세상의 거센 물결에 몸을 내맡긴  철없는 아이들, 그들에게 길을 알려준 것은 역시 거칠고 투박한 세상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차갑고 이기적이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지만 , 한편으로는 사람냄새가 나는 푸근한 곳이기도 하다. 누굴 만나서 어떤 걸 겪어보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삶은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속 아이들이 만난 어른들은 분명 그들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 제법 그럴듯한 인간들이다.  아이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세상이겠지만  그 속에 뛰어들어 함께 섞이면서 겪어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각각 개성과 끼가 넘치는 아이들이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사람 속을 안다는 것은 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몰랐던 마음과 사정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지금은 회색빛의 어두 컴컴한 터널을 지나고 있을지 몰라도 분명히 그들 넷의 앞날은 그리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어른들이 곁에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또라이 친구들이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은 마이너들인 것이다.  <완득이> 이후, 실로 오랜만에  유쾌한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되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