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서관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 도서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3월 25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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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다녔다. 작은아이 독후활동 수업으로, 책을 읽고 빌리고 반납하고. 요즘엔 일주일 혹은 이주에 한번 부지런히 다니고 없는 책은 책솔이를 신청하여 부지런히 읽었다. 집에서 뒹굴면서 책을 읽어도 좋지만 간혹 도서관에서 반듯한 자세로 혹은 어린이 열람실에서 다리를 쭉 피고 책을 읽는 맛도 괜찮다.

‘코끼리 아줌마의 행복도서관’은 큰아이가 오랜만에 사주세요 한 책이라 기쁜 마음에 덥석 사고 나도 덩달아 재미나게 읽었다. 도서관 지으라고 사십 년 동안 김밥 팔아 번 돈을 기부한 할머니의 이름을 딴 ‘이금례 도서관’ 뭔가 뭉클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금례 도서관’의 개관과 5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도서관과 책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말더듬이 엄마와 산다고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아무도 없는 깜깜한 놀이터에서 홀로 노는 진주.

여섯 살 진주는 엄마가 펄 헤어숍에서 일하는 동안 어른들 잡지를 읽거나 창 밖을 내다보며 하루를 보내다가 길 건너에 새로 개관한 도서관에 어색하게 다니다가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 책을 읽으며 상상도 하고. 누군가가 놓아둔 ‘마틸다’를 보면서 마틸다처럼 요술을 부리는 꿈을 꾸고 코끼리 같은 사서의 권유로 대출증도 만들어 책을 마음껏 빌린다. 진주에겐 도서관이 천국 같다.

축구를 좋아하다 축구 관련 책을 읽으며 꿈을 키우는 정호.

키가 작은 6학년 정호는 수학점수를 15점 맞고 그때부터 별명이 ‘십오점’이 되는데, 축구부 공이 굴러오자 그냥 뻥 찼는데 4층까지 날라가 교실 유리창을 깨뜨린다. 킥력도 좋고 순발력도 좋아 축구부 입단을 권유 받자 고민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축구부에 들어가서 즐겁게 축구를 하는데, 몸집이 작아 축구코치에게 지도나 그리지 축구는 뭐하러 하냐는 핀잔을 듣는다. (정호의 성은 김) 같은 반 친구 수정이가 가는 곳을 몰래 따라 들어가보니 ‘이금례 도서관!’ 사서 아줌마의 눈길이 무서워 책수레에서 책을 집어 드는데 꽤 재미나서 단숨에 읽다 침을 흘리고 잠이 드는데 그걸 수정에게 들킨다. 일주일간 축구를 잊고 축구와 축구선수들에 대한 책을 읽느라 축구부 연습도 빼먹는다.

이금례 할머니와 인연이 깊은 이금례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 사서 코끼리 아줌마 진숙.

가난했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덩치가 큰 이진숙씨. 이금례 할머니가 김밥을 팔아 번 돈으로 가난한 여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어 대학에 다닐 수 있게 해주었는데 진숙씨도 혜택을 받았다. 바로 고3 선생님의 덕분으로.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은 진숙씨는 정말 사서가 되었고 할머니에게 받은 큰 도움을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기신 도서관으로 왔다. 덩치가 큰 그녀를 사람들이 무서워하자 조용하게 도와준다. 책을 좋아하는 작은아이에게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은 남자아이에게 좋아할 만한 책을 슬쩍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짝사랑을 한다. 2층 자료실에서 불행한 얼굴로 노트북을 바라보는 한 남자. 도서관 정전으로 당황한 진숙씨의 실수가 그의 노트북을 망가뜨리고 그는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가 되어달라고 온 펄 헤어숍의 말더듬이 미용사 명혜씨와 금세 친구가 된다. 항상 예쁜 머리도 하고. 

자기만의 방은 없지만 넓고 깨끗한 도서관을 좋아하는 수정.

언니와 책상문제로 싸우고 야간일 하는 아빠에게 주말마다 갈비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푸념도 제대로 못하고 남동생은 남동생이라고 챙기고 중간에 낀 수정은 혼자만의 공간을 생각하며 도서관을 찾는다. 하지만 몽실언니를 읽다가 화가 나서 책에 낙서를 하고 식구들 미안하라고 일부러 간단히 간식을 먹고 칸막이가 있는 3층 열람실에서 자기 방처럼 기분 좋게 혼자 책을 보다 잠이 든다. 눈을 떴을 때 주위가 깜깜하고 열람실엔 아무도 없다! 목이 갈라질 정도로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11시 12시.. 외로움이 아닌 우아한 고독을 즐기고 싶었던 수정.

사람들과 말하는 게 어려운 말더듬이 진주 엄마 명혜.

명혜씨는 미용실에 온 진숙씨의 머리를 하면서 진주가 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말을 듣는다. 진주와 이야기를 나눌 때만 말을 더듬지 않는데 진숙씨와 이야기를 할 때도 더듬지 않은 걸 깨닫는다. 진주와 책을 읽고 생쥐 프레드릭처럼 햇살을 모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주에게 수다쟁이가 되고 싶은 명혜씨는 말더듬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진숙씨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소설가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은 말 더듬는 걸 고치고 싶고 친구도 만들고 수다를 떨고 싶다고 하자 진숙도 친구가 되고 싶다며 책을 권하고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도서관에는 책이 많지만 사람도 많아야 한다. 책을 읽고 구경도 하고. 아이에게 작은 소리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없을 때는 도서관을 마치 독서실처럼 이용했는데 아이가 생기자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이용하고 있어서 좋다. 한동안 정신없이 빌려서 읽다가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나를 읽어달라는 책들과 만나야 하니까. 내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예의는 깨끗이 읽고 정리하기. 읽은 만큼 정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하나씩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