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으로 조선을 보다

시리즈 블루픽션 78 | 김소연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6월 5일 | 정가 11,000원

조선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조선시대의 어디쯤인가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우여곡절과 문화에 대해서 남겨진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생각하고 본보기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것들은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밖에서 들여다 본다. 러시아군인 코프스대령의 푸른 눈을 통해 입소문으로만 듣던 동방의 작은 나라가 비추어진다.

순하고 겁많은 민족이라서 ‘하얀 백조’라고 불리운다는 이들이 산다는 나라의 지리탐사는 실은 명목만 그럴 뿐, 의병대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군사적 정탐이다. 코프스대령은 러시아퇴역군인 한 명과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 통역 한 명, 그리고 가마실에서 말을 돌볼 이로 들인 근석이라는 아이까지 총 4명으로 구성된 탐사단을 꾸린다. 그리하여, 정탐을 위해 모든 것에 눈을 굴리는 러시아군인과 어찌 되었건 돈만 벌어 돌아가면 그만인 별 생각없는 총잡이 한 명, 차라리 조선을 등지고 싶어 러시아로 귀화한 이와 고향땅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시골 아이까지 각기 다른 눈과 다른 마음을 가지고 한양을 향하게 된다.

국경을 넘어서 조선의 심장부인 한양을 향해 가면서, 이 네 명의 각기 다른 눈과 다른 마음으로 조선을 읽게 된다. 왜적의 침입을 막아줄까 싶어서 러시아 군인을 환대하는 양반의 모습에 대해서는 미천한 신분의 근석마저도 ‘제 집에 든 도둑을 왜 남의 손을 빌어 쫓으려 할까’라며 부끄러워 한다.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의병대의 전투는 스파이로 조선에 온 코프스대령마저 돕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조선의 심장부로 들어갈 수록 코프스대령은 조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게으르고 겁많은 하얀 백조들이 사실은 새벽 일찍 일어나 논일을 한 후 아침잠을 자는 부지런한 민족이며,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를 숨긴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마실이라는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던 근석은 이 여행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길 없었던 시골 소년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코프스대령의 깊은 신임을 얻음은 물론, 불같은 성격을 가진 비빅의 마음도 누그러뜨리며, 여행 동안 자신이 만난 조선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직시할 줄 아는 청년이 되어 있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에는 자신이 아직 만나지 못한 새 조선을 꿈꾸는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문을 닫고 숨어사는 순박한 백조들의 나라를 염탐하는 열강들의 공세가 사방에서 이어지던 풍전등화의 시기를 택해 무너져가던 조선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파헤쳤다. 양반과 평민의 모습, 의병대와 관군과 일본경찰의 모습 등등이 서로 대비되는 가운데,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가 이야기 속에 아주 잘 녹아들어 있다.

안타까운 모습들도 많지만, 듬직하게 성장하는 근석과 조선의 참모습을 알게되고 조선의 민중을 사랑하게 된 코프스대령의 모습에서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