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위대한 작가가 쓴 가장 낮고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3월 20일 | 정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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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원작을 충실하게 옮긴 비룡소의 <<레 미제라블>>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가장 유명한 내용은 아무래도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이 출옥 후 다시 은 식기를 훔치다 잡히게 되지만 주교의 자비로 깨달음을 얻게 되는 부분이겠지요. 이렇게 너무도 유명한 내용이기에 사실 저는 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헌데 이 책을 받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다소 놀랐지요. 내가 <<레 미제라블>>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원래 원작은 역대 가장 길게 쓰인 소설 중 하나로 근래의 프랑스판만 해도 19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540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원작에 충실한 이 책으로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을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다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얻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빵 한 덩이 때문에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주교의 자비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장 발장을 보며 안도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헌데 이번에 읽게 된 불쌍한 사람들, 가련한 사람들이란 뜻의 <<레 미제라블>>에는 장 발장 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혹함으로 인한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었지요. 당대 프랑스 역사와 사회의 비정함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네요. 더욱이 장 발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외에도 참 많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읽는내내 그 거대한 스케일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1862년에 위고는 시인 라마르틴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물리치고, 노예 제도를 금지하고, 가난을 몰아내고, 무지한 자를 깨우치고, 병든 자를 고쳐 주고, 어둠을 밝히고, 증오를 증오하려 했다네. 바로 이게 내가 추구하는 바요, 바로 이게 내가 『레 미제라블』을 쓴 이유라네. 내가 생각하기에, 『레 미제라블』은 동포애를 바닥으로 삼고 진보를 꼭대기로 삼은 책에 다름 아니라네.” (본문 544p)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구지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초반 프랑스로 그 당시 프랑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815년과 1848년 사이에 파리의 인구 가운데 65퍼센트에서 75퍼센트 정도가 빈민이었다고 해요. 먹고살기 힘든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으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팡틴처럼 도시 노동자에서 출발해 끝내 제 몸을 팔게 되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기 일쑤였답니다. 그러했기에 성실했던 장 발장이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쳐야했고 1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감옥살이를 해야했겠지요. 하지만 빵 한 덩이에 19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고는 장 발장을 통해 사회의 비정함과 사법제도의 부당함을 고발하려고 했다고 하네요.

 

“무슨 까닭으로 이 도형수가 내가 도형수였노라고 말하냐는 거요? 으음! 그렇소. 그 까닭이란 게 좀 묘하다오. 정직하기 위해서요. 나는 거짓말할 수 있었소. 그건 사실이오. 당신들 모두를 속이고 포슈르방씨로 지낼 수 있었소. 코제트를 위해서라면 거짓말할 수 있소. 하지만 이제 나를 위해선 거짓말해선 안 되오. 그걸 꼭 밝혀야 할 사정이 있었느냐고 자네가 물었지? 이상한 게 하나 있다오. 그건 양심이오. 나는 삶에서 밀려난 사람이오. 예전엔 살기 위해 빵 하나를 훔쳤소. 그런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 하나를 훔치고 싶진 않소.” (본문 508,509p)

 

이에 위고는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에 의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장 발장은 마들렌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자비를 베풀었고 팡틴을 도왔고 그녀의 딸 코제트도 돕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현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난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 선과 악에 대한 고뇌는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가요. 장 발장은 베품과 정직, 양심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레 미제라블』을 자비에 관한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이 소설에서 미리엘 주교는 장 발장에서 자비를 보였고, 새롭게 태어난 장 발장은 다른 이들에게 그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위고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비정했던 사회에 대한 고발을 통해 자비와 사랑, 그리고 용서를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현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하고 미워하곤 합니다. 이것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하지요. 자신을 쫓는 자베르를 미워하지 않고 목숨을 구해준 장 발장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향한 자비와 사랑, 용서가 아닐까 싶네요. 어려웠던 19세기 초의 프랑스 사회는 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레 미제라블』을 읽는 일은 저마다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일일 터입니다. 우리가 장 발장과 팡틴과 어린 코제트의 불행에 함께 분노하고 슬퍼할 때, 사랑의 불꽃은 인간이 따라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비춰 주리라 믿습니다. (본문 546p)

 

(이미지출처: ‘레 미제라블’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