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동시 문학상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대상: 박진경 『째깍 악어가 사는 숲』

시리즈 동시야 놀자 | 박진경, 간장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4년 7월 29일 | 정가 14,000원
구매하기
선아의 기분은 록쇽쇽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심사위원: 최승호(시인), 허연(시인), 황유원(시인)


심사 경위

제3회 비룡소 동시 문학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비룡소 동시 문학상에는 총 123명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시인 최승호, 시인 허연, 시인 황유원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명의 응모작을 본심작으로 천거, 8월 23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논의 끝에 박진경의 『째깍 악어가 사는 숲』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심작

『초딩도 힘들어!!』

『비행기하고 둘이서 일요일 내내 잠만 잤습니다』

『지하철을 탄 나비』

『째깍 악어가 사는 숲』

심사평

 

제3회 비룡소 동시 문학상에는 자연, 학교생활, 가족생활 등의 일상적 소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써 모은 다양한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이번 응모작들은 작품 수준이나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한 권의 완결된 작품집을 묶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나비’나 ‘공룡’, ‘비행기’, ‘눈사람’, ‘모자’와 같은 소재로 여러 편의 연작시를 써서 작품집의 색깔을 차별화하려는 시도, 시집 전체에 서사를 도입함으로써 한 권이 마치 기승전결을 지닌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읽히게 하려는 시도도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은 설명적인 시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시는 본질적으로 ‘느낌의 예술’이다. 느낌의 깊이에 이르지 못하고 상투적인 수사나 기교에 머무른 시에서 감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아이의 직관적 시선으로 새롭게 포착해낸 순간의 시, 호기심으로 열어젖힌 세상의 경이와 비밀을 공유해주는 시, 읽자마자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해 ‘아!’ 하고 놀라게 되는 시는 그리 자주 눈에 띄지 않았다.

서로 뒤섞어 놓아도 무리 없이 잘 섞일 만큼 비슷한 작품들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아무리 노련해도 남들과 큰 차별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좀 더 예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의성어와 의태어를 남발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의성어와 의태어는 어디까지나 시의 바퀴여야 하지 시의 몸통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럴 경우 바퀴가 잘 굴러갈 리 만무하다.

 

그리하여 최종 본심에서는 시어를 절제할 줄 아는 능력, 살아있는 리듬, 세상을 다르게 볼 줄 아는 깊은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인만의 고유한 개성 등을 잣대로 삼아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본심에 올라 집중적으로 논의된 네 작품은 다음과 같다.

 

『초딩도 힘들어!!』는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새로운 리듬 감각과 어린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극히 평범한 언어로도 감동을 전하는 것은 결코 낮은 경지가 아니다. 기교를 버리고 아이의 마음만으로 순수하고 생생하게 쓸 줄 안다는 점에서 중국 육조 시대의 시인 도연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행기하고 둘이서 일요일 내내 잠만 잤습니다』는 철학적 성격이 돋보였다. 동시의 화자치고는 너무 어른스럽고 사색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의 사고 수준을 무조건 너무 낮게 보는 것도 아이와 동시에 대한 고정관념일 것이다. 어른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화자의 생각들은 여러 번 곱씹으며 웃음을 짓게 될 만큼 매력적이다.

 

『지하철을 탄 나비』는 마치 잘 쓴 하이쿠처럼 이미지를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사용할 줄 안다. 진지하고도 성숙한 시선에 유머까지 더해져서 시종일관 단순함 속에 압축된 다이내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재와 시작 방식이 다소 전통적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흔한 소재인 ‘나비’를 여러 방식으로 변주해내는 능력은 분명 현대적이다.

 

『째깍 악어가 사는 숲』은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거친 에너지는 때로 과격하게 느껴질 만큼 들끓지만, 끝내 독자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시적 운신의 폭이 비교적 좁고 어느 정도 규격화된 게 사실인 동시의 세계에서 ‘전위적’, ‘실험적’이라는 독후감은 무척 드물고 귀한 것인데, 이 작품은 우리의 입에서 그런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어떤 시를 예로 들어도 잘 드러나는 성격일 텐데, 특히 「말이 돼?」 「이럴 땐 정말」 등에서 보이는 시니컬한 아이 화자는 다른 동시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누가 봐도 문제아 같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남다른 개성 때문에 힘들어하는, 하지만 그런 남다름을 굳이 숨기려 하지는 않는 용감하고 속 깊은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다수가 표준어를 시의 언어로 삼는 상황에서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 등을 대거 사용한 점, 「세종대왕님께」처럼 자연스럽고도 창의적인 구체시를 시도한 점 또한 높이 평가받았다. 우리는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째깍 악어가 사는 숲』을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최종 본심작들은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뽑아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건 바로 개성이었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유일무이한 개성, 다른 작품과 마구 뒤섞어 놓아도 눈에 띌 만큼 빛나는 개성 말이다. 아깝게 탈락한 분들께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격려의 말을, 당선자에게는 앞으로도 과감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전한다. 당선작의 개성이 모쪼록 동시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심사위원 (최승호, 허연, 황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