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족이에요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0월 20일 | 정가 10,000원

아주 어릴 때에는 부모님의 말씀과 행동이 하늘과 같다고 생각하다가 조금씩 나이를 먹고 그만큼 사회(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에 눈을 뜰 때 즈음이면 내가 가장 똑똑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때가 한 번씩은 찾아오지 않나 싶습니다. 엄마나 아빠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고 창피하다고 생각되는 때. 그러면 안되기 때문에 함께 죄책감도 고개를 들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해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그렇게 다시 세월이 흐르고나면 이해해드릴 수 있음을 지금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잭 랜킨은 아빠의 직업이 너무나 창피했어요. 누구나 얕잡아보는, 더럽고 힘든 일을 맡아 해야하는 “건물 관리인”이라는 직업은 특히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에는 너무나 힘든 현실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놀리는 못된 아이들보다 그 원인을 제공한 아빠를 더 원망하게 됩니다. “옳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딱 그만큼 이해도 됩니다. 그만큼 괴로웠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벌인 잭의 복수는, 아주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잭은 지금 아빠가 학교 관리인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켜서 당황하고 창피해하고 있다. 헬렌은 고민했다. 아들이 아빠를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존이 알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텐데, 어쩌지?”…68p

사실 제가 부모가 되었을 때에는 이 책의 헬렌과 존과 같은 부모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무조건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리고 최대한 이해해주고 어떻게하면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지 다정하게 의논하는 가족이 될 수 있기를요. 아마도 그런 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잭은 마음껏 응석도 부려보고 마음껏 날개를 펼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본 다음에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진심으로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좀 더 자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요?

벌로 관리인의 조수를 지내며 잭은 조금씩 아빠에 대해 알아갑니다. 아빠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빠에 대해 알고 싶다”라는 생각일 겁니다. 잘 이해해보려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것, 말이죠. 신기한 열쇠를 따라 하게 된 모험으로 잭이 아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더이상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것입니다. 

“그것은 환상이나 스쳐가는 감정이 아니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헬렌이 너무나 잘 아는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것, 영원한 것이었다. 사랑이었다.”…176p

놀라우리만치 아이들의 생각을 잘 읽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험과 장난, 게임이 가득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앤드루 클레먼츠가 이번엔 감동이 가득한 이야기를 담았네요. 가족이란 바로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입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하죠. 하지만 바로 “가족”이기에 더욱 사랑으로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때로는 그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린, 가족이니까요.