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를 읽고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9,000원

<비밀의 저택 그린노위>를 읽고

​희진

 

처음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표지를 보고는 혹시 공포물인가 고민했다. 앞 표지에는 으스스한 삽화가, 책 뒷편에는 “할머니, 할머니는 아이들이 보이세요?”라는 문구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공포물과는 거리가 먼 책이었다.

 

주인공 토즐랜드(톨리)는 가족들의 품을 느껴본적이 별로 없다. 아빠는 멀리 사시고, 엄마는 돌아가신지 오래여서 토즐랜드는 기숙학교에 붙어 살았다. 그러던 중 토즐랜드는 증조할머니의 함께 살자는 편지를 받고 증조할머니께서 사시는 ‘그린 노아’라는 저택으로 간다. 토즐랜드의 걱정과는 달리 할머니도, 저택도, 마치 지금까지 토즐랜드와 함께 살았던 것 처럼 친근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즐랜드는 몇 백 년 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하는 아이들과 숨바꼭질하던 토즐랜드는 할머니께 그들이 살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도 그들과 함께 지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토즐랜드의 가족이 되어주고, 토즐랜드는 할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저택에서 즐겁게 지내게 된다.

 

사실 처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멍- 했다.

몇 백년 전에 죽었지만 여전히 저택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이 토즐랜드의 내면을 보여주는 환상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할머니와 토즐랜드의 상상력이 불러일으킨 아이들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이 아이들이 토즐랜드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주려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토즐랜드는 아이들이 사실은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굉장히 좋아하고, 함께 놀기를 원하지만,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이 정말 공포물인지, 혹은 영화 ‘디 아더스’처럼 사실은 토즐랜드가 죽은 아이이고 죽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저택에 있던, 역시 몇 백년 전에 저주받은 그린 노아가 토즐랜드를 덮치고, 이 그린 노아를 아이들과 토즐랜드가 함께 물리치는 장면은 더욱더 그런 혼란을 가중시켰다. 토즐랜드가 책 위에 앉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책을 빼내려 할 때나, 보이지 않는 손이 도미노 게임을 할 때도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덮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쩐지 내가 너무 토즐랜드와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즐랜드에게는 그들이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가족이 생겨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었는데, 나는 아이들이 오래전에 죽었다는 이야기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오랜시간 혼자 저택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이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텐데 말이다.

내가 ‘그린 노아’에서 일어나는 일이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지 않고 무섭다고 느꼈던 것은, 아마 이미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토즐랜드의 ‘그린 노아’와 같기 때문이 아닐까. 내게는 가족도, 친구도 있어서 토즐랜드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이야기가 훨씬 그림 동화책처럼 예쁘고 즐겁게 느껴졌다.

토즐랜드가 앞으로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도 궁금해졌다.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는 사실 다섯 권이 더 있는 시리즈물인데, 아직까지 한국어로 번역 된 것은 이 책밖에 없는 것 같다.

나머지도 모두 곧 한국어로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